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생물학
2004년 04월 24일
생명체의 필수 원소, 인을 공급했던 철 운석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과학자들은 운석, 특히 철 운석들이 지구 상에서 생명체가 탄생, 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 놓았습니다. 그들은 운석이 지구 상에 충분한 양의 인 (燐, phosphorus) 을 공급했을 것이며, 이에 의해 생명체의 형성 및 그 복제를 가능케 하는 여러 중요한 생화학적 화합물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인은 생명체에 필수 불가결한 원소로서, DNA 나 RNA 사슬의 골격을 형성하고, ATP 의 근간으로서 생물의 대사 과정에 있어 기초 에너지를 제공하는 원료 역할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세포를 주변의 환경과 구별짓는 구조, 즉 세포막을 이루는 인지질 (phospholipid) 의 주요 성분이기도 합니다. 역할을 떠나 그 조성 (造成) 만으로 볼 때도 인은 생명체를 이루는 원소 중 탄소, 수소, 산소, 질소에 이어 다섯번째로 중요한 원소입니다.
하지만 지구 상의 초기 생명체들이 어디로부터 인을 얻었을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인은 보편적인 자연 상태에서는 수소나 산소, 탄소, 질소와는 달리 대단히 희귀한 원소이기 때문입니다. 아리조나 주립 대학의 Matthew A. Pasek 에 따르면 인 원자는 우주에서 수소 원자 280만 개 당 하나 꼴, 바다에서는 수소 원자 4,900만 개 당 하나 꼴에 불과하지만, 세균에는 수소 원자 203 개 당 하나 꼴로 매우 풍부하게 농축되어 있다고 전합니다. 마찬가지로 탄소나 질소 원자는 인 원자 하나에 비할 때 우주 내에서 각각 680, 230 개 존재하며, 바다에선 974, 633 개, 반면 세균에는 각각 116, 15 개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처럼 인은 생명체를 제외한 환경에선 매우 드문 원소이기 때문에, 인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은 지구 상 생명체 기원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일 것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지구 상에서 그나마 인을 많이 함유한 광물의 형태는 인회석 (燐灰石, apatite) 으로, 이를 물과 혼합하면 매우 극소량의 인산 (phosphate) 이 방출됩니다. 과학자들은 인회석을 고온으로 가열해 보기도 하고, 다른 여러 고에너지 물질들과 반응시켜 보기도 하였으나, 지구 상의 생명체들이 인회석으로부터 충분한 양의 인을 얻었으리라는 가설을 증명하는데는 실패해 왔습니다.
Pasek 은 이렇게 희귀한 인이 원시 태양계 환경에서 다른 금속과 인접하여 부분적으로 농축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Dante Lauretta 의 주장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아마도 철 운석이 지구상으로 떨어지면서 그 속 농축되어 있던 인이 지구로 공급되었을 가설을 제기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에서 인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철과 같은 금속 촉매가 필요하며, 따라서 운석이 낙하하여 액체로 붕괴되는 과정에서 인을 함유한 중요한 유기 물질이 합성되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각종 운석들의 조성을 조사하던 Pasek 은 철과 니켈, 인을 함유한 슈라이버사이트 (schreibersite) 란 광물에 주목하였습니다.
금속 화합물인 슈라이버사이트는 지구 상에서는 대단히 희귀하고 대신 철을 함유한 운석에서 주로 발견되어 집니다. 2004년 4월, Pasek 과 Lauretta 등은 실온에서 슈라이버사이트를 탈이온화된 신선한 물과 섞은 이후 핵자기공명법 (NMR) 으로 결과물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액체 혼합물 속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인화합물들이 합성되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인 원자 두 개에 산소 원자 일곱 개가 붙은 P2-O7, 즉 생화학적으로 필수 불가결한 ATP 에 들어있는 것과 상당히 유사한 인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P2-O7 을 만들어 냈던 연구가 있었으나 고온 환경 등 대단히 극한 상황에서 합성한 결과였고, 이번처럼 실온에서 단순히 물과 섞는 것 만으로 쉽게 생성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은 처음입니다.
즉 철 운석은 다른 운석에 비해 슈라이버사이트를 10 배에서 100 배 더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구의 바다나 강에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생명체에 중요한 인 화합물이 어렵잖게 생성되어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ATP 나 광합성 작용, 그리고 탄소를 함유한 소위 ‘유기 물질’ 들을 서로 잇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P2-O7 화합물은 철 운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며, 이것이 지구 생명체를 잉태하는 촉발제가 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철 운석이 원시 태양계에서 행성의 탄생 및 분화 과정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원시 태양계에 떠돌던 행성소 (行星素, planetesimal) 들은 행성을 만드는 벽돌과도 같은 것으로, 금속질의 핵 주변을 규산염으로 된 맨틀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오늘날 발견되는 철 운석들은 행성소와 유사한 구조로 역시 금속질의 핵에 아콘드라이트 (achondrite) 맨틀로 덮혀 있습니다. 요컨대 행성의 진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물질들이 역시 생명체의 탄생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며, 따라서 생명은 태양계 뿐만 아니라 우주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외계 행성계 어디에서도 충분히 싹틀 수 있다는 보편적 논리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행성소가 최소한 500 km 이상으로 충분히 클 수 있는 소행성 대 (astroid belt) 가 있어야 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행성소가 파괴되어 산산조각 날 수 있는 매커니즘, 그리고 그 조각들이 태양계 내측으로 운반되어 들어올 수 있는 방법 또한 마련되어져야 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 태양계에서는 목성이 행성소들을 태양계 내측으로 끌어 모으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존재가 가능하기까지, 저 멀리 목성으로부터도 도움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Meteorites supplied Earth life with phosphorus, University of Arizona News, August 24, 2004.
2004년 4월 24일 21시 43분 57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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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1월 1일
알비레오의 외계인 이야기
몇해전에 미항공우주국 나사에서는 화성으로부터 날라왔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운석 속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였다고 전세계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1996년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는 패스파인더호를 비롯하여,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려는 여러가지 계획들이 많은 돈과 인력을 소모하면서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외계인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더이상 추운 겨울밤 화로옆에서 군고구마와 동치미와 함께 듣는 공상얘기가 아닙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해서 원초적인 궁금증을 갖고 있습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어느 구석엔가 우리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살아숨쉬고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낭만적이니 말입니다.
외계인이란 무엇인가
그 흔한 단어들 가운데 ‘생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달은 지구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서 여러가지 기체 입자들을 잡아둘만한 중력이 채 못되어 대기가 없고, 그래서 태양으로부터 전해진 열을 가둬둘 수가 없어서 너무도 추운데다가 물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엔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생명체는 우리 사람들처럼 반드시 질소와 산소가 적절히 뒤섞인 공기를 마셔야만 할까요. 지구의 공기 대신 목성이나 토성의 대기에 많은 메탄가스를 신선하다고 마시는 생명체란 있을수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보다 훨씬 추운 곳에서 살면서 지구의 기온을 살기엔 지나치게 뜨겁다고 생각하는 생명체는 혹시 없을까요.
우리는 외계인의 존재를 찾아나서기에 앞서 생명이란 무엇인지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한가지 중요한 원칙을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다소 원론적인 추리를 할 때 그것은 우리가 알고있는과학적인 상식들과 우주의 보편적인 원리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합니다. 무슨 거창한 얘기인가 하시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우주의 보편적 원리>란 모든 만물에는 처음과 끝, 생성과 소멸이 있고 그 모든 과정은 질서있고 조화롭게 수행된다는 점입니다.
근세기에 들어 의학이 발전하면서 생명에 관한 지식이 갑자기 많아졌습니다. 이젠 생명체의 모든 것들을 분자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소 유물론적인 접근 방법은 심지어 생명체의 가장 고차원적인 분야인 의식과 정신의 연구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생명>이란 추상적인 단어 대신에 <생명현상>이란 말을 씁니다. 생명이란 더이상 조물주만의 고유영역이 아니라 과학이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 <생명공학>이란 학문도 생겨났습니다.
생명체란 무엇일까요? 그것이 에얼리언에 나오는 끈적끈적해 보이는 괴물이건 E.T같은 짜리몽땅한 덩어리이건 돌맹이건 간에 우리가 어떤 객체를 보고 저놈은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따져봅시다.
주위와 구별되어져야 한다
생명체라는 한개의 개체가 만들어지려면 우선 주위 환경과의 경계가 되는 일종의 막으로 둘러쌓여 있어야 합니다. 마치 인체가 단백질과 지방으로 만들어진 피부라는 막으로 둘러 쌓여있듯이 말입니다.
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다
그리고 탄생과 죽음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행성과 항성, 은하, 나아가 이모든 것을 포괄하는 우주 자체도 탄생과 죽음이 있다고 생각되어지고 있으며 이는 우주의 보편적인 원리 가운데 하나이니 말입니다.
