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생명체
Gerald A.Soffen은 1961년 프린스톤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NASA 본부에서 생명과학 연구를 하다가 지금은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력으로 그는 생의학, 우주생물학, 외계생물학 분야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지난 1975년 바이킹 화성탐사계획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NASA 내부에 천문생물학회 (Astrobiology Institute)를 창단하고 스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태양계의 생명체 Life in the Solar System 는 Gerald A.Soffen이 The New Solar System 4판에 기고한 글을 편역한 것입니다. 전문적인 내용들은 쉽게 풀거나 이미지 클립이나 역주를 달아 되도록 원문의 내용이 빠짐없이 구체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생명체의 본질과 지구 이외의 곳에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글은, 우선 지구 생명체에 관한 객관적인 조명으로부터, 태양계의 다른 행성, 나아가 태양계 밖의 다른 행성계에 대해 차례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관심있는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1999년 무더운 8월, 알비레오 윤홍선 올림
서론
<태양계의 생명체>라는 주제에는 지구 이외의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암시가 포함되기 때문에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많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20세기에 들어 유기화학, 천체물리학, 지질학 등의 학문이 급속히 발달하고 1960년대 미항공국우주국 NASA의 주도로 획기적인 태양계 탐사가 시작된 이후로,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최근 활발한 우주 탐사의 내면에는, 다른 행성들을 탐험하여 과연 인류가 유일한 생명체인지, 아니면 우리 말고도 다른 생명체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욕구가 잠재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19세기 찰스다윈이 종의 기원이란 논문을 발표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덕분에 진화란 단어가 나타나 생명체의 탄생에 관한 새로운 시각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윈이 살던 시대에 생명체의 탄생에 관한 연구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그가 1863년에 J.D.Hooker에게 보낸 편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만물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만큼이나 쓸데없고 어리석인 일에 불과한 것 같다.”
세기가 바뀌자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들이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유전학자 John B.S.Haldane과 러시아의 화학자 Aleksandr I.Oparin은 고대 지구의 환경과 생명체의 관한 생물학적 연구를 처음으로 시도하였습니다. 1924년 오파린은 논문에서 “초창기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을 것 같다”고 적고 있습니다. 할데인은 한단계 더 나아가 원시대기에는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었을 것이므로 “초기 생명체들은 산화반응 대신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아마도 지구의 제일 첫 생명체는 태양의 방사선에 의해 합성된 고분자 물질이었을 것이며, 그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바로 그 환경 안에서만 번식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번식 능력을 갖게 되기에는 매우 고차원적인 특별한 분자들이 필요했을 것이며, 그것은 아마도 우연한 기회에서 얻게 되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과학자들은 원시대기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1953 년 Stanley Miller와 그의 스승인 Harold Urey는 이를 토대로 역사적인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원시대기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메탄, 암모니아, 물에 전기 자극을 가하여 아미노산과 당과 같은, 생명체를 이루는 유기물질을 합성해 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급기야는 1975-76년 NASA의 바이킹 탐사 계획 당시 화성의 생명체를 직접 탐색하는 실험을 실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결정적 단서를 찾는데는 실패하였지만 향후 외계생명체의 탐색에 있어 그 접근 방법을 제시해 줬다는 데 적지 않은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체
현재 태양계 안에서 생명체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곳은 사실 지구 밖에 없습니다. 우리 지구의 생태계가 태초에 어떻게 이루워졌고 어떤 발전과정을 겪어 오늘에 이르렀나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면, 여기에는 천체물리학, 지질학,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서로 뒤섞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즉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탄생의 역사에는 천체물리학이, 지구와 대기 환경의 발달의 역사에는 지질학과 화학이, 그리고 어떻게 생명이 싹트기 시작하였는가 하는 것에는 생물학과 생화학이 주로 연관되겠지요. 요컨데 원시 대기의 상태와 생명체의 탄생 과정이라는 어려운 수수께끼에 접근하려면 이러한 폭넓은 분야의 연구를 동시에 염두에 둬야 하는 것입니다.
