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 사이의 광대한 암흑 속에는 기체, 티끌 그리고 유기 분자로 이루어진 성간 구름, 즉 성간운이 떠돌아다닌다. 성간운을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그 안에서 수십 가지의 유기 분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성간운에 유기 분자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생물의 기본 물질이 우주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하나의 우주적 필연일 것이다."
Carl Sagan, Cosmos

著者의 辯

2000년 01월 1일

혜성으로의 초대

옛날 사람들이 봤을 때 행성은 특이하고도 신비스러운 대상이었습니다. 모든 별들의 배치는 언제나 변함이 없고 하루에 한바퀴 지구를 도는데 비해 이 다섯개의 밝은 행성들은 순행과 역행을 반복하거나 때로는 커다란 루프를 그리기도 하면서 밤하늘을 휘젖고 다녔습니다. 중국에서는 이 현상을 하늘의 뜻, 즉 천기로 보아 행성의 운행을 근거로 점을 치기도 하였고 형이상학적인 철학을 구상해내기도 하였습니다. 음양 오행설은 문자 그대로 과 태양, 그리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운행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기묘한 몰골의 혜성이 나타나면 이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더우기 그것은 단기간안에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만일 우연히 이 기간동안 굉장한 경사나 반대로 재앙이 일어났다면 혜성의 출몰은 곧 그 원인으로 의심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뿌연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혜성의 기과한 모습은 길조로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용으로 보았고, 서양에서도 영혼이나 마귀와 같은 영적인 존재로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에게 혜성은 전쟁이나 기아, 전염병과 같은 커다란 재앙을 예고하는 불길한 조짐이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탐사선이 혜성의 핵을 촬영하는 요즘, 누가 혜성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영낙없이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겠지만, 사실 인간이 혜성을 하나의 천체로 보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온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 중심설이 의심받기 시작할 무렵, 뉴튼이나 케플러와 같은 몇몇 과학자들이 혜성도 행성과 같은 태양계의 일원임을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내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가 주장한 혜성의 <주기적 회귀설>이 사실로 드러나자 사람들은 혜성을 불길한 존재에서 신비한 연구 대상으로 바꿔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혜성은 또다른 각도에서 인류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목성이 수십개의 혜성 덩어리와 충돌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것이 지구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혜성은 아름답지만 태양계의 질서 정연한 궤도 운동을 거스르는 위험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 신비스러운 모습과 더불어 커다란 재앙의 가능성을 내재한 혜성의 매력은 천문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혜성이 천체의 일종임을 주장하려면 왜 행성에는 그와같은 꼬리가 생기지 않는지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혜성과 행성의 성분이 틀리다는 사실을 암시했지만, 스팩트럼 분광기나 우주 탐사선이 없었던 시절에는 추측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50년대 중반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로렌스 휘플은 유명한 <더러운 눈덩이>설을 내놓았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혜성의 본체인 핵은 얼음 알갱이와 먼지 입자들이 뒤범벅된 덩어리라는 것이었습니다. 혜성이 태양과 거리가 가까와지면 얼음 덩어리가 증발하여 그 수증기가 핵을 감싸 코마라 불리우는 구름 덩어리를 형성하고 이로부터 긴 꼬리가 비롯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말한 더러운 눈덩이 (dirty snowball) 는 먼지 얼음 덩어리 (dusty snowball) 라고 부르는 편이 타당하게 보이지만,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dirty snowball이라는 말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휘향 찬란한 혜성의 모습과 상반되는 dirty라는 개념이 아이러니컬하고도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연구에 의해서 프레드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혜성의 핵은 보통 직경 5-10km 정도의 덩어리로 이것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얼음에 암석 성분이 섞여있는 것입니다. 혜성의 <얼음>에는 우리가 냉장고에서 얼리는 물의 얼음에, 연탄 가스 중독의 주범인 일산화탄소, 대기 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그리고 암모니아, 메탄과 같은 유독성 휘발 가스들의 얼음이 소수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냥 콜라에 띄워서 마시기에는 부적합한 얼음 덩어리인 셈입니다. 혜성의 <먼지 성분>이라 함은 규소와 산소가 뒤섞인 암석 성분인 규산염과 탄화수소 성분을 일컫습니다. 지오토 탐사선이 촬영한 핼리 혜성의 핵은 마치 연탄 덩어리처럼 검은 색을 띄고 있었는데 아마도 탄화수소 성분을 함유한 먼지층이 핵의 바깥쪽을 싸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혜성을 이루고 있는 두 성분, 즉 <얼음>과 <먼지>는 서로 다른 부분에 분포되어있어서, 얼음의 경우 핵의 내측에 주로 존재하며 먼지층이 이를 바깥쪽에서 둘러쌓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집니다. 주전자에 물을 끓일때 뚜껑이 덜거덕 거리다가 마침내 틈사이로 수증기가 분출되듯이, 혜성의 핵으로부터 가스가 힘있게 분출되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가스를 밀봉하고 있다가 일정한 압력하에서 터져야 합니다. 핵의 내측에 있는 얼음 덩어리들은 주전자 속의 물과 같고,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암석층은 주전자의 뚜껑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혜성이 태양과 가까와지면 내부에 있던 얼음이 열을 흡수하여 증발하게 되고 곧 수증기와 같은 휘발성 가스로 바뀝니다. 고체가 액체를 거치지 않고 기체가 되므로 이는 나프탈렌과 같은 승화 작용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체가 기체가 되면 그 부피가 엄청나게 증가하므로 이는 곧 핵의 껍데기인 암석층에 강한 압박을 가하게 됩니다. 마침내 암석층의 얇은 부분이 뚤리면 이로부터 가스가 힘차게 분출되고, 이와 함께 얼음속에 뒤섞여 있던 먼지 입자들도 함께 우주 공간에 흩뿌려집니다. 이들은 아무렇게나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력으로 인해 핵의 주위를 공처럼 감싸면서 코마를 형성합니다. 지오토가 보내온 사진에서, 핼리혜성 핵의 외곽 암석층 사이를 뚫고 나오는 먼지 가스의 제트를 볼 수 있습니다.