뭔가를 유지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탄생과 죽음사이의 기간동안 생명체는 자신을 유지해야하며 이때 그 생명체는 살아있다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생명체가 자신을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를 쓰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이 주위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에너지는 창조되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이와같이 주위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다 쓰는 과정을 대사(metabolism)라고 불러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생식
생명체란 말 안에는 그 개체가 생명활동을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즉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죽기 이전에는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여러가지 외부 요인들에 대처하므로서 존재하려하지만 죽고 나면 어찌할 도리가 없으므로 한가지 예비책을 마련해 놓습니다. 바로 생식 기능을 통해서 생전에 자기의 분신을 만들어놓는 일입니다. 이러한 생식과 유전 기능 또한 생명체의 필수 조건에 포함시켜도 좋을 듯 합니다.
요컨데 생명체란 주위 환경과 경계지을수 있는 막으로 둘러쌓여있으면서 주위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쓰면서 생식을 할 수 있는 개체입니다. 외계인이란 지구상 이외의 장소에서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개체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생명의 근간을 찾아서
<유기물질>이란 단어 들어보셨지요?
중세 연금술사들은 만물을 이루는 물질들 가운데에서 사람이나 장미꽃과 같이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들은 흙이나 바위같은 무생물을 이루는 물질들과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거기에는 특별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어떠한 <생명의 기운>이 깃들여져 있어서 합금처럼 새로 합성해 내거나 더 작은 알갱이로 분해해 낼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물질들을 <유기물질>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여 만물의 구성 성분에 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자 예전에 유기물질로 알았던 물질들이 무생물에도 들어있거나, 반대로 무기물질도 생명체 속에 적잖게 들어가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예컨데 인체의 반이상은 물로 들어차있었고 뼈의 대부분도 무기물질인 칼슘으로 뭉쳐져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유기물질>과 <무기물질>이라는 양분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용하기는 하되 유기물질이란 <탄소 원자 알갱이들을 주된 골격으로 하는 분자물질>로 정의하므로서 그 의미 자체가 많이 변형, 확대되었습니다. 과학이 더욱 발달한 요즘에는 생명체를 단지 신비로운 것으로 보는 막연한 시선에서 벗어나 그 구조를 여느 물질들처럼 분자 생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므로서 생명체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사실 외계인의 존재에 관한 궁금증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화론은 태초에 원시 지구의 대기에 포함되어있던 몇가지 원소들이 뭉쳐져서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물질을 이루고 이들이 진화하여 오늘날의 고등생명체로 발달하였다는 이론입니다. 금세기 초에 진화론을 신봉하였던 몇몇 생물학자들은 여느 물리법칙들과 마찬가지로 진화론도 지구 뿐만아니라 우주 어느 곳에서나 적용되어질 수 있으리라는 가정하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미루어 짐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찰스 다윈이 19세기 중반에 그의 저서 <종의기원>을 통해서 진화론을 처음 제기할 당시에는 그도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된 조상이 과연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속시원히 설명해내지 못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우유 멸균법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생명체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부터 저절로 생겨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면서 만일 다윈의 진화론이 사실이라면 지구 생명의 근원은 또다른 어느 곳으로부터 날라온 것일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후 다윈은 지구의 원시 대기가 생명체의 모체 구실을 하였을 가능성을 제기하였고 이러한 가설은 한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1920년대에 들어와 영국의 할데인과 구소련의 오파린 같은 생물학자들에 의해 다시 부각됩니다. 할데인과 오파린은 지구의 대기가 현재와 같이 산소가 많은 상태에서는 미세한 유기물질들이 곧장 산화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생성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산소가 비교적 적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원시 대기에서는 몇가지 원소들로부터 유기물질이 합성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태초의 유기물질을 이룩한 재료가 되었을 원소들로 할데인은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수증기와 자외선을 꼽았고 오파린은 메탄개스와 암모니아, 수증기, 수소이온 등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세기 중반 아미노산에 대한 연구가 성과를 거두면서 생명의 근원에 관한 연구의 열쇠로 새롭게 주목을 받기에 이릅니다.
누구나 아미노산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요즘 텔레비젼 광고에도 필수 아미노산이 몇 퍼센트 들어있다느니 하는 문구가 자주 보이더군요.
단백질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모든 동물들의 살과 근육과 여러 장기들을 이루는 주된 성분입니다. 벽돌과 같이 단지 생명체의 구조를 이루는 역할 뿐만 아니라 미세하게 혈압을 조절하거나 여성들로하여금 28일에 한번씩 생리를 하게 하는 호르몬들, 한번 홍역에 걸리면 죽을때까지 다시는 안걸리게 하는 면역항체, 뿐만아니라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들과 같이 특정한 기능을 갖고 있는 단백질들도 셀수없이 많습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생명체를 곧 단백질 덩어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단백질들은 다름아닌 <아미노산>들이 모여서 만들어져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아미노산들의 종류는 모두 20여가지이며 이들이 수많은 조합을 이루며 뭉쳐지면서 온갖 모양과 기능의 단백질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1950년대 초에 미국의 밀러는 산소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시 대기의 모델을 만들어놓고 여기에 오파린이 언급한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 수소 이렇게 네가지 원소를 넣은 후 일주일간에 걸쳐 고주파수의 전기 스파크를 가한 결과, 수밀리그램의 글라이신과 알라닌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글라이신과 알라닌은 각기 대표적인 아미노산들 가운데 하나이며 생명체의 근간을 이루는 단백질의 한 성분이었던 것입니다.
밀러의 실험은 지구의 원시 대기에 메탄개스와 암모니아, 물과 수증기가 있었다는 가정하에서 번개와 같은 고주파 전기 스파크의 작용으로 <아미노산>이라는 생명체의 근간을 이루는 유기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증명한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와같이 원시 지구의 대기는 현재와 비교할때 그 구성성분을 비롯한 모든 것이 판이하게 달랐을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발생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원시 대기에 많았던 <수소>가 거의 빠져나가고 대신 <산소>의 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태양계 안의 모든 구성원들은 공통적으로 한개의 거대한 개스구름 덩어리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여기에는 많은 양의 수소가 포함되어있었으리라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초에 모든 갓 태어난 행성들의 대기에는 수소가 많이 들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구와 같이 크기가 작고 태양과도 가까운 행성들은 중력이 작고 표면 온도도 높았기 때문에 대기 중의 수소가 우주 밖으로 빠르게 증발되어 버렸지만, 목성이나 토성처럼 몸집이 크고 먼 행성들의 경우에는 끌어당기는 힘도 크고 표면 온도도 낮았으므로 지구에서처럼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오늘날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은 지구형 행성들의 대기는 목성이나 토성, 천왕성 등의 거대 외행성에서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양의 수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편 현재 지구 대기에 풍부한 산소는 식물을 포함한 여러가지 생명체들의 번성에 이은 이차적인 부산물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가설은 오파린이나 밀러가 제기했던 원시 지구 대기가 어떤 이유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상태로 변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원시 생명체의 탄생과 번성에 있어서 정작 <산소> 자체는 별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반드시 산소가 있어야 비로소 생명의 싹이 생겨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경우 대기 중에 산소가 적고 수소가 많았던 시기에 유기물질이 만들어져 보다 고등의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었지만 세월이 흘러 수소가 빠져나가고 그 공간을 산소가 메우게 되었을 때는 더이상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질이 저절로 생겨나거나 더욱 복잡한 구조로 진화해 나가지 못했습니다. 산소가 이들 미세분자들을 금새 산화시켜버렸기 때문입니다.
왜 외계인하면 하필 화성인인가
누군가 <화성의 지하수는 반드시 끓여드세요>란 충고를 했더랬습니다.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존재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화성에는 과연 화성인이 살고 있을까요? 일전에 한 신문기자가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에게 이와 똑같은 질문을 하면서 200 단어 분량의 원고를 청탁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약속된 기일내에 우송된 원고에는 nobody knows란 두 단어가 정성들인 손글씨로 정확히 100번 꼼꼼하게 들어차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누군가가 시퍼렇게 뜬 두눈으로 화성인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옛부터 각종 공상소설이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외계인들 가운데 대부분이 다름아닌 화성 출신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유독 화성을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있어서 제1순위인 천체로 꼽아왔을까요?
외계인을 찾아내려는 의지는 곧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다른 행성을 찾는 노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갈증날때 암모니아수를 마시고 병원 응급실에서 메탄개스로 인공호흡을 하는 목성인>의 생물학적 생리에 관해서 새롭게 연구하는 것 보다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서 생겨나서 지구 생명체와 유사한 생리를 가진 외계 생명체를 찾는것>이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지구 생명체에게 지구가 참 살기좋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적절한 <표면온도> 때문일 것입니다.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 현상들은 <대사>라고 부르는 갖가지 화학적 반응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이러한 화학 반응의 열쇠 역할을 하는 <효소>들에겐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한 적정 온도가 있습니다. 효소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개 섭씨 0도에서 70도 사이의 범위안에 포함되며, 이것을 곧 지구형 생명체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온도조건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행성의 표면 온도는 태양으로부터의 거리 뿐만 아니라 표면을 뒤덮고 열의 흡수와 배출을 조절해주는 대기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됩니다.
