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크기를 이 문장 끝에 찍힌 마침표의 크기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지구는 그로부터 약 5cm 떨어져 있는 단세포생물 정도의 크기가 된다.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별까지의 거리는 약 15km 정도이며, 은하의 중심까지는 8,047km가 된다. 그러니 지구에서 아무리 큰일이 벌어진다 해도 우주는 고요하기만 하다."
Richard Preston, First Light

著者의 辯

2000년 01월 1일

혜성/소행성과의 충돌 가능성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과정에서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지구와 궤도가 교차하는 혜성들이나 소행성들 (이들을 NEO, Near Earth Object 라고 합니다) 과의 충돌 위험성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지구가 이들 NEO와 실제로 충돌할 가능성은 아주 작지만, 일단 사건이 발생했을때 예상되는 여파가 전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엄청난 파국이기 때문에 거론할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우주 포탄의 크기가 크다면 지구가 받게 될 충격은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충돌 당시의 충격은 국소적인 재난이지만 우주 포탄 충돌의 여파로 엄청난 양의 먼지가 대기권으로 퍼져 나가고 그로 인해서 야기될 지구 전체의 기후 변화가 더더욱 심각한 위험 요소로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구 전체의 기온이 떨어져서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격하게 감소되며 여러 국가들의 파멸을 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거대 운석 충돌로 인한 재난은 이처럼 국소적인 파국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구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다른 여타 재난들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우주 포탄의 최소 크기는 무게 수백억톤 가량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지구 충돌시 방출되는 에너지는 TNT 백만 메가톤 급에 달합니다. 이에 해당하는 우주 포탄의 크기는 직경 1km에서 2km 사이로, 이보다 적은 크기의 우주 포탄은 충돌한다고 해도 국소적인 충격만을 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거대 운석 충돌의 파국을 막기 위한 첫걸음은 지구와 그 궤도가 교차하는 우주 포탄들을 모두 찾아낸 후 그 성격과 궤도를 면밀히 파악하는 일입니다. 현재의 관측 기술로 직경 1km 이상의 소행성들을 감지해 낼 수는 있지만, 2000여개로 예상되는 NEO 가운데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그 10%인 200여개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몇몇 소수의 천문학자들이 지상에 설치된 작은 망원경을 이용해서 찾아낸 것들입니다. 최근에는 매달 몇개 정도의 새로운 소행성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라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우주 포탄들을 찾아내는데는 백년 이상의 긴 세월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연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어떤 소행성이나 혜성도 지구와의 충돌이 확실히 예견되어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다음 1세기 동안 지구가 직경 1km 이상의 우주 포탄과 충돌할 가능성은 천분의 일 이하로 매우 작긴 하지만 거대 운석 충돌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태양계의 자연 현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500만년전 번성했던 공룡의 총체적인 멸망을 가져왔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거대 운석 충돌을 미리 예상할 수만 있다면, 인류는 당시의 공룡들과는 달리 우리 스스로를 재난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대 운석 충돌이 일반인들에게 큰 흥미를 자아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태양계의 초창기 시절, 우주 공간에는 행성들이 만들어지다 남은 찌꺼기인 혜성이 수없이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의 충돌은 매우 흔한 자연 현상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점차 이러한 혼돈의 상태가 정리되어나가면서 충돌도 많이 줄어들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달과 같이 메마른 천체에는 예전 험란했던 시절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지구에는 이와는 다른, 좀 더 간접적인 방법으로 기억되어있습니다.

지층 사이에 묻혀있는 화석은 지구 생명의 역사상 약 12번의 전세계적 대파국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것의 원인이 혜성이나 소행성과의 충돌 때문이며, 여기에는 일정한 주기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지구가 주기적으로 다른 천체와 충돌하여 심각한 재난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기적 충돌설입니다.

주기적 충돌설은 보다 구체적인 시간적 간격과 원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확률론과는 다릅니다. 확률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충돌 분화구 수를 시간으로 나눈 값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롭과 존 세프코스키는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상의 모든 충돌 분화구의 생성 나이를 조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약 2천 6백만년에서 2천 8백만년의 주기성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요컨데 우주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이 혜성이나 소행성을 주기적으로 추락하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주기적 충돌설은 대파국을 미리 예언할 수 있게끔 하기 때문에 흥미를 자아냅니다. 혜성이 주기적으로 지구와 충돌하는 원인으로 가장 설득력이 있게 제기되는 것은 <네르시스>라고 명명된 가상의 천체입니다. 네르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여신입니다. 이 천체는 약 3천만년의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며 이 과정에서 오르트 구름을 통과한다는 것입니다. 오르트 구름에는 수많은 혜성의 핵들이 잠자고 있으며, 네르시스가 중력적으로 이들의 잠을 깨워 태양계의 중심부로 밀어냅니다. 이때마다 지구를 포함한 각 행성이 혜성과 충돌할 가능성은 극히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많은 천문학자들이 네메시스를 찾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혜성의 주기적 충돌설 역시 아무런 확증이 없이 하나의 흥미로운 가설로 남아있습니다.