빛이 물결과 같은 에너지를 지닌 파동인가 아니면 질량을 가진 물질인가 하는 것은 최근 아인슈타인의 광량자 설로 일단의 결론을 보았습니다. 즉 질량은 곧 에너지와 같은 것으로서 상황에 따라 질량이 에너지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에너지가 질량을 가진 물질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빛의 본질은 파동의 성질과 물질의 성질을 함께 갖고 있는 광량자로 생각되고 있으며, 이는 혜성의 모습을 보더라도 알 수가 있습니다. 핵의 얼음은 태양빛의 <에너지>를 받아 가스가 되고, 한편 혜성을 둘러싸는 코마의 먼지 입자들은 태양빛을 이루는 광량자와 충돌한 후 이의 <질량>에 밀려 뒤로 길게 드리워지게 됩니다. 이것이 혜성의 <먼지 꼬리>로 사진 상에서는 노란색으로 보입니다.

한편 코마의 가스 성분은 태양빛의 광량자의 압력에 밀릴 수는 없습니다. 광량자는 대신 가스 분자에서 전자를 분리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전자는 음의 전기를 띠고 있으므로 이것이 떨어져나간 가스 분자는 중성의 균형이 깨져 양의 값을 갖게 되며, 이러한 상태를 양이온 상태라고 합니다. <이온>은 전기를 띤 입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x태양으로부터는 광량자 뿐만 아니라 전기를 띤 이온 입자들이 대거 분출되는데 이를 태양의 바람, 즉 태양풍이라고 합니다. 태양풍은 코마에서 양이온 상태를 하고 있는 가스 성분과 전기적으로 반응하여 이를 밀쳐냅니다. 이는 같은 전기를 띤 물체가 서로 밀어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긴 꼬리를 <가스 꼬리>, 혹은 <이온 꼬리>나 <플라즈마 꼬리>라고도 부르는데 사진 상에서 신비로운 푸른 색을 발합니다.

요컨데 혜성으로부터 두가지 서로 성질이 다른 꼬리가 나오며 이들은 색도 다르고 그 생성 기전도 다른 것입니다. 먼지 꼬리가 태양의 광량자 질량에 밀려서 생기는 물리적 방법에 의해 생긴다고 하면, 가스 꼬리는 태양풍의 이온과 코마 가스의 이온이 전기적으로 반응하여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스 꼬리와 먼지 꼬리는 헤일밥 혜성의 경우처럼 확연하게 분리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겹쳐서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혜성의 꼬리에는 여러가지 유독가스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1910년 지구가 핼리혜성의 꼬리를 통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였고 심지어 방독면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농도는 사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희박하며, 이는 불과 직경 10km 짜리 혜성에서 분출되는 꼬리의 길이가 태양에서 화성까지의 거리보다 더 길게 드리워지기도 하는 경우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혜성을 연구하므로서 태양계와 지구, 나아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 근거는 혜성 핵의 성분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핵을 이루고 있는 얼음과 먼지 입자는 태양계가 처음 생성되던 시절, 원시 태양계를 뒤덮고 있던 <태양계 성운>의 주된 성분이기도 합니다.