사람들은 지구와 가까운 두 행성인 금성과 화성이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도 엇비슷하므로 표면 온도 또한 지구의 그것과 가장 유사할 것이라고 일단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금성은 그 어떠한 표면 구조물도 식별할 수 없을만큼 대기가 두꺼워서 흡수된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 <온실효과>로 인해 표면이 엄청나게 달궈져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반면 화성의 경우 지구의 남극 대륙과도 유사하게 극지방 부근에 허옇게 극관도 보이고 계절에 따라 표면의 색깔이 약간씩 틀려지는 모양도 관측되는 등지구와 대기의 상태 마저도 유사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화성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능력이 못되었습니다. 그러나 상상속에서라면 얼마든지 그려낼 수가 있었습니다.
<화성인은 지능이 매우 발달해서, 키가 1.2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몸의 대부분을 뇌가 차지하고 있고 이를 16개의 더듬이가 떠받치고 있어서 흡사 문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심폐기능은 발달되어 있지만 후각과 같은 감각이나 생식기관, 소화기관들은 모두 퇴화되어있다. 이들은 다른 생명체의 신선한 혈액을 뽑아서 자신들의 몸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영양을 섭취한다>
이 내용은 영국의 공상가 웰즈가 그의 저명한 소설 <우주대전쟁>에서 그렸던 화성인의 모습입니다. 왜 화성인은 지구인보다 지능이 발달되어야 했었을까요. 물론 화성인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까지 날라오려면 마땅히 그랬어야할 소설 스토리상의 요건도 요건이지만, 태양계 안의 모든 행성들이 태초에 불덩어리였다는 가정하에서 화성이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식어서 딱딱히 굳어진 땅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생명체의 탄생도 빨랐을 것이며 그로부터 고등생물로의 진화 과정도 그만큼 앞서 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일 것입니다.
심폐기능의 발달은 지구와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희박한 화성의 대기에 적응해온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고, 후각이나 생식기, 소화기의 퇴화를 언급한 이유는 이들이 하나같이 <감정>과 <기분>에 직접적인 영양을 끼치는 장기들이라는 사실에서- 나쁜 냄세를 맡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뽀뽀는 황홀하며 배가 아프면 신경도 날카로와지는 것처럼 -, 사랑과 이해와 용서로 뭉친 인간과는 달리 아무런 감정도 없고 단지 지능만 발달한 화성인들의 냉혹함을 뒷받침하려던 의도였을 것입니다. 지구인의 피를 빨아먹기 위해서 멀리 화성으로부터 쳐들어온 문어모양 괴물들이 주인공인 웰즈의 <우주대전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피비린내나는 전쟁도 서슴지 않았던 20세기 초의 당시 험악한 시대 분위기와 잘 어울어져서 그랬는지 대중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화성인 붐>이 일어났고 심지어는 화성인의 존재 가능성에 관해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소설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이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미국에서는 <우주대전쟁>이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되어 방송되었는데 이것을 실제 화성인의 침공에 따른 대피 유도 방송으로 착각해서 뉴저지 주의 경우 공황상태에 이르는 엄청난 혼란이 벌어졌다는 뒷얘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웰즈의 소설은 오늘날 화성인이 외계인의 대명사로 불리워지게 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몫을 담당했습니다.
웰즈의 화성인이 파괴적이고 약탈해서 먹고사는 악당들이었던 것에 반해 로웰이 상상한 화성인은 서로 협동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개척할 줄도 알았던 그런 존재였습니다. 구한말에 외교사절로 우리나라에서 근무도 했었다는 로웰은 말년에 커다란 굴절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측하는 일에 열중했습니다. 그가 그려놓은 스케치를 보면 화성의 표면에 서로 불규착적으로 얽혀있는, 하지만 일정한 방향성이 있어보이는 (적도부근에서 양극 지방 쪽으로) 줄무늬가 무척이나 강조되어서 그려져있습니다. 로웰은 이것이 바로 화성인들이 인공적으로 구축한 운하로써 적도부근의 풍부한 수자원을 척박한 극지방으로 끌어올려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같은 이야기는 실제로 관측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매우 놀라운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젠 보름달의 떡방아 찢는 토끼에 비하면 화성인은 너무나 가능성 있는 현실적인 존재로 믿어지게 되었습니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눈부시게 발전된 로켓기술도 있겠다 이제 인류는 더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화성으로 직접 날아가서 외계인과 악수를 나누자는 의욕적인 의견이 독일의 레이에 의해 제기되었고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그 유명한 폰 브라운에 의해 화성탐사 로켓의 기술적인 부분들이 연구되어졌습니다. 1956년에 이 두사람이 함께 펴낸 <화성탐사>란 책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64년에 마리너4호가 화성의 첫 근접사진을 찍어내는 기적과도같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러나 전송되어온 흑백 사진 속에는 화성인들의 환영 리셉션 장면이 아닌 곰보 투성이의 분화구만이 가득했고 꿈과 모험심에 한껏 들떴던 지구인들의 기대는 비오는날 먼지 가라앉듯이 꺾여버렸습니다. 당연히 화성인과 같은 외계 문어 인간을 찾는데 쓸 엄청난 돈으로 바다에서 유전을 찾아 자가용을 굴리자는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화성인이 없다는 사실 또한 확인하지 못한 일부 의심많은 지구인들에의해 화성탐사계획은 겨우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SETI란 뭐하는 곳인가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의 막이 오르자마자 뿔테 안경을 쓰고 지극히 학구적으로 생긴 한 젊은 연구원이 지구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외계인의 우주선으로부터 지적 생명체의 전파 신호를 감지하면서 호들갑 떠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편 영화 <스피시즈>의 끔찍하지만 매혹적인 주인공도 한 연구소에서 전파 망원경으로 수신한 외계 생명체의 유전자 코드를 바탕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여기가 SETI란 곳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59년 9월, 코코니와 모리슨이란 두 사람이 한 과학잡지에 <외계인들간의 통신 전파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글을 실었습니다. 그들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서 태양과 비슷하게 생긴 주위 별들을 골라 이들로부터 나오는 마이크로웨이브 전파의 양상을 연구하다보면 외계인들간의 통신 주파수를 찾아내어 도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이와 비슷한 시기에 <국제 전파천문학 연구소>의 드레이크란 사람은 이와 유사한 취지의 실험을 독자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드레이크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수식으로 나타낸 유명한 <드레이크 방정식>을 고안해낸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수주일동안 태양과 유사한 몇개의 항성들로부터 나오는 전파를 분석한 후 일단은 어떤 외계 생명체의 신호도 감지해 낼 수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즈마계획>이라고도 불리었던 드레이크의 이러한 연구는 차후에 SETI의 모든 연구 방식에 있어서 모태가 되었습니다.
SETI는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즉 <외계 지적 생명체의 탐색>이란 말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입니다. SETI는 1961년 드레이크의 주도로 결성된 이후 그 연구 장비와 방식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진보를 해오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먹고 사는 일상생활과는 거의 상관없고 근근히 공상과학영화의 엑스트라로 등장할 뿐인 불필요한 기관으로 생각하는 많은 유권자들 때문에선지 현재 SETI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대부분 민간 자금에 의존해서 유지되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ETI League라는 일종의 비전문인을 위한 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투자 금액에 비례하여 회원의 등급이 정해지며 연회비 15달러로부터 50달러까지 다양한 등급이 있습니다. 특히 천달러를 기부하는 사람은 평생회원, 만달러를 기부하면 평생 회원 자격과 더불어 SETI의 전파망원경을 자신의 연구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며, 십만달러는 SETI의 자문인으로 추대되고 만약 백만달러를 기부하면 SETI의 몇몇 주력 전파망원경들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이는 영예(?)를 준다고 합니다.
드레이크 방정식
<우리의 태양계가 속해있는 이 은하계 안에서 우리와 서로 전파를 이용해서 통신으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을만한 문명을 가진 지적 외계인들의 종족 수는 대략 10,000가지 정도되며 그 가운데 하나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이다>
단지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종족 수까지 거론한 이와같은 주장은, 이것이 나름대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추리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라는 사실에서 더더욱 놀라움을 줍니다. 여름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은하수의 별들 가운데에서 10,000여 군데에나 우리 인간들처럼 뭣좀 안다고 뻐기는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10,000이란 구체적인 숫자는 현재 SETI의 고문으로 있는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고안한 <드레이크 방정식>을 통해서 얻어졌습니다.
요컨데 이 방정식의 목적은 <우리와 통신으로 연락이 가능할만한 문명을 가진 지적 외계인의 수>를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이 지구와 유사해야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지구의 대낮을 따뜻하게 비쳐주는 저 태양과 비슷한 크기와 성질의 항성들 숫자를 세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제 이 별들 가운데 지적 외계인이 존재할만한 조건의 별들만을 차근차근 가려내는 과정을 시작해 나갑니다.