지구상의 충돌 분화구

충돌 분화구 (Impact Crater) 는 거대한 운석이나 소행성, 혜성 등이 지구와 같은 행성이나 달과 같은 위성의 표면과 충돌하면서 형성된 지질학적 구조물을 말합니다. 태양계 안의 모든 천체들은 탄생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거의 예외없이 수많은 우주 포탄의 공격에 시달려왔고 표면에 새겨진 충돌 분화구들이 이를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천체의 성격에 따라 충돌의 흔적도 다릅니다. 예컨데 곰보투성이인 달에서와는 달리 지구의 충돌 분화구는 머지않아 풍화 작용으로 함몰되거나 화산 작용, 혹은 판운동 등으로 지워지고 맙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지구상의 충돌 분화구는 모두 120여개이며, 그 가운데 대다수는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지역인 북아메리카, 유럽, 호주 등지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페이스셔틀과 같은 인공위성이 지구상의 충돌 분화구를 찾아내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그 가운데 배링어 분화구라고도 불리우는 아리조나의 운석 크레이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충돌 분화구로서 제일 처음 확인된 것입니다. 1920년대 이 근처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분화구 안에서 운석 조각을 발견하였습니다.

배링어 분화구 이외의 몇몇 작은 충돌 분화구에서도 운석의 파편들이 발견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근처에서 운석의 조각이 발견되어야 충돌 분화구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운석들은 충돌시 그 폭발의 충격으로인해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한 충돌이 생기면 순식간에 엄청난 고압과 고온의 환경이 형성되어 운석 전체를 증발시켜버리거나 혹은 충돌 지면에 있던 바위들과 함께 녹아서 완전히 뒤섞여버리기도 합니다. 종종 크레이터 주변의 암석에서 다량의 철성분이 검출되기도 하는데 이는 철을 다량 함유한 운석이 충돌하면서 주위 바위들과 녹아 섞인 것입니다.

접시 모양의 지형이 과연 화산 폭발에 의한 분화구인가 아니면 운석 충돌에 의한 충돌 분화구인가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1960년대 충돌 분화구임을 증명할 만한 증거로서, 충돌로인한 암석의 변성 (Shock Metamorphism)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암석의 변성 작용은 운석 충돌과 같은 엄청난 고압의 환경 하에서만 생성되는 것으로, 여기에는 산산히 부서진 원뿔모양의 결정체들 (shatter cone), 수정과 장석과 같은 결정체들이 평평해지는 것(planar feature)과 같은 현미경적 미세구조 등이 포함됩니다.

충돌 분화구는 그 모양에 따라 단순 크레이터 (Simple Crater), 복합 크레이터 (Complex Crater) 이렇게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단순 크레이터는 비교적 크기가 작고 깊이와 직경의 비율이 1:5내지 1:7사이이며 바닥이 매끈한 접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복합 크레이터는 이보다 좀더 크며 중력으로 인해 크레이터의 벽이 무너져내림으로서 상대적으로 얕은 모양을 하고 있고 (깊이와 직경의 비율이 1:10에서 1:20) 크레이터의 중앙부에 볼록 튀어나온 돌출부가 있거나 (central peak) 이들이 고리 모양을 하기도 (peak ring) 합니다.

이런 복잡한 모습이 생성되는데는 해당 행성의 중력과 크레이터의 크기에 관한 요인이 함께 관여합니다. 즉 중력이 크면 크레이터의 직경이 작아도 복합 구조가 잘 형성됩니다. 지구의 경우 직경이 2-4km가 되면 복합 구조가 형성되는데 반해,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에서는 15-20km 이상의 크레이터에서 이런 모양이 나타나게 됩니다. 복합 크레이터의 특징적 구조물인 중앙 돌출부나 고리 구조는 충돌시 거대한 압력에 대한 분화구 바닥의 반동 현상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거대 충돌 분화구에 대한 연구는 지구상 생명체의 진화의 역사를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종의 멸망과 거대 운석 충돌과의 밀접한 상관성을 발견했습니다. 일례로 스페이스셔틀에 의해 발견된 유카탄 반도의 거대한 크레이터의 생성시기는 6천 5백만년전으로, 이무렵 지층에서 그 흔적이 일제히 사라진 공룡의 멸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2000년 1월 1일 22시 09분 16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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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밖 행성계

이 드넓은 우주에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별이 유독 태양 하나라고 믿는 것은 현대판 천동설과도 같이 불합리한 일로 여겨집니다. 온 우주는 태양과 같은 별들로 가득차 있고 그들 대부분은 각기 독자적인 행성계를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상당수에는 태양계의 지구에서처럼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가스 원반이 서서히 수축하여 중심부는 별이 되고 그 나머지는 곳곳에서 응축하여 몇 개의 행성들을 이루게 되는 형상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자연 현상 가운데 하나로 생각되며, 최근의 연구 결과들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단지 인류의 관측 기술이 아직 그런 행성계를 직접 발견해 내기에는 부족할 따름입니다.