생명 life 이란 무엇인가... 아직까진 그 누구도 단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지구상의 생명체를 보면 크게 두가지 중요한 특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생식과 번식의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하여 서서히 진화해 나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또한 지구의 생명체는 세가지 필수적인 요소 - 물, 에너지, 유기물질 - 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의 지구는 넓은 대양으로 덮여 있는데다가 강렬한 태양에너지와 여러가지 화학에너지, 화산에너지를 제공받고 있으며 엄청난 양의 유기물질로 뒤덮여 있으니, 이 세가지 요건을 훌륭하게 충족시키는 셈입니다. 특히 지구상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질들을 살펴보면 이들 사이에서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끄집어 낼 수 있습니다. 모두 수소와 산소, 탄소, 질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곧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재료>들을 이용하여 화학자들은 인위적으로 생명 물질을 합성해 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것이 인간이던 나무던 간에 지구상의 온갖 생명체들의 기원과 발달 과정이 태초에는 모두 똑같았을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태양계의 형성과 생명체가 살기 좋은 여건의 형성, 그리고 유기물질의 합성과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분자의 형성, 결국엔 첫 생명체를 탄생하기 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원시지구는 지금과 같이 생명체에게 안락한 장소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바다라고 부르는 광활한 물 웅덩이는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표면은 시도때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혜성과 소행성의 공격으로 온통 벌집처럼 되어있었습니다. 이러한 살벌한 분위기는 확실히 생명체의 탄생을 계속적으로 저지, 억압했을 것입니다. 어떤 과학자는 원시지구환경에서 아마도 여러차례 생명의 싹이 트고 지고를 반복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혜성의 폭탄세례가 생명의 탄생에 악영향만을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지표면에 여러 군데의 커다란 구덩이 (크레이터)를 만들어 놓아 원시 바다의 터전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물과 다량의 유기물질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Christopher Chyba와 고 Carl Sagan과 같은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뒤에 다시 다루겠지만 만일 혜성이 이러한 영향들을 지구에 미쳤다면 그들은 다른 행성들에게도 똑같이 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시나리오가 암시하는 바를 생각하면 흥미롭기 그지 없습니다.
지구가 냉각되고 혜성과 소행성의 충돌 횟수가 점차 누그러 지면서 태양에너지와 여러 화학적 에너지의 도움으로, 혜성이 가져오거나 지표면과 원시대기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진 여러 유기물질들이 서로 복잡하게 합쳐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들이 더더욱 농축되어 마침내 생명 탄생에 필요한 매우 복잡한 거대분자 macromolecule 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자, 이로부터 어떻게 생명체가 형성되었을까요? 여러가지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지만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이론은 이런 거대분자들 중 하나였던 RNA ribonucleic acid 가 어느날 분자적 레벨에서의 일종의 <진화>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진화의 첫 단계로 원시 RNA가 촉매기능을 띠면서 뉴클레오티드 수프 (뉴클레오티드는 RNA가 분해된 가루들을 말합니다. 뉴클레오티드 수프는 이들 가루들이 다량으로 모여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들 가루들은 재조합되어 다시 RNA로 합성될 수도 있습니다 - 역주) 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RNA 분자들은 뉴클레오티드들을 재조합 recombination 하는 법을 익혀 스스로와 똑같은 다른 RNA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즉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복제 과정에서 뉴클레오티드의 서열이 원본과 다소 틀려지게 되면서 여러가지 돌연변이 RNA들이 출현하게 되었고 게중 일부는 기존의 RNA와는 다른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내 보다 진보된 RNA는 효소와 같은 작용을 할 수 있게 되어 단백질을 합성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지금도 인류를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들은 세포안에서 RNA에 의해 여러가지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역주). 활성화된 일부 전구단백질 protoprotein 들은 결국 세포와 같은 생명체의 기초 틀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지질은 세포의 바깥 테두리를 형성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이와같은 시나리오는 여러 면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긴 하나 아직까진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쨋거나 지금으로부터 38억 5천만년 전 지구상에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첫 생명체가 등장했습니다. 이 생명체는 번식하기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돌연변이와 자연선택과 같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다 나은 생명체로 진보되어 나갔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돌연변이들은 도태되었지만 게중 아주 일부 돌연변이들은 당시 시대의 일반 생명체들보다도 유리한 능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들 초창기 생명체들은 처음엔 오로지 자기 주위에 있는 외부 에너지 만을 흡수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이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증가할 수록 복잡성 complexity 이 나타나면서 자유에너지는 감소하게 됩니다. 즉, 주위의 환경이 소모되고 변화되면 결국엔 전반적인 에너지의 상태도 줄어듭니다. 생명체들은 더이상 외부 에너지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에 적응하여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남았습니다. 즉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일종의 내부 화학공장을 발명해 내어 계속적인 진화와 발전의 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진보된 능력을 얻은 생명체들은 점차 지구 생태계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다른 변형된 개체들의 탄생을 억압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생명체 탄생의 과정은 지구상 어디에서 일어났을까요. 오랫동안 바다가 생명의 탄생 장소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찰스 다윈 이후로 많은 과학자들은 작은 바다의 가장자리에 있는, 햇빛이 잘드는 얕은 물웅덩이가 생명 탄생의 적소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물웅덩이 만이 적합한 곳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예컨대 바다 깊숙한 곳과 같이 생명체의 합성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가능했을 것입니다. 