먼저 태양과 비슷한 항성들 가운데에서 행성을 품고 있을만한 별들만을 고른다음, 다시 그 가운데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생겨날 수 있는 확률을 생각합니다. 이렇게해서 얻어진 지구형 행성들에서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과 그런 생명체들 가운데에서우리와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을만한 문명이 싹트게 될 확률 등을 곱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제반 조건들을 모두 갖춘 외계인들이라 할지라도 지구인이 생겨나기 훨씬 전에 멸망했거나 아직 원시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우리와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없을 것이므로 이와같은 상호간의 시간적 변수 또한 고려해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쏘아올린 전파가 빛의 속도로 수십만 수백만년을 날라와서 우리 지구의 전파망원경에 닿기 까지의 시간도 염두에 둬야할 것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N = R* fp ne f1 fi fc L
N : 우리와 현재 통신이 가능한 지적 외계인의 수
R* : 은하계 내 태양과 같이 외계인이 생겨나기에 적합한 별들의 수
fp : 이러한 별들이 행성을 갖게 될 확률
ne : 이러한 행성들 가운데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확률
f1 : 이러한 지구형의 행성들에서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
fi : 이러한 생명체들이 지적 능력을 갖게 될 확률
fc : 이러한 지적 능력과 문화가 우리와 통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확률
L : 이러한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외계 종족의 존속 기간
이와같은 <드레이크 방정식>은 그 변수들 자체가 현재 인간의 지식으로는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성격의 것들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생명체가 발생해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확률을 구하기란 너무도 애매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외계인은 지구인과 비슷해야만 한다는 현대판 천동설과도 같은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한 항성계내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은 한 개 밖에 없다는 가정으로 유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태양계 내에 생명체는 오로지 지구에만 존재하고 있다고 단정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도 <드레이크 방정식>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제에 있어서 구체적인 추리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겠습니다.
지금도 SETI의 연구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우주로부터 날라오는 온갖 잡다한 전파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외계 지적 생명체의 메시지를 가슴졸이며 기대하고 있는 배경에는 <드레이크 방정식>이 주는 10,000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적잖은 힘이 되어주고 있을 것입니다.
화성으로부터 날아온 운석
<특이한 주장을 하려면 특이한 증거가 필요하다>란 말이 있습니다.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주장하려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내놓아야할 증거들은 그만큼 특별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요즘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1995년이었나요? 미항공우주국 NASA의 한 연구팀이 수십억년 전에 화성에서 살았던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이러한 실로 엄청난 얘기를 하면서 꺼내놓은 증거물이란 다름아닌 화성에서 날라왔을 것으로 추정하는 감자만한 크기의 바윗돌이었습니다. 이 바윗돌은 지난 1984년 남극 대륙의 Allan Hills라는 지방에서 수집된 1.9 킬로그램짜리 운석으로, 발견된 지명과 년도를 의미하는 ALH84001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ALH84001은 화성 표면의 보잘것없는 바위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가 지금으로부터 천오백만년전쯤에 소행성이나 혜성이 화성과 충돌하면서 화성으로부터 튕켜져 나가서 그후 오랜 세월동안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만삼천년 전쯤에 지구의 남극대륙 얼음 속으로 떨어져 쳐박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썩은 감자모양의 운석 덩어리가 화성에서 왔는지 아니면 여느 운석들처럼 혜성이나 소행성의 찌꺼기인지 어떻게 구별해낼 수 있었을까요? 과학자들은 지난 1970년대 중후반에 바이킹 탐사선이 화성의 표면에 착륙해서 원격조종으로 삽질을 해가면서 힘겹게 얻어낸 화성 표면 암석의 여러가지 물리 화학적 데이터들이 이 운석의 성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석의 미세한 틈속에 수백만년동안 완벽하게 밀봉되어있던 개스의 성분이 화성의 대기 조성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이제 이 운석이 화성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론을 펴는 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도대체 ALH84001 안에 무엇이 들어있었던 것일까요? NASA의 해당 연구팀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이 바윗돌 속의 틈새에는 탄산염이란 물질로 된 덩어리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었는데 이 덩어리들을 고배율의 현미경과 레이저를 이용한 화학적 분석 기법으로 자세하게 조사해 본 결과, (1) 탄산염 덩어리 표면에서 지구상의 세균(흔히들 박테리아라고 하지요)과 단단히 닮은 모양의 아주 미세한 조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2) 그 주위에서 지구의 박테리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과 매우 유사한 자철광 결정체들 및 (3) 생명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몇가지 유기분자들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들 증거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생명체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일는지 모르지만, 이번의 경우 세가지 단서가 한군데에서 한꺼번에 발견되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2년여동안 이들의 주장에 대한 찬반양론이 한치의 양보없이 대립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들 낙관론과 회의론을 둘다 들어보므로서 비록 결론은 도출해내지 못하더라도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연구해 나가는 방식과 외계인의 조건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60년대 마리너호로부터 얼마전의 패스파인더, 글로벌 서베이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지구에서 쏘아올려진 많은 화성 탐사선들이 전송해 온 화성의 표면 모습은 비록 달처럼 매마르고 운석 구덩이로 가득한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좀더 유심히 살펴보면 유수에 의해 깎여진 깊은 계곡이라든가 토양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삼각주와 같이 먼 옛날 한때에는 화성에도 지구처럼 물이 많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36억년전, 태양계가 생긴지 10억년쯤 지난 시기에, 화성 표면의 넘실대는 바닷속 한 바윗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의 화성 대기에는 오래전 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산화탄소로 가득차 있었고 이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도 진하게 녹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사이다와 다를바없는 당시의 화성의 바닷물은 바윗돌들의 균열 틈새로 스며들어가서 탄산염으로 된 결정체를 쌓아놓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 것과 같이 이러한 탄산염 결정체는 세월이 갈수록 점점 커져서 덩어리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근처에 서식하고 있던 화성의 박테리아들을 에워싸고 이를 화석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ALH84001속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모양의 탄산염 덩어리들은 이렇게 형성된 화석이라는 것이 NASA 연구팀이 주장하는 내용의 요점입니다.
이들이 화석이 아니라 단순한 광물 결정체들에 불과하다는 반박에 대해 NASA에서는 이 <화석>들의 근처에서 다량 검출된 자철광과 황화철의 결정체들을 증거로 내놓았습니다. 지구상에서 발견된 바 있는 태고적 박테리아 화석의 주변에서도 이와 같은 물질들이 검출되어왔기 때문입니다. 더우기 이들 자철광 결정체들의 모양이 <눈물방울 모양>의 비대칭형이라는 점은 이들의 주장을 보다 설득력있게 합니다. 생명현상과는 무관하게 자연적으로 생긴 결정체들은 눈송이에서 보듯이 으례 대칭형을 하고 있습니다.
ALH84001에서는 자철광 뿐만 아니라 PAH라는, 생명현상의 결과로 축적되었을법한 유기물질이 다량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PAH가 운석이 지구로 떨어지고난 이후에 지구의 유기적 환경에서 묻어난 것일 수 있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NASA의 연구진들은 PAH가 ALH84001 운석 덩어리의 표면에 비해서 오히려 그 내부에서 훨씬더 많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이를 반박했습니다. 지구에서 오염된 결과라면 운석의 속보단 겉에 더 많이 묻어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닷물과 뜨거운 유황이 섞여서 지글지글 끓어넘치는 곳이나 호수 밑바닥 공기가 전혀 없는 진흙탕 속에서처럼 지구상의 생명체가 도저히 숨쉬며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척박한 곳에서도 수많은 미생물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생존 매커니즘을 이용해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음이 알려져 왔습니다. ALH84001의 <박테리아 화석>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소가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와 물이 많았던 예전의 화성에서도 충분히 생명체들이 잉태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운석속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화석>은 태고적 지구상에서 화석으로 굳어버린 일반적인 박테리아들에 비해 수천분의 일 정도나 작은 크기라는데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일부 비관론자들이 그렇게 작은 박테리아 속에 과연 효소나 유전물질과 같이 생명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합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런 비관론을 일축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의 미생물학자인 Todd Stevens는 워싱턴의 컬럼비아 강 바닥의 암석 균열에서 화성 <미세화석>의 두배 정도 크기에 해당하는 극히 작은 박테리아를 발견해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박테리아는 무얼 먹고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이 강바닥은 상당히 깊어서 태양광선도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광합성을 할 수도 없을 터였습니다.
Todd는 이 박테리아들이 암석과 강물과의 화학 반응으로 생겨나는 수소 개스를 에너지원으로 삼아서 살아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수소를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메탄개스로 바꾸는 과정에서 얻어진 극소량의 에너지를 빨아먹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ALH84001속에 굳어져있는 그 박테리아들도 이런 방식으로 식사문제를 해결했었을는지 모르는 일입니다.
Todd 뿐만 아니라 택사스 대학의 지질학자인 Robert Folk도 이와 같은 맥락의 발견을 하였습니다. 그는 지난 몇년간 이탈리아의 온천에서 연구하다가 온천수 밑바닥의 바위 표본에서 탄산염으로 만들어진 20억년된 박테리아 화석을 발견해냈다고 발표했습니다. 화석을 이룬 물질의 성분도 같았을 뿐만 아니라 그 크기도 ALH84001안에 들어있던 <미세화석>과 거의 같거나 조금 큰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와같이 지독한 환경에서도 불과 몇백 나노미터의 미세한 몸집을 한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소위 <나노박테리아>의 존재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누구도 이들을 직접 배양해보지도 못했거니와 그들의 유전물질이나 대사과정에 관해서 객관적으로 분석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박테리아를 닮은 화석의 겉모습만을 관찰하고 이에 의존한 추측밖에 할 수 없었읍니다.