여기 재미있는 보기가 있습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에서 태양계를 바라보면 9개의 행성들은 어떻게 보일까요? 크기가 작은 우리 지구는 둘째치고 가장 큰 목성은 어떻게 보일까요?

목성의 지름은 태양의 10분의 1, 밝기는 30억분의 1입니다. 이렇게 항성과 행성의 밝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10억 광년 너머의 별에서 바라본 태양은 2등급 정도로 꽤 밝게 빛나지만 목성의 빛은 이보다 21등급이나 어두운 23등급으로 와닿게 됩니다. 이상적인 환경하에서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한계 등급이 6등급에 불과하고 이로부터 1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기하 급수적으로 2.5배씩 어두워진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23등급이란 밝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세한 것입니다. 게다가 태양과 목성 사이의 간격은 불과 2초각 정도밖에 떨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요컨데 10광년 너머에 지구인 정도의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이 있다면, 이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태양의 행성계를 확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지 밝게 빛나는 하나의 점광원으로서의 태양만이 보일 뿐입니다.

최근 허블 우주 망원경이 목성만한 크기의 행성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촬영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확실히 검증되지는 않았습니다. x즉 태양계 밖의 행성계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에게 아직 직접적인 증거를 들이내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그 존재를 유추해 낼 수는 있습니다.

별의 요동을 찾아서

별은 행성보다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마치 행성이 별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두 천체의 무게 중심을 축으로 하여 별과 행성 모두가 돌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무게 중심이 일방적으로 별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거의 별의 중심에 위치하게 될 뿐입니다. 그러나 정밀하게 측정해 보면 행성과의 상호 중력적 작용에 의한 별의 요동을 감지해 낼 수 있습니다. 만약 행성이 충분히 거대하다면 이러한 별의 요동 또한 더더욱 가시화될 것입니다.

별은 워낙 멀리 있고 하나의 점으로 밖에 안보이기 때문에 그 요동을 직접 알아차릴 수는 없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대신 도플러 효과를 이용합니다. 도플러 효과란 일정한 파동을 내뿜고 있는 어떤 물체가 움직임에 따라, 즉 관측자로부터 멀어지거나 가까와짐에 따라 관측자가 느끼게 되는 파동의 파장이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도 하는 현상입니다. 파동을 내뿜고 있는 물체란 음파(소리)를 발산하는 기차일 수도 있고 빛을 발산하는 별일 수도 있습니다. 요컨데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면 별이 요동을 침에 따라, 우리에게 와닿는 별빛의 파장도 달라지며, 이를 감지해 냄으로써 그 별의 미세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현재까지 행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확인된 별의 수는 10개 정도입니다.

펄서의 행성계

한편 펄서 (Pulsar) 로 분류된 별의 경우에는 그 고유한 특징을 이용한 다른 방법으로 행성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펄서는 거대한 질량을 가진 별이 수명을 다하여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껍대기는 다 날아가 버리고 그 중심부의 고밀도 핵만 남은 중성자 별을 말합니다.

중성자 별은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X선이나 전파를 발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형상은 마치 등대 불빛과도 같아서, 지구에서 보면 매우 정확한 주기로 전파를 발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별을 심장 고동과도 같다고 하여 펄서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만약 어떤 펄서가 주위에 행성계를 거느리고 있다면 그 주기적인 펄스의 간격에 요동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측정하여 지금까지 2개의 펄서에 모두 4개의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성운 속의 원시 행성계

태양계 밖의 행성계를 찾아내는 또다른 방법은 한창 생성되는 과정 중에 있는 원시 행성계를 수색하는 일입니다. 이들 원시 행성계는 아직 충분히 응축되지 않은 가스 원반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크기가 커서 허블 우주 망원경과 같은 고성능의 관측 기기로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994년 허블 우주 망원경은 오리온 대성운 안에서 몇 개의 수백 au 크기의 (1au는 태양과 지구와의 평균거리) 가스 원반을 촬영해 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가스 원반들이 행성 형성의 현장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나, 아직 그 가운데에서 실제 행성의 모습을 분리해 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입니다.