태초에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분포되어있던 성간 물질들은 근처의 초신성 폭발의 충격에 눌려 부분적으로 뭉치게 되었고 이로부터 원시 태양이 태어났습니다. 그 주위에는 가스와 먼지 입자들이 둘러싸고 천천히 돌고 있었는데, 중심의 원시 태양이 단단하게 뭉쳐지면 뭉쳐질수록 이들의 공전 속도는 더더욱 빨라져서 그 원심력 또한 강해졌습니다. 원심력 덕분에 원시 태양으로 이끌려가지 않고 살아남은 성간 물질들은 곳곳에서 서로 뭉쳐서 얼음 덩어리와 암석 덩어리들을 만들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또다시 뭉쳐서 소행성 만한 크기의 덩어리를 이루었고 스스로의 중력을 갖게 되자 주변의 먼지와 가스를 빨아들여 더더욱 빠른 속도로 커나아가 훨씬 더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갔습니다. 이를 <미행성>이라 부르며, 오늘날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9 행성의 초기 모습입니다. 혜성은 바로 이런 과정에서 버림받아 오늘날까지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얼음과 먼지 덩어리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태양계의 화석과도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1950년대 네델란드의 천문학자 얀 헨드릭 오르트는 19개의 장주기 혜성의 궤도를 조사하다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5만 배에서 15만 배 사이의 공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는 이와같은 태양계의 최외곽 공간에 수많은 먼지 얼음덩어리들이 존재하고 있다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태양에 이끌리게 됨으로서 혜성이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오르트의 구름이라 합니다. 태양계는 레코드판과 같은 원반 모양으로 행성들이 궤도를 그리고 있고, 이와 별도로 태양을 중심으로한 거대한 공모양의 오르트 구름이 외곽을 둘러싸고 있다는 이론이었습니다. 이것은 특히 장주기 혜성의 경우에 잘 들어맞습니다. 장주기 혜성은 그 궤도가 천차만별로,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면과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진입하기도 하며 보통 행성들과는 반대로 시계 방향으로 돌기도 합니다. 이런 성질은 그 기원이 되는 오르트 구름이 태양계 외곽을 3차원적으로 둘러쌓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그 어떤 방향에서도 태양에 이끌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주기 혜성은 그 궤도가 태양계의 행성들과 닮았습니다. 궤도면도 대체로 평행하고 공전 방향도 시계 반대 방향입니다.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인 제랄드 퀴퍼는 단주기 혜성의 이런 성질이 오르트 구름과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로 미루어, 오르트 구름보다 훨씬 태양계에 가까이 있고, 공이 아니라 반지 모양을 한 제 2의 혜성 둥지를 상상했습니다. 퀴퍼의 벨트라고 하는 이 공간은 최근 관측으로 그 존재가 사실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지난 1992년 8월, 미국의 천문학자 데이비드 제위트와 제인 루는 하와이 마우나케아 화산 관측소의 직경 2.2미터 반사망원경으로 퀴퍼 벨트 지역에서 직경 3백 킬로미터 정도의 천체를 발견했습니다. 1992QB1이라고 명명된 이 천체는 한때 태양계 열번째 행성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였지만, 그 크기나 궤도로 미루어보아 퀴퍼 벨트를 이루는 수많은 혜성의 핵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혜성의 핵은 왜 이와같이 태양계 외곽 지역에 모여있을까요? 태양계 형성 당시에는 온통 이와 같은 천체들로 뒤덮여있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두가지 가설을 내놓습니다. 하나는 태양계 안에 행성들이 생겨나면서 중력적으로 주변의 미행성들을 끌어들여 깨끗이 청소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계가 태어난지 얼마 않되어 태양으로부터 강력한 태양풍의 폭발이 있었고 이로 인해 혜성의 핵들이 태양계 외곽으로 모조리 쓸려나갔다는 이론입니다.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궤도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천체들을 말합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큰 세레스도 직경이 1천km 남짓하며 그 수많은 소행성들을 하나로 긁어모아도 지구의 1천분의 1의 무게, 즉 달의 10분의 1 무게도 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지구형 행성과 같이 단단한 암석이 주성분으로, 가지런하게 태양을 공전하다가도 가끔 자기들끼리 충돌하여 궤도가 불안정해져 마치 혜성처럼 태양을 향해 돌진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소행성과 혜성의 구분이 명확하였으나 최근 관측에 의하면 이들 사이의 확실한 구분이 오히려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암석과 얼음으로 되어있는 혜성은 여러번 태양에 접근하고 나면 가스를 다 분출해버려 얼음 성분이 적어져서 상대적으로 암석 성분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이때는 더이상 꼬리가 생기지 않고 코마도 알아볼 수 없을만큼 보잘 것 없게 되어 마치 소행성과 같은 모양을 하게 됩니다.