앞서 거론한 눈물방울 모양의 자철광 결정체에 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지구상의 박테리아의 경우, 이런 철을 함유한 결정체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이를 마치 <축소판 나침반>처럼 이용해서 방향 감각을 얻기 위한 것인데, 화성은 지구 자기장의 0.2 퍼센트에 불과한 매우 약한 자기장을 띠고 있으므로 정작 화성의 박테리아들에겐 별 쓸모가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1997년 Hack the Planet 웹사이트에 연재하였던 글입니다.
2000년 1월 1일 22시 14분 06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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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생명체
Gerald A.Soffen은 1961년 프린스톤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NASA 본부에서 생명과학 연구를 하다가 지금은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력으로 그는 생의학, 우주생물학, 외계생물학 분야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지난 1975년 바이킹 화성탐사계획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NASA 내부에 천문생물학회 (Astrobiology Institute)를 창단하고 스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태양계의 생명체 Life in the Solar System 는 Gerald A.Soffen이 The New Solar System 4판에 기고한 글을 편역한 것입니다. 전문적인 내용들은 쉽게 풀거나 이미지 클립이나 역주를 달아 되도록 원문의 내용이 빠짐없이 구체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생명체의 본질과 지구 이외의 곳에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글은, 우선 지구 생명체에 관한 객관적인 조명으로부터, 태양계의 다른 행성, 나아가 태양계 밖의 다른 행성계에 대해 차례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관심있는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1999년 무더운 8월, 알비레오 윤홍선 올림
서론
<태양계의 생명체>라는 주제에는 지구 이외의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암시가 포함되기 때문에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많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20세기에 들어 유기화학, 천체물리학, 지질학 등의 학문이 급속히 발달하고 1960년대 미항공국우주국 NASA의 주도로 획기적인 태양계 탐사가 시작된 이후로,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최근 활발한 우주 탐사의 내면에는, 다른 행성들을 탐험하여 과연 인류가 유일한 생명체인지, 아니면 우리 말고도 다른 생명체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욕구가 잠재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19세기 찰스다윈이 종의 기원이란 논문을 발표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덕분에 진화란 단어가 나타나 생명체의 탄생에 관한 새로운 시각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윈이 살던 시대에 생명체의 탄생에 관한 연구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그가 1863년에 J.D.Hooker에게 보낸 편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만물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만큼이나 쓸데없고 어리석인 일에 불과한 것 같다.”
세기가 바뀌자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들이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유전학자 John B.S.Haldane과 러시아의 화학자 Aleksandr I.Oparin은 고대 지구의 환경과 생명체의 관한 생물학적 연구를 처음으로 시도하였습니다. 1924년 오파린은 논문에서 “초창기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을 것 같다”고 적고 있습니다. 할데인은 한단계 더 나아가 원시대기에는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었을 것이므로 “초기 생명체들은 산화반응 대신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아마도 지구의 제일 첫 생명체는 태양의 방사선에 의해 합성된 고분자 물질이었을 것이며, 그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바로 그 환경 안에서만 번식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번식 능력을 갖게 되기에는 매우 고차원적인 특별한 분자들이 필요했을 것이며, 그것은 아마도 우연한 기회에서 얻게 되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과학자들은 원시대기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1953 년 Stanley Miller와 그의 스승인 Harold Urey는 이를 토대로 역사적인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원시대기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메탄, 암모니아, 물에 전기 자극을 가하여 아미노산과 당과 같은, 생명체를 이루는 유기물질을 합성해 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급기야는 1975-76년 NASA의 바이킹 탐사 계획 당시 화성의 생명체를 직접 탐색하는 실험을 실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결정적 단서를 찾는데는 실패하였지만 향후 외계생명체의 탐색에 있어 그 접근 방법을 제시해 줬다는 데 적지 않은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체
현재 태양계 안에서 생명체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곳은 사실 지구 밖에 없습니다. 우리 지구의 생태계가 태초에 어떻게 이루워졌고 어떤 발전과정을 겪어 오늘에 이르렀나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면, 여기에는 천체물리학, 지질학,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서로 뒤섞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즉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탄생의 역사에는 천체물리학이, 지구와 대기 환경의 발달의 역사에는 지질학과 화학이, 그리고 어떻게 생명이 싹트기 시작하였는가 하는 것에는 생물학과 생화학이 주로 연관되겠지요. 요컨데 원시 대기의 상태와 생명체의 탄생 과정이라는 어려운 수수께끼에 접근하려면 이러한 폭넓은 분야의 연구를 동시에 염두에 둬야 하는 것입니다.
생명 life 이란 무엇인가... 아직까진 그 누구도 단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지구상의 생명체를 보면 크게 두가지 중요한 특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생식과 번식의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하여 서서히 진화해 나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또한 지구의 생명체는 세가지 필수적인 요소 - 물, 에너지, 유기물질 - 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의 지구는 넓은 대양으로 덮여 있는데다가 강렬한 태양에너지와 여러가지 화학에너지, 화산에너지를 제공받고 있으며 엄청난 양의 유기물질로 뒤덮여 있으니, 이 세가지 요건을 훌륭하게 충족시키는 셈입니다. 특히 지구상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질들을 살펴보면 이들 사이에서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끄집어 낼 수 있습니다. 모두 수소와 산소, 탄소, 질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곧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재료>들을 이용하여 화학자들은 인위적으로 생명 물질을 합성해 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것이 인간이던 나무던 간에 지구상의 온갖 생명체들의 기원과 발달 과정이 태초에는 모두 똑같았을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태양계의 형성과 생명체가 살기 좋은 여건의 형성, 그리고 유기물질의 합성과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분자의 형성, 결국엔 첫 생명체를 탄생하기 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원시지구는 지금과 같이 생명체에게 안락한 장소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바다라고 부르는 광활한 물 웅덩이는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표면은 시도때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혜성과 소행성의 공격으로 온통 벌집처럼 되어있었습니다. 이러한 살벌한 분위기는 확실히 생명체의 탄생을 계속적으로 저지, 억압했을 것입니다. 어떤 과학자는 원시지구환경에서 아마도 여러차례 생명의 싹이 트고 지고를 반복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혜성의 폭탄세례가 생명의 탄생에 악영향만을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지표면에 여러 군데의 커다란 구덩이 (크레이터)를 만들어 놓아 원시 바다의 터전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물과 다량의 유기물질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Christopher Chyba와 고 Carl Sagan과 같은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뒤에 다시 다루겠지만 만일 혜성이 이러한 영향들을 지구에 미쳤다면 그들은 다른 행성들에게도 똑같이 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시나리오가 암시하는 바를 생각하면 흥미롭기 그지 없습니다.
