토성
2009년 08월 21일
타이탄의 열대 폭풍
Maine(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주)의 날씨를 일컬어 “9개월의 겨울, 3개월의 보잘 것 없는 여름”이라고들 합니다만 그 혹독함은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날씨에는 비할 바가 못 될 것입니다. 겨울은 7년 반 동안이나 지속되고 이때 기온은 영하 178도까지 떨어져 땅에는 얼음으로 된 바위로 가득하고, 액체 형태의 메탄/에탄 혼합물로 이루어진 바닷물이 흐릅니다.
행성학자들이 이 유별난 기후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타이탄의 대기는 짙은 탄화수소 안개로 가득차 있는데 대개 질소와 메탄의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요사이 지구상의 천문학자들은 적외선 파장을 이용하여 이 두터운 대기를 뚫고 표면을 관측하기 시작했습니다.

8m Gemini North 망원경으로 촬영한 토성과 타이탄의 적외선 이미지. 2009년 5월 7일 촬영된 것으로 Altair adaptive optics 시스템을 사용한 것입니다.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하와이 대학의 Emily Schaller 氏와 로웰 천문대의 Henry Roe 氏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수년 간 타이탄의 기상 변화를 면밀히 관측해 왔습니다. 사실 Schaller 氏의 칼텍 박사 논문 제목 역시 다름아닌, “장기간에 걸친 타이탄의 기후 특성 연구”였습니다. 하와이 Mauna Kea에 위치한 NASA의 3m 적외선 망원경을 이용하여 지난 2.2년간 총 138일 밤을 지새워 가며 타이탄 대기의 구름을 추적해 왔습니다. 1995년과 2004년 이와 같은 메탄 구름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관측팀은 메탄 구름의 형성이 감지되면 즉각 보다 대형인 Gemini North 망원경으로 자리를 옮겨 적외선 사진 관측을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타이탄 대기에서 폭풍 구름을 찾아낸다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었습니다. 통상적으로 타이탄 대기에서 구름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껏해야 0.3%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반면 지구의 경우 평균 65%의 지표면이 구름으로 덮혀 있습니다). 2008년 4월 14일 논문 주제를 정하고 얼마 안되어 Schaller 氏는 타이탄 대기의 한 켠에서 피어나는 무시무시한 폭풍 구름을 찾아 냈습니다. “마치 타이탄이 내게 준 졸업 선물과도 같았어요”, Schaller 氏의 너스레입니다.

2008년 4월~5월 사이에 타이탄 대기에 나타난 거대한 폭풍 구름. 초록색 박스는 첫 폭풍 구름이 나타난, 이번 사건의 중심지인 남위 15도, 서경 250도 지점을 나타냅니다. 첫 폭풍 구름의 발생 이후 연쇄적으로 주변에 다른 구름들이 만들어 지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수주 간에 걸쳐 타이탄의 대기는 흥미로운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허리케인 크기의 폭풍 구름이 남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피어나고 얼마 안 있어 좀더 많은 구름 덩어리들이 적도 주변에 나타났는데 이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습니다. 연구팀이 8월 13일자 Nature지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타이탄의 열대 지방과 극지방에서 갑자기 폭풍 구름이 동시 다발적으로 형성된 계기는 소위 Rossby 波라 불리우는, 에너지 파장의 강력한 펄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퍼져나가듯, 맨처음 폭풍 구름이 형성된 주변으로 에너지 파장이 천천히 퍼져 나가면서 구름 덩어리들이 추가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충격파가 기온을 변화시키고 대류 현상의 활성화에 기여하였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애초에 폭풍 구름의 형성을 야기했던 첫 방아쇠가 되었을까요. 처음 만들어진 폭풍 구름의 발생 지점은 타이탄의 남위 15도, 서경 250도 지점으로서 예전에 Cassini 탐사선이 촬영한 바에 따르면 별다른 특색은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아마도 암모니아와 물의 혼합물이 타이탄의 지표면 위로 용출하였고, 그로 인해 상층부의 대기가 따뜻하고 습해지면서 빠른 시간 내에 폭풍 구름이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지표면의 온도가 약간만 올라가도 그 상층에 폭풍이 만들어지기 충분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입니다. Cassini 탐사선이 다음번 타이탄을 방문할 때 이 지점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갓 용출하여 얼어버린 신선한 물의 얼음으로 뒤덮힌 지형을 보게 될지 모릅니다.
A Tropical Tempest on Titan. Kelly Beatty, Sky&Telescope, August 12, 2009.
2009년 8월 21일 23시 03분 32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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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1일
Enceladus 속의 물

2005년 Cassini에 의해 촬영된, Enceladus 남극 부근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간헐천 제트의 false-color 화상.
수성에는 과거 화산 분출로 인해 형성된 거대 평원이 존재하고, 화성에는 지난 날 물이 흘렀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퀴퍼 벨트에는 왜소행성들이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보다도, 현재로서 태양계 내에서 가장 흥미를 자아내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토성의 위성, Enceladus일 것입니다. 직경이 불과 490km 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위성이 행성역동학자 뿐만 아니라 지질물리학자, 화산학자, 간헐천학자, 해양학자, 천문생물학자, 플라즈마 물리학자 등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토성의 위성 Enceladus의 남극 부근에서 관측되는 호피무늬 지형. 네 줄기의 계곡들로부터 가스와 미립자 분출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Cassini가 보내온 정보에 따라 Enceladus 남극 부근으로부터 수백km 높이의 분출물이 솟아 오르고 이들이 토성의 넓다란 E 고리를 구성하는 밑거름임이 밝혀지자 많은 이들이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 (Enceladus의 간헐천 제트를 근접 통과한 카시니 참조, 역주). Cassini의 관측에 따르면 이 분출은 길이 130km 남짓한 계곡(”호피무늬 지형”이라 명명되고 있습니다)들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주변의 온도는 Enceladus의 여타 지형에 비해 대단히 따뜻한 편이었습니다.