지난 1996년 8월 9일 하와이 마우이의 헤일리어칼라의 소행성 감시단이 발견한 1996PW라는 천체가 좋은 예로, 이것은 전혀 혜성과 같은 활동을 보이지 않으면서 긴 타원형을 한 혜성 궤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1996PW는 아마도 노쇄한 늙은 혜성일 것입니다. 한편 슈바스만-바흐만 1 혜성 (Schwassmann-Wachmann 1)의 경우는 거의 완전한 원형의 소행성 궤도를 돌면서 가끔 혜성의 코마와 같은 분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키론도 처음에는 소행성으로 발견되었다가 도중에 코마가 관측되어 혜성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아 95P/Chiron이라는 칭호를 받게 된 경우입니다.

이처럼 혜성과 소행성은 겉모양으로 볼때 잘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소행성과 혜성을 명확하게 구분하려면 그 성질 뿐만 아니라 기원도 따져봐야 합니다. 비교적 태양의 가까운 곳, 이른바 소행성대라고 불리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띠 모양의 장소에서 형성되고 주로 암석질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소행성, 비교적 태양에서 먼 곳 (퀴퍼 벨트나 오르트 구름) 에서 형성되고 주로 휘발성 물질의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혜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습니다.

 

2000년 1월 1일 21시 06분 30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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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로의 초대

별은 왜 보는가

숨 돌릴틈 없이 바쁜 우리 현대인들에게 ‘별’이란, 언뜻 영화 속의 괴물들이 날아다니면서 마구 총질을 해대는 싸움판이나, 젊은 시절 연애 편지에 필수적으로 인용되곤 하는 싯구절속의 한 단어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만일 혜성 하나가 날아와 우리 도시에 충돌하여 직장과 가정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접하거나 일생에 단 한번밖에 볼 수 없다는 핼리혜성이 찾아왔다는 이야기, 혹은 자신의 별자리와 걸맞는 배우자감은 무슨 별자리 태생일까 하는 등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라면 모를까, 언제부터인지 ‘별’은 우리들과 무척 동떨어진 무관심의 존재, 말 그대로 ‘별볼일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날 뒷마당에 침낭을 깔고 누워 맞부딪치는 이를 악물고 별똥별 떨어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거나, 모처럼의 휴가때 50kg에 달하는 망원경을 짊어지고 인적이 드문 오지로 떠난다고 하면 영락없이 별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별이란 알고보면 그토록 실생활과 괴리된 허상만은 아닙니다. 태초에 큰 강줄기 근처에서 함께 모여 살아가기 시작했던, 원숭이를 단단히 닮은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 밤하늘의 별이란 일상 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하고도 친밀한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은 평소에 밝은 별 몇 개를 익혀둬서 어두운 밤에 숲속 한가운데에서도 길을 잃지 않았고, 달의 모양이 변하는 모습과 태양이 뜨고 지는 위치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는 사실을 이용해 달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서양에서는 별들이 운행해가는 모습을 인간들의 인생역정과 결부시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점을 치기도 했고, 동양에서는 천문학을 ‘황제의 학문’이라 하여 황제의 허락없이 천문대에 올라가 기자재를 만진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참수형에 처함으로써 우주의 비밀을 함부로 누설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오랜 옛날의 일이고 지금 우리들이 점성술을 이용해서 운세를 점친다거나 역법을 공부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별이란 마치 포근한 어머니 품속과도 같은 존재여서 어느 구석엔가 항상 웅크리고 있는 그것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는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 내면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술에 흠뻑 젖어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잠시 올려다 본 밤하늘, 만약 운이 좋아 마침 밝은 별똥별 하나가 길게 선을 긋고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그 어떤 누구도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별의 무엇을 보는가