 

2000년 1월 1일 22시 06분 56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외계행성/외계생물학외계행성著者의 辯 • (0) CommentsPermalink


홀스트의 행성모음곡

홀스트는 1874년 영국의 글로스터셔 첼트남이란 곳에서 태어났습니다.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피아노와 오르간의 초보 지도를 받은 뒤, 1893년 런던 왕립음악대학에 입학하여 작곡과 이론을 전공하였습니다.졸업 후 그는 각지에서 교직에 종사하다가, 만년에는 건강 때문에 작곡에만 전념하였습니다.아시아의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동양적인 음계나 리듬이 많이 등장했지만, 차차 간소하며 순화된 작품으로 바뀌어갔습니다.작품에는 <행성 모음곡> 을 비롯한 성악곡, 피아노곡 다수와 오페라 <멍청이>등이 있습니다.

The Planets Op. 32 (1914-6)

<행성 모음곡>이 쓰여진 1910년대는 홀스트에게 무척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의 첫번째 대작인 오페라 시타가 Ricordi 작곡 경진 대회에서 낙방하고 말았으며, 또다른 야심작인 Cloud Messenger와 Beni Mora도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1913년 3월, 홀스트는 작곡가 Arnold Bax의 형제이자 나중에 그의 오페라 The Wandering Scholar에서 리브레토를 맡았던 Clifford Bax와 함께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Clifford Bax는 점성술가이기도 했으며 홀스트와 친한 친구사이였습니다.그는 스페인 여행 기간동안 친구 Bax로부터 점성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홀스트의 서재에는 합성의 예술, The Art of Synthesis라는 책이 꼽혀져 있었습니다.이 책은 점성술가인 Alan Leo가 쓴 것으로, 각 단원의헤드라인을 보면 <행성 교향곡>의 전체적인 짜임새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Leo는 이 책에서 각 행성 별로 단원을 나누었으며, 그 아래에 각각의 점성술적 특징 등을 기술했습니다.예를 들면 <해왕성, 마술가 : Neptune, The Mystic>는 그 책의 해왕성 단원의 첫머리입니다. 홀스트는 같은 왕립 아시아 학회의 동료였던 George Mead로부터 소개를 받아 직접적으로 Leo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홀스트는 자신이 작곡한 <행성 모음곡>을 두고, 마치 인생의 전개 과정과도 같다고 했습니다.제일 먼저 연주되는 화성은 출생의 아픔을 상징하듯 삭막하고 힘든 상황으로 묘사되었습니다.이와같은 도입부의 전개는 그 이전의 어떠한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연주되는 금성은 화성의 폭력성에 대한 너그러운 화답과도 같은 분위기입니다.금성은 평화의 전도자로 되어있습니다.그 다음곡 수성은 이승과 저승사이를 오가는 부지런하고 발빠른 전령과도 같습니다.목성은 인생의 절정기를 상징하듯 밝고 힘찬 멜로디입니다. 토성은 홀스트의 작곡 실력이 가장 무르익은 부분으로, 작곡가 자신도 이 부분을 다른 부분보다 특히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황혼기가 항상 평화롭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그것은 <죽음>이라는 어떤 알수없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투쟁으로도 비유할 수 있을까요? 약간 특이한 생각이긴 하지만 홀스트는 아마도 이와같이 생각했나 봅니다.마술사 천왕성은 빠른 스케르초의 강한 느낌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합니다.마지막으로 해왕성에서는 잔잔한 여성의 합창음으로 조용하게 끝을 맺습니다.

<행성 모음곡>은 홀스트가 당시 동시대의 다른 음악가들과 활발히 접촉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곡으로,거기에는 분명히 Schoenberg, Stravinsky로부터 빌려온 아이디어들이 섞여있고, 특히 해왕성 부분은 Debussy의 초기 피아노곡과 매우 닮아있습니다.홀스트는 그 이후로 다시는 행성 모음곡과 같은 곡을 쓰지 않았습니다.그의 대중성에 대한 혐오 탓이었습니다.누군가 그에게 사인을 요구하면 그는 대뜸 <나는 원래 사인을 해주지 않는다>라고 타자로 친 종이쪽지를 빼주었다고 합니다.

대중은 <행성 모음곡>과 같은 작품을 기대했기 때문에, 홀스트의 후기 작품들은 그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것이었습니다.아이러니컬하게도 홀스트는 <행성 모음곡>의 작곡 후, 점성술에 대한 그의 믿음과 관심을 일체 끊어버리고 오히려 이 가짜 학문을 혐오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행성 모음곡>의 첫 개인 연주회는 1918년 Adrian Boult의 지휘로 열렸으며, 첫번째 전곡 완주는 1920년 Queen’s Hall에서 Albert Coates의 지휘로 시행되었습니다.

 

2000년 1월 1일 22시 05분 18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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