지구가 냉각되고 혜성과 소행성의 충돌 횟수가 점차 누그러 지면서 태양에너지와 여러 화학적 에너지의 도움으로, 혜성이 가져오거나 지표면과 원시대기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진 여러 유기물질들이 서로 복잡하게 합쳐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들이 더더욱 농축되어 마침내 생명 탄생에 필요한 매우 복잡한 거대분자 macromolecule 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자, 이로부터 어떻게 생명체가 형성되었을까요? 여러가지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지만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이론은 이런 거대분자들 중 하나였던 RNA ribonucleic acid 가 어느날 분자적 레벨에서의 일종의 <진화>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진화의 첫 단계로 원시 RNA가 촉매기능을 띠면서 뉴클레오티드 수프 (뉴클레오티드는 RNA가 분해된 가루들을 말합니다. 뉴클레오티드 수프는 이들 가루들이 다량으로 모여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들 가루들은 재조합되어 다시 RNA로 합성될 수도 있습니다 - 역주) 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RNA 분자들은 뉴클레오티드들을 재조합 recombination 하는 법을 익혀 스스로와 똑같은 다른 RNA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즉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복제 과정에서 뉴클레오티드의 서열이 원본과 다소 틀려지게 되면서 여러가지 돌연변이 RNA들이 출현하게 되었고 게중 일부는 기존의 RNA와는 다른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내 보다 진보된 RNA는 효소와 같은 작용을 할 수 있게 되어 단백질을 합성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지금도 인류를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들은 세포안에서 RNA에 의해 여러가지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역주). 활성화된 일부 전구단백질 protoprotein 들은 결국 세포와 같은 생명체의 기초 틀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지질은 세포의 바깥 테두리를 형성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이와같은 시나리오는 여러 면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긴 하나 아직까진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쨋거나 지금으로부터 38억 5천만년 전 지구상에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첫 생명체가 등장했습니다. 이 생명체는 번식하기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돌연변이와 자연선택과 같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다 나은 생명체로 진보되어 나갔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돌연변이들은 도태되었지만 게중 아주 일부 돌연변이들은 당시 시대의 일반 생명체들보다도 유리한 능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들 초창기 생명체들은 처음엔 오로지 자기 주위에 있는 외부 에너지 만을 흡수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이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증가할 수록 복잡성 complexity 이 나타나면서 자유에너지는 감소하게 됩니다. 즉, 주위의 환경이 소모되고 변화되면 결국엔 전반적인 에너지의 상태도 줄어듭니다. 생명체들은 더이상 외부 에너지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에 적응하여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남았습니다. 즉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일종의 내부 화학공장을 발명해 내어 계속적인 진화와 발전의 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진보된 능력을 얻은 생명체들은 점차 지구 생태계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다른 변형된 개체들의 탄생을 억압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생명체 탄생의 과정은 지구상 어디에서 일어났을까요. 오랫동안 바다가 생명의 탄생 장소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찰스 다윈 이후로 많은 과학자들은 작은 바다의 가장자리에 있는, 햇빛이 잘드는 얕은 물웅덩이가 생명 탄생의 적소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물웅덩이 만이 적합한 곳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예컨대 바다 깊숙한 곳과 같이 생명체의 합성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가능했을 것입니다. 더우기 원시지구의 환경에서는 지표면에 가까울 수록 매우 험란한 환경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쉴새없이 쏟아져 내리는 먼지의 빗줄기는 대기를 금새 차갑게도 하고 덥게도 하면서 급격한 기상 변동을 초래했을 것입니다. 더우기 당시의 태양은 오늘날에 비해 훨씬 어두워서 2/3의 열량만을 제공했기 때문에 생명체의 탄생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명은 얕은 바닷가보다는 대양 깊숙한 곳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엔 태양빛이 결여되어 있지 않을까요? 해저화산 주변은 어떨까요? 이곳은 풍부한 물과 뜨거운 온기, 그리고 유기물질 등 제반 여건을 두루 갖춘 곳입니다. 아니면 깊은 땅속은 어떨까요? 여기에도 꾸준한 지열과 다량의 유기물질이 있는 곳입니다. 나중에 다시 거론하겠지만, 최근들어 우리는 태양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못하는 심해저화산 주변에도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 군집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밝혀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깊은 땅속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생명체가 어디서 나타났건 간에, 결국 지구의 생명체는 꾸준히 살아남았습니다. 아무리 심한 재앙이 닥쳐도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종은 살아남아서,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들을 잉태해냈습니다. 이들 다양한 지구 생명체들은 태초에 모두 한가지 성공적인 원시 생명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증거들이 있습니다. 모든 지구 생명체는 거의 동일한 생화학적 반응에 의존하고 있고 동일한 유전암호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두 같은 종류의 입체이성체 stereoisomer 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입체이성체란 어떤 분자와 그 구조는 동일하지만 원소들의 배치 방향이 정반대인 또다른 분자를 말합니다(만약 당신이 거울 앞에 서 있다면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과 당신은 서로 입체이성체입니다. 입체이성체는 원소의 배열 방향에 따라 각각 L타입과, 그 거울상인 D타입으로 표기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L타입 물질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역주). 그런데 생물학적 활동과 연관이 없는 유기물질에는 두가지 입체이성체가 모두 비슷한 비율로 함유되어 있는 반면,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유독 한가지 형태(L 형태, left-handed)의 아미노산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969년 호주에 떨어진 Murchison 운석에서 총 16가지의 아미노산이 들어있었으며 이들 중 L타입이 D타입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 물질들이 외계생명체로부터 묻어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우주 곳곳에 L타입의 아미노산을 운반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혹자는 운석이 지구로 떨어진 이후에 지구상의 여러 생명물질에 의해 오염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Murchison 운석 속의 아미노산들에는 다량의 질소 동위원소들이 함유되어 있었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사실은 지구상 생명체의 기원이라는 궁금증에 뭔가를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생명체는 지구상에서 만들어졌어도, 그것은 지구가 형성되기 훨씬 이전에, 아마도 우주가 생기면서 이미 확립된 유기물질들의 화학적 반응 양상의 기반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우주의 법칙이었습니다. 보다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태양계 안에서 지구 이외의 곳에도 생명체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 줍니다. 만약 혜성과 운석들이 생명체의 기초가 되는 L타입의 유기물질들을 운반해줬다면 다른 행성들에게도 그리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태양계 내 지구 외의 행성에서 만일 생명체나 그 흔적을 찾게 된다면, 지구상의 생명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
원시지구의 환경은 상상외로 혹독했습니다. 생명은 그 곳에서 태어나 살아남았고 또 번성하였습니다. 이를 보면, 원시지구와 비슷한 다른 척박한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는 지구상에서 화성의 환경과 흡사한 오지를 찾아가 그 곳의 생명체를 탐사하므로서, 만일 화성에 생명이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지구의 가장 황량한 지역에도 다양한 종의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 이렇게 극한의 환경에서 사는 생물을 통칭하여 extremophile 이라고 부릅니다 (극한의 환경을 좋아하는 생물이란 뜻의 라틴어입니다 - 역주). 여기에는 사이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 와 같이 초기 생명체와 흡사한 생물들이 많습니다.
매우 추운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를 psychrophile 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연중 꽁꽁 얼어있다가 여름에 불과 몇 주간만 해동되는 추운 지역에서도 잘 서식하는데, 남극대륙 등지에서 많은 수가 군집 colony 를 이루며 살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여기에는 광합성을 하는 진핵류 eukarya 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해초류 algae , 규조류 diatom , 박테리아 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각 서식하는 얼음지대의 빛깔을 바꿔놓는 특징이 있습니다.
추운 심해저에는 메탄이 일종의 수산화물 형태로 꽁꽁 얼어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잠수정을 이용한 멕시코만의 심해저 탐사 과정 중 메탄의 노두들 사이에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들은 평평한 몸매에 눈이 없는 핑크색 벌레들로, 주위의 메탄개스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호산성생물 acidophile 과 호염기성생물 alkaliphile 들은 pH 5 이하나 9 이상의, 극단적으로 산성이나 염기성인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습니다. 석탄 침전물 사이에서 발견된 어떤 호산성생물은 외부의 산이 세포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일종의 트릭을 쓰고 있습니다. 반면 탄산 온천에서 발견된 어떤 호염기성생물은 세포 내부만은 항상 중성으로 유지시키는 특별한 효소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Halophile 로 분류되는 생물들은 모두 증발되어 말라비틀어진 죽음의 바다 바닥에서 서식합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특별한 삼투압 기전을 개발하여, 주위의 건조한 염분 결정들 사이에서도 잘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아주 이상한 생장환경을 갖고 있는 생물들이 있는가 하면, 매우 특별한 환경 조건 만을 요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Sulfollbus acidocaldarius 는 섭씨 85도 이상의 고온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떤 박테리아들은 이보다 더 높은 온도를 요구하여 생장온도가 물의 끓는 점보다 높기도 합니다. 심해저의 화산 분출구 주위에 사는 pyrolobus fumatii 는 섭씨 113도에서 제일 잘 자라며, 90도 이하에서는 번식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온도가 그들에겐 매우 추운 모양입니다. 대조적으로 polaromonas vavuolata 라는 박테리아는 섭씨 4도에서 잘 자라며, 12도 이상에서는 번식하지 않습니다. 한편 methanopyrus 라고 불리우는 심해저의 박테리아는 뜨거운 환경을 좋아하며 스스로 생존에 필요한 메탄을 합성하는 능력도 갖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lithoautotrophic microbes 라는 미생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벌레는 바다 바닥의 화성암 주변에 살면서 심해저 화산 활동으로 생긴 수소와 메탄, 황화수소 등에서 에너지를 빨아먹고 살고 있습니다. 이런 영양분들은 먼저 주위 바닷물에 녹아들어간 이후 이들에게 공급됩니다. Lithoautotroph 는 수백만년 동안이나 지표면과 단절된 이곳 심해저에서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행성에도 지표면이 아닌, 지표면과 크게 단절된 지역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입니다. Lithoautotroph 는 태양에너지를 전혀 필요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은 일종의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이와같은 사실은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같은 곳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합니다. 그곳의 표면은 온통 얼음으로 덮여있지만 그 밑에는 많은 물과 뜨거운 온기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Crytoendolith 는 바위의 표면이나 바위 속에 살고 있는 생물을 일컫습니다. 사암과 같이 구멍이 많이 뚤린 바위에는 이끼나 곰팡이, 녹조류와 같은 다양한 생물들이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이스트나 아메바, 사이노박테리아와 같은 것들은 바위 속 작은 틈새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 모양을 한번 미생물학적인 시야에서 바라봅시다. 바위의 표면으로부터 1센티미터 안쪽에 살고 있는 1 미크론짜리 박테리아는, 자기 몸의 1만배나 해당하는 깊숙한 곳에 파묻여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생장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이 마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태양광선은 투명한 광물의 경우 1센티미터 정도는 쉽게 투과합니다)
극히 최근전까지만해도 우리는 이러한 특이한 생존 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데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우리는 생명이 살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그동안 너무나 편협한 시각을 가져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Extremophile 은 다른 행성에 살고 있을 수 있는 생명체의 윤곽을 제시합니다. 적어도 생명체는 얕은 바다나 호수와 같은 곳에만 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찾아야 합니다.