밤하늘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무려 3천여개에 달하고 또다른 3천여개가 땅밑에 숨어 있으므로 1년 사계절 동안 대략 6천여개의 별을 볼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이 별천지의 한복판에 우유빛 은하수가 가로지르고 있고 이를 배경으로 해서 이나 금성, 토성, 목성과 같은 태양계 가족들이 유유히 흘러다니며, 종종 별똥별이 눈깜짝할 새에 할퀴듯 지나가기도 합니다. 게중 큰 놈은 격렬한 소리를 내거나 그림자를 만들 정도로 밝은 경우도 있어서 별똥별은 밤하늘에서 가장 역동적인 볼거리로 꼽힙니다.

오늘날에도 신문 일일 운세난을 비롯해서 향수 이름에 이르기까지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 ‘별자리’의 역사는 무려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 등장하는 목동처럼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양치기들이 별들의 배치를 동물이나 사람 형상으로 제멋대로 연상한 것이 별자리의 시작으로, 여기에 그리스 신화가 곁들여지고 합리적으로 정리되어서 오늘날의 88개의 별자리가 완성되었습니다.

달이 근처에 오면 대부분의 별자리는 밝은 달빛에 묻혀 사라지지만 오리온 자리만은 사라지지 않는 모습(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사냥꾼 오리온은 연인 사이였습니다)이나 동쪽에서 전갈자리가 뜨면 금새 서쪽 땅밑으로 오리온 자리가 도망쳐 버리는 모습(전갈은 아폴로가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풀어놓았습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성과 직녀성이 외롭게 떨어져 있는 모습 등 신화를 절로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별자리들이 많습니다.

작은 망원경을 이용하면 고리를 두른 토성의 요염한 모습이나 목성과 그 위성들이 다정스레 모여있는 모습, 각양각색의 별들이 여러가지 신비한 모양으로 모여있는 모습들, 달표면의 진기한 언덕과 계곡들의 모습, 뿐만 아니라 나는 새나 먹다 남긴 사과모양 등 재미있는 형태의 가스덩어리들에 이르기까지 밤하늘에는 멋진 볼거리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만큼이나 숨이 있습니다.

별을 어떻게 보는가

서울 밤하늘이 삭막한 이유는 대기오염보다도 주위의 밝은 불빛들에 의해 별빛이 묻혀버리기 때문인데, 그렇다해도 변두리의 주택가에서는 맑게 개인 날 밤 30개 이상의 별들이 보이고(특히 밝은 별들만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별자리를 익히기에 쉬울 수도 있습니다), 새벽녘에 아파트단지 너머로 떨어지는 밝은 별똥별을 찾아내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대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서울을 벗어나야 하는데, 주위에 인가가 적고 남쪽 하늘의 시야가 트인 교통이 편리한 곳이 적합합니다.

지난 1986년도에 핼리혜성이 지나간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츄어 천문에 관심이 고조되어 수많은 천문 동호회들이 결성되었고 관련 서적과 잡지도 상당량 출간되어 나와 있으며 천체 망원경을 전문적으로 수입, 판매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별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천체 망원경은 백만원을 호가하는 매우 비싼 장비이기 때문에 이보다 쌍안경을 권하는데, 특히 구경 7cm, 배율 50배 정도의 쌍안경은 가격이 10만원 전후로 저렴한 편이고 다루기 편하며 성능면에서도 별을 관망하기에 별 무리가 없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종입니다.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면 여러가지 잇점이 있는데 우선 회지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관측회에 참가하면 자신 소유의 장비가 없어도 공용 천체망원경을 함께 이용하여 관측할 수도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폭넓게 사귈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별은 아무리 가까운 놈도 빛의 속도로 수십년 이상씩 쉬지 않고 달려야 닿을 수 있는 먼 곳에 있지만, 그곳은 언제나 고개를 들면 우리 머리위에서 빛나는 너무나도 가까운 곳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지학시간에 우리들 머리속을 뒤집어 놓았던 천구, 자오선, 춘분점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고 소개팅때 파트너 눈치 보듯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저것은 하느님이 우리들 모두에게 멋진 별들을 하늘 가득히 사주기 위해 반짝이는 동전을 슬롯 머신 투입구 속으로 넣고 있는 것이라고.

 

2000년 1월 1일 01시 00분 26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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