남극에 인접한, 각기 130km 길이의 네 줄기의 계곡들. 계곡을 따라 주변으로 진한 푸른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좀더 세밀하게 거친 지형들로 둘러쌓여 있기 떄문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가능케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자그만치 15기가 와트로서, 토성이 Enceladus 얼음 지각을 뒤흔드는 조석 운동의 결과 발생한 마찰열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논문에서는 이 마찰열로 인해 Enceladus 지각 아래에 상당한 깊이의 바다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며, 이 바다층이 얼음 지각의 휘어짐 운동을 떠받쳐주는 일종의 쿠션, 윤활유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호피무늬 지역을 열감지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가장 진하게 나타나는 지역은 Damascus sulcus의 좌하측 방향으로 이곳의 온도는 -135도(F)로 측정되었습니다. 별표 마크는 호피무늬 지역을 따라 흩어져 있는 분출 장소를 표시합니다.
2007년 MIT의 Jennifer Meyer와 Jack Wisdom은 Enceladus가 인근의 다른 위성들과의 공전 상 공명(resonance)에 의해 궤도가 들쭉 날쭉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들이 최근 다시 발표한 바에 따르면 Dione와의 중력적 연합(coupling)에 의해 Enceladus의 궤도 이심율이 늘어나 0.005에 이르고 있으며 (겉보기상 원과 다를 바 없긴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토성과의 사이에서 조석력의 강약 현상을 반복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주 전 토론토에서 있었던 지질물리학자들의 모임에서 James Roberts 팀은 Enceladus 지각 속 어디인가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내부의 열이 발산되기 위한 물리학적 필수 여건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Enceladus가 자력으로 열을 발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궤도를 미루어 봤을 때 지질학적 연대 기준으로 ‘머지 않아’ 액체 상태의 물을 모두 잃고 얼어버릴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숨겨진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요? 애초에 Cassini 팀은 액체 상태의 물이 얼음 지각과 워낙 근접해 있어 지각의 균열로 용솟음쳐 올라 그 압력에 의해 우주 공간으로 증발되어 퍼져나간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모든 이들이 동의하고 있진 않습니다. 액체 상태의 물보다는, clathrates라고 불리우는, 얼음 기반의 혼합물 형태로서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 등의 휘발성 물질이 혼재해 있을 것이며 그 덕분에 쉽게 제트 형태로 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운 좋게도 Cassini에겐 Enceladus를 근접 관찰할 기회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작년 Enceladus를 네번 거쳐갔는데 그 가운데 한번은 치솟는 분출물 속을 직접 통과하기도 하였습니다. 향후 수년 간 추가로 네번의 근접 비행이 예정되어 있으며 만일 NASA가 7년 연장 계획을 결정한다면 열번 정도 더 방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Nature 지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제트 분출 과정의 정체를 규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Frank Postberg 팀은 토성 E 고리를 이루는 미립자 중 6%에 염분이 다량 존재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최대 1.5%의 염화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만일 Enceladus 내의 바다가 암석들과 지난 수백만년 간 접촉해왔다면 나트륨과 다른 광물질들이 바닷물 속으로 녹아들어갔을 것입니다. Postberg 팀은 Enceladus의 바다는 지구에서와 같이 짤 것이라고 추론하였습니다 (6~20 gm NaCL / kg).

하지만 분출물 안에서 직접 나트륨을 검출해 내고자 하는 시도는 번번히 실패해 왔습니다. Nicholas Schneider 팀은 분출물 증기 안에서 나트륨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표면 바로 밑에서 솟는 간헐천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 간헐천이라면 분출물 또한 비슷한 조성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Schneider 팀은 분출물이 지각 깊은 곳에서 데워진 후 그 증기가 천천히 터널을 뚫고 상승하다가 어느 정도 깊이에서 포켓을 형성, 잠재되어 있다가 압력이 극에 달하면 지각의 균열 사이로 솟아오르는 것이라 추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가설도 현재로서는 증명할 길이 없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Enceladus는 액체 상태의 바다를 갖고 있음이 확실시 된다는 점에서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입니다. 물은 생명체가 싹 트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믿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Cassini 팀의 John Spencer는 Nature perspective 섹션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이 작은 위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세가지 요소가 모두 구비되어 있다: 열의 원천, 적절한 화학적 조성, 그리고 액체 상태의 물”.
A “Briny Deep” Inside Enceladus? Kelly Beatty, Sky&Telescope, June 24, 2009.
2009년 7월 1일 19시 57분 08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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