지구 이외의 오지에서 생명체를 찾아내려는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스펙트럼 망원경으로 성간물질들을 조사하던 중 10가지 이상의 유기물질들이 이미 검출되었고 매년 새로운 종류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Murchison 운석은 몇 퍼센트에 육박하는 다량의 유기물질들을 갖고 있었고 여기에는 많은 아미노산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시지구의 환경을 그대로 본딴 실험실에서는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유기물질들이 어렵지 않게 합성되었습니다. 최근들어 우리는 지구의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들의 습성을 밝혀냄으로서, 지구 밖 생명체를 찾는데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화성의 매력
우리가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들 가운데, 생명의 흔적을 찾기를 가장 원해왔고 지금도 제일 열심히 연구하고 곳이 바로 화성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체와 우주의 풍부한 원소, 그리고 유기화학에 대하여 축적되어온 지식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1960년대 말 과학자들은 화성에 어떤 형태로든 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NASA에서는 1975년 여름 두 대의 쌍동이 바이킹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냈습니다. 각각의 바이킹 탐사선은 궤도선 orbiter 과 착륙선 lander 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궤도선이 화성의 표면 지도를 작성하여 착륙에 적합한 - 너무 험란하지 않으면서도 생명체가 있음직한 - 장소를 물색하였습니다. 곧이어 착륙선이 표면에 안착해 주위의 풍경 사진을 촬영하고 토양과 대기의 화학적, 물리적 특성을 조사하였으며 미생물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알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바이킹1호는 1976년 7월 20일 , 2호는 그로부터 몇주일 후인 9월 3일 각각 화성에 착륙했습니다. 바이킹계획은 그 후 5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가장 성공적인 태양계 탐사 계획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바이킹 2호의 지진계가 제대로 작동 안한 것만 제외하고).
화성의 땅은 지진도 없이 고요했고, 온통 화산재로 뒤덮여 있었으며 계절마다 모양과 크기가 변하는 극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착륙선은 수시로 화성의 날씨 변화 양상을 기록했고, 화성 표면의 모든 물질들이 심하게 산화되어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착륙선의 로보트 팔이 주위에 있는 토양을 30센티미터 깊이로 파서 수거한 샘플로 여러가지 실험이 수행되었습니다.
내장된 세 가지의 첨단 생물학적 관측기기가 토양샘플 안에서 생명체의 여러 증후들 - 대사 metabolism , 성장 growth , 광합성 photosynthesis - 을 집중적으로 탐색하였습니다. 첫번째 열분해 방출 pyrolytic-release 실험에서는 토양 속의 미생물이 방사성 원소가 표지된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와 동화되기를 기대했습니다. 두번째 표식 방출 labeled-release 실험에서는 영양물질이 들어있는 개스를 토양 속에 주입한 후 탄소치를 측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스 교환 gas-exchage 실험에서는 닭고기 수프를 토양에 첨가하여 미생물이 이를 먹고 배출할 대사 개스를 측정했습니다. 이와 같은 총 세가지 실험을 수행하고 난 결과, 일부에서 미묘하나마 양성반응과 유사한 이상 산화반응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바이킹 생물학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 실험 가운데 어떤 것도 화성 생명체의 존재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진 못했다.”
바이킹은 또다른 방법으로 화성의 유기물질을 탐색하였습니다. 운석과 혜성들은 그들이 지구에 그리했던 것 처럼 다량의 유기물질들을 화성에 쏟아부었을 것입니다. 바이킹 탐사선은 화성표면의 유기물질을 검사하여 그것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인지, 아니면 화성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된 것인지를 구별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화성의 표면이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되어 유기물질이 희박하리라 생각하고 가장 예민한 검출기구를 사용했습니다. 그 장비의 민감도는 0.0000001 퍼센트에 달하여, 지구상에서 아무리 사소한 생명체라도 존재하기만 한다면 이 장치는 그것을 능히 검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화성에서 보내진 두 대의 이 검출장치는 모두 성공적으로 작동하였습니다. 그들은 화성 대기의 성분들 -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질소, 질산 - 과 조성을 정밀하게 측정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량이지만 아르곤, 네온, 크립톤, 제논, 그리고 이들의 동위원소들이 혼합되어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후에, 지구상에 떨어진 운석 속의 개스를 분석하여 그것이 화성에서 날라온 것인지를 판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민감한 바이킹의 검출장치는 심지어 조립 중에 그들 스스로를 세척하는데 쓰였던 프레온도 검출해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검출기도 화성 대기에서 어떤 유기화합물도, 메탄도, 탄화수소도, 아미노산도 발견해내지 못했습니다. 바이킹이 착륙한 지점에는 그 어떤 유기물질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것은 바이킹 탐사계획이 가져다 준 가장 대표적인 탐사 결과였습니다 - 비록 그것이 우리가 기대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국 NASA의 생물학팀은 바이킹이 화성의 생명체를 찾는데 실패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이 국립과학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바이킹은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다소 낮추었다.” 머지않아 화성의 토양 샘플을 직접 수거해 와 지구상의 실험실에서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바이킹 이후의 화성
비록 찾아내는데는 실패하였지만, 바이킹의 역사적인 화성 생명체 탐사에 자극받아 생명의 기원을 보다 화학적으로 규명해보려는 연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유기화학이 더욱 확장되어 물이나 개스와같은 무기물질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기물질과 무기물질 - 염, 여러 이온, 금속 그리고 특히 진흙 등 - 과의 반응이 원시지구의 환경에서 유기물질이 보다 고분자화 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분자물질이 탄생한 직 후, 이제 유전 정보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어 자기복제가 가능한 생명체가 나타났을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화성의 물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화성에서 액체 형태의 물을 찾는 것이 생명체를 찾는 중요한 열쇠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미 화성의 양극지방 표면 바로 밑에 상당량의 물의 얼음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것이 겨울철에 대기로 승화되어 흘러나와 땅바닥에 서리를 드리운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와같은 이야기는 화성의 생명체 - 적어도 과거의 화석만이라도 - 가 존재할 가능성을 적잖이 암시해 줍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화성 양극 지방의 얼음층이 지표면으로부터 얼마나 깊숙한 곳에 있는지, 그리고 얼음층 주변 군데군데에 액체 상태의 물의 호수가 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지표면으로부터 파들어가는 일은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양극지방의 녹지 않는 단단한 얼음층은 어떤 구역을 설정하여, 그 안에서 유기분자들이 농축될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만약에 그 주위에 다소나마 액체의 물이 존재한다면, 유기물질이 산화되어 버리는 것을 충분히 막아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화성의 지질구조, 그리고 생명의 기원과 진화 문제에 촛점을 맞춰 화성 탐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1997년 성공적이었던 패스파인더와 소저너 탐사계획도 그 가운데 일부입니다. 그들은 착륙지인 Ares 계곡의 풍경을 아주 자세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그곳은 과거 홍수가 범람했던 지역으로 다양한 색, 모양, 조성의 바위들이 온통 널려져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패스파인더의 카메라는 대기 중에 떠있는 얼음 구름을 관측했고 감지기는 풍속과 기온을 측정했습니다. 한편 1997년말의 글로벌서베이어호는 화성 주위를 돌면서 지질구조를 아주 고해상도로 촬영했습니다. 이에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많은 화성 탐사계획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화성의 극지방에 착륙하여 영구동토층을 뚫고 캐낸 샘플을 갖고 되덜아오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자는 화성 생명체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바쳐왔습니다. 바이킹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로서 당시, 나는 화성 표면에도 지구의 그것과 비슷한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가졌었습니다. 이와같은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화성의 수많은 착륙가능 지점 가운데 지구로 따지면 사막 한가운데와 같은 지역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는 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성 생명체 탐사를 계속할 것이면, 어떻게 찾을 것인지, 그리고 샘플을 가져오는 문제 등 복합적인 방안들을 폭넓게 강구해야 합니다. 바이킹, 패스파인더, 글로벌서베이어호는 화성의 표면만 살펴보았습니다. 지구처럼 화성의 땅속에는 수분과 온기가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첫 라운드에서 우리가 보낸 탐사선들은 이 점을 간과했습니다. 지구처럼 화성의 바위 속에 생명체가 존재했다하더라도 기존의 탐사선들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은 수박 겉핥기,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ALH 84001 운석
화성 생명체를 연구하는데 있어 한가지 흥미로운 방법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화성에서 떨어져 날라와 지구에 운석의 형태로 추락한 바위들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ALH 84001이란 이름의 화성운석입니다. 1984년 남극대륙의 앨런 힐즈 Allan Hills 지방에서 발견된 이 운석은 지금으로부터 1천6백만년전 어느날 화성에 거대 충돌이 일어나면서 그 충격으로 우주공간으로 떨어져 나온 바위가 태양계 행성간 공간을 떠돌아 다니다가 1만3천년전 남극대륙에 추락한 것입니다. 1993년말 시행된 동위원소 실험에서 이 바위는 약 45억년 전 화성에서 형성된 것임이 증명되었습니다.
화학적, 지질학적, 그리고 생물학적인 다채로운 분석이 ALH 84001 운석에 집중되었습니다. ALH 84001의 갈라진 틈새에는 작은 탄산염 광물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1996년 David S.Mckay를 단장으로 하는 과학자 팀은 이 탄산염 광물 속에서 고대 화성의 미생물의 화석으로밖에 볼 수 없는 화학적, 광물학적 특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컨데 이 탄산염 덩어리를 높은 배율로 확대해서 보면 그 안에 둥글 둥글하고 길죽한 모양의 어떤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크기는 100나노미터 (0.1 미크론)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탄산염 속에는 또한 자기장을 띤 작은 결정체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지구상에서 발견된 일부 박테리아들도 이와 유사한 결정체들을 형성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생물학자들은 이것이 생명 활동의 단정적인 흔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놀라운 발표가 나오자마자 즉각 수많은 반박 이론들이 터져나왔습니다. 어떤 미생물학자는 발견된 나노화석들의 크기가 유전물질을 담기에는 너무 작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반박이론의 가장 토픽이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렇게 작은 크기의 박테리아가 지구상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결과가 어찌했던 간에 ALH 84001은 화학과 미생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과제의 장을 열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고안된 여러가지 분석 방법은 나중에 화성 표면의 바위속 생명체를 찾아내거나 지구로 갖고 돌아온 샘플을 분석하는데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입니다.
다른 행성들
최근 들어와 밝혀진 가장 획기적인 사실 중에 하나는 단순히 메탄, 암모니아, 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와 같은 원초적인 물질들을 섞고 여기에 약간의 에너지를 가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히 복잡한 유기화합물이 합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에너지로는 천둥과 같은 전기 스파크나 태양빛과 같은 자외선, 뿐만 아니라 화산 활동과 같은 고온과 고압의 환경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합성된 유기화합물들은 수백가지로, 모두 생명체의 기본 재료를 구성하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유기 화합물이 쉽게 만들어진다면,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위성에서도 조건만 맞으면 그리 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설령 행성 자체에서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많은 양이 혜성이나 소행성으로부터 직접 배달되었을 것입니다. 혜성은 수소, 산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과 같은 개스가 한데 응축된 얼음덩어리이지만 거기에는 유기 화합물인 HCN 과 같은 성분도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조사된 바에 따르면 거기에는 보다 복잡한 유기물들도 많습니다. 일례로 지난 1986년 핼리혜성의 핵을 근접 관측한 지오토 탐사선은 10여가지의 유기화합물들을 발견하였습니다.
혜성은 태고적 태양계의 환경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천체이므로, 지구를 포함한 여러 행성들이 처음 융합되었을 당시 어떤 상태였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혜성은 지구에 충돌하면서 유기물의 바다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처럼 생명의 열쇠를 품은 혜성이기에, 생물학자들은 혜성의 샘플을 갖고 연구소에서 분석할 날을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뭔가 중요한 해결책을 손에 쥐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혜성이 이룬 유기물의 바다가 얼마나 풍부했던 간에, 생명체를 구성하려면 일련의 고도히 조직화된 화학 반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유기화합물만 있다고 그것이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향곡과 같은 잘 조화된 질서가 부여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이웃세계들은 생명체에겐 너무나 부적합하게만 보입니다. 우리는 달에 가 보았고 거기엔 생명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성엔 대기가 없었고 그래서 햇볕이 닿는 부분은 엄청나게 뜨겁게 달궈져 있는 반면 그 반대쪽엔 극심한 추위를 보였습니다. 혹자는 낮과 밤이 교차되는 지점이 흥미롭지 않겠느냐하고 제안했지만, 수성에 생명체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금성은 지구의 90배나 되는 엄청난 밀도의 대기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이산화탄소와 황산입자가 뒤범벅이 된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열이 쉽게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표면 평균 온도는 700 캘빈에 이르며 강한 산성 환경 때문에 표면에서 유기물질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새 분해되어 버립니다. 파이오니어 금성호나 베네라 탐사선도 금성 표면에서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금성의 대기엔 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행성엔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한...)
지구와는 현격히 다른 행성인 거대 외행성들 -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 은 대부분 개스와 얼음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행성들은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태고적부터 수집해 온 수소와 헬륨들이 중력에 의해 모두 그대로 붙들려 있어, 마치 태양과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 외행성들은 생명체가 존재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해 보입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이 행성들의 대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화학적 반응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명체의 존재와 관련하여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거대행성이 아니라 그 위성들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도 목성의 위성 유로파가 최근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천체는 온통 물의 얼음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보이저와 최근 갈릴레오 탐사선이 이 얼어붙은 세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표면의 얼음층은 군데군데 균열이 나있었고 이것은 얼음이 녹았다가는 다시 얼어붙고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유로파 내부에서 화산 활동이 있거나 목성의 중력에 의해 열이 발생하면 이렇게 표면 얼음층이 녹아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같은 사실은 표면 얼음층 아래에 액체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과 아울러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해줍니다.
유로파의 얼음층 밑에 대양이 존재할 가능성은 갈릴레오 탐사계획으로 더욱 높아졌습니다. 만약 대양이 존재한다면 원시지구의 환경과 유사해 지기 때문에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관하여 대단히 흥미로운 장소가 됩니다.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지구상의 extremophile 이나 추위를 좋아하는 psychrophile과 같은 미생물들이 유로파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위성의 내부에 보다 따뜻한 곳이 존재한다면 여기에는 지구의 심해저에서와 같이 좀더 고등화된 생물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세기 초에 유로파의 표면과 그 내면을 탐사할 작은 탐사선들이 예정되어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기대하는 것은 하나의 이론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보다 관심은 덜하지만 토성 최대의 위성인 타이탄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어오고 있습니다. 타이탄은 질소, 메탄, 에탄, 아세틸렌, 에틸렌, 시아니드 등으로 구성된 두텁고 투명한 대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타이탄의 표면에는 액체 탄화수소로 된 바다가 존재하고 대기에는 유기중합체로 이루어진 안개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타이탄의 차갑고 어두운 풍경이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는 화학적 반응을 과연 시작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이 최대의 실마리입니다. 어쨋던 간에 오는 2004년 카시니 탐사선이 토성에 도착하면, 호이겐스 착륙선을 타이탄의 대기로 투하하여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태양계 밖으로...
태양계 내의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태양계 밖 우주로에까지 펼쳐졌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천문생물학 astrobiology 이라는 새로운 학문도 태어났습니다. 여기에서는 우주 전반적인 차원에서의 생명체의 기원과 분포, 진화 과정, 행성의 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사람이나 여러 로봇들을 이용한 탐사계획 등을 연구합니다. 이 학문은 최근 급속히 발달해 이미 태양계 밖에 또다른 여러 행성계가 존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우리가 이들 외계 행성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그 질량과 궤도 뿐으로, 아직까진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와같은 발견은 외계지적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충분했습니다.
우리의 태양이 아주 보편적인 항성에 불과하지 않고 태양계와 같은 행성 시스템이 우주안에 수없이 존재한다면, 그 가운데에서 적지 않은 수의 생명이 잉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서는 인류와 같이 기술적으로 지적인 문명이 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고주파 라디오를 이용해 서로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현재 그런 신호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SETI Searching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공동체 하에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파 엿듣기는 다소 성공 가능성이 불분명해 보이지만, SETI는 꾸준히 유지되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그 존재를 직접 우리에게 알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탐색하기 위하여 조금 다른 시각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우리 태양계의 초기 생성 과정에 대한 연구 결과를 외계에도 적용하여, 다른 외계 행성계 가운데 생명체가 잉태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지역을 찾는 방법입니다.
일례로 지구의 달은 지구의 자전축을 안정화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화성에는 이러한 위성의 도움이 없었습니다. 결국 화성은 오랫동안 심한 진동에 시달려야 했고 이와 같은 험란한 역사는 지질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상학적으로도 불안정하여 생명체를 잉태하고 유지하는데 큰 장애를 초래하였을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행성에서 바다와 육지의 비율도 생명체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목성과 같은 거대 행성의 존재도 지구상의 생명체가 진화하여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즉 목성은 그 엄청난 질량으로 원시 태양계에서 많은 양의 소행성들을 흡수하였습니다. 이러한 청소부 역할 덕분에 우리는 거대 충돌로 인한 전멸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목성과 다른 행성들이 종종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를 뒤흔들어 지구로 향하게끔 하곤 합니다. 따라서 한 행성계에 있어 거대 행성의 존재나 결핍 상태는 동일 행성계의 다른 지구형 행성에서 생명체가 유지, 진화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추리를 근간으로, 천문생물학자들은 스펙트럼 측정기와 같은 진보된 장비를 이용하여 앞으로 외계행성에 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외계지적생명체가 발견된다고 해도 이들과 직접 왕래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워낙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우리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의 시야로 볼때 우리는 비로소 이제 막 자신의 정체와 기원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생명의 이야기... 그것은 생명체가 생겨나게 된 과정 만큼이나 복잡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엄청나게 장대한 시나리오이며, 앞으로 수많은 노력과 연구가 진행되어야만 비로서 우리는 이곳과 다른곳의 생명에 관한 확실한 이해를 얻게 될 것입니다.
2000년 1월 1일 22시 04분 02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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