더우기 원시지구의 환경에서는 지표면에 가까울 수록 매우 험란한 환경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쉴새없이 쏟아져 내리는 먼지의 빗줄기는 대기를 금새 차갑게도 하고 덥게도 하면서 급격한 기상 변동을 초래했을 것입니다. 더우기 당시의 태양은 오늘날에 비해 훨씬 어두워서 2/3의 열량만을 제공했기 때문에 생명체의 탄생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명은 얕은 바닷가보다는 대양 깊숙한 곳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엔 태양빛이 결여되어 있지 않을까요? 해저화산 주변은 어떨까요? 이곳은 풍부한 물과 뜨거운 온기, 그리고 유기물질 등 제반 여건을 두루 갖춘 곳입니다. 아니면 깊은 땅속은 어떨까요? 여기에도 꾸준한 지열과 다량의 유기물질이 있는 곳입니다. 나중에 다시 거론하겠지만, 최근들어 우리는 태양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못하는 심해저화산 주변에도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 군집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밝혀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깊은 땅속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생명체가 어디서 나타났건 간에, 결국 지구의 생명체는 꾸준히 살아남았습니다. 아무리 심한 재앙이 닥쳐도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종은 살아남아서,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들을 잉태해냈습니다. 이들 다양한 지구 생명체들은 태초에 모두 한가지 성공적인 원시 생명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증거들이 있습니다. 모든 지구 생명체는 거의 동일한 생화학적 반응에 의존하고 있고 동일한 유전암호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두 같은 종류의 입체이성체 stereoisomer 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입체이성체란 어떤 분자와 그 구조는 동일하지만 원소들의 배치 방향이 정반대인 또다른 분자를 말합니다(만약 당신이 거울 앞에 서 있다면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과 당신은 서로 입체이성체입니다. 입체이성체는 원소의 배열 방향에 따라 각각 L타입과, 그 거울상인 D타입으로 표기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L타입 물질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역주). 그런데 생물학적 활동과 연관이 없는 유기물질에는 두가지 입체이성체가 모두 비슷한 비율로 함유되어 있는 반면,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유독 한가지 형태(L 형태, left-handed)의 아미노산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969년 호주에 떨어진 Murchison 운석에서 총 16가지의 아미노산이 들어있었으며 이들 중 L타입이 D타입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 물질들이 외계생명체로부터 묻어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우주 곳곳에 L타입의 아미노산을 운반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혹자는 운석이 지구로 떨어진 이후에 지구상의 여러 생명물질에 의해 오염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Murchison 운석 속의 아미노산들에는 다량의 질소 동위원소들이 함유되어 있었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사실은 지구상 생명체의 기원이라는 궁금증에 뭔가를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생명체는 지구상에서 만들어졌어도, 그것은 지구가 형성되기 훨씬 이전에, 아마도 우주가 생기면서 이미 확립된 유기물질들의 화학적 반응 양상의 기반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우주의 법칙이었습니다. 보다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태양계 안에서 지구 이외의 곳에도 생명체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 줍니다. 만약 혜성과 운석들이 생명체의 기초가 되는 L타입의 유기물질들을 운반해줬다면 다른 행성들에게도 그리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태양계 내 지구 외의 행성에서 만일 생명체나 그 흔적을 찾게 된다면, 지구상의 생명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
원시지구의 환경은 상상외로 혹독했습니다. 생명은 그 곳에서 태어나 살아남았고 또 번성하였습니다. 이를 보면, 원시지구와 비슷한 다른 척박한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는 지구상에서 화성의 환경과 흡사한 오지를 찾아가 그 곳의 생명체를 탐사하므로서, 만일 화성에 생명이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지구의 가장 황량한 지역에도 다양한 종의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 이렇게 극한의 환경에서 사는 생물을 통칭하여 extremophile 이라고 부릅니다 (극한의 환경을 좋아하는 생물이란 뜻의 라틴어입니다 - 역주). 여기에는 사이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 와 같이 초기 생명체와 흡사한 생물들이 많습니다.
매우 추운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를 psychrophile 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연중 꽁꽁 얼어있다가 여름에 불과 몇 주간만 해동되는 추운 지역에서도 잘 서식하는데, 남극대륙 등지에서 많은 수가 군집 colony 를 이루며 살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여기에는 광합성을 하는 진핵류 eukarya 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해초류 algae , 규조류 diatom , 박테리아 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각 서식하는 얼음지대의 빛깔을 바꿔놓는 특징이 있습니다.
추운 심해저에는 메탄이 일종의 수산화물 형태로 꽁꽁 얼어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잠수정을 이용한 멕시코만의 심해저 탐사 과정 중 메탄의 노두들 사이에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들은 평평한 몸매에 눈이 없는 핑크색 벌레들로, 주위의 메탄개스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호산성생물 acidophile 과 호염기성생물 alkaliphile 들은 pH 5 이하나 9 이상의, 극단적으로 산성이나 염기성인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습니다. 석탄 침전물 사이에서 발견된 어떤 호산성생물은 외부의 산이 세포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일종의 트릭을 쓰고 있습니다. 반면 탄산 온천에서 발견된 어떤 호염기성생물은 세포 내부만은 항상 중성으로 유지시키는 특별한 효소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Halophile 로 분류되는 생물들은 모두 증발되어 말라비틀어진 죽음의 바다 바닥에서 서식합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특별한 삼투압 기전을 개발하여, 주위의 건조한 염분 결정들 사이에서도 잘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아주 이상한 생장환경을 갖고 있는 생물들이 있는가 하면, 매우 특별한 환경 조건 만을 요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Sulfollbus acidocaldarius 는 섭씨 85도 이상의 고온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떤 박테리아들은 이보다 더 높은 온도를 요구하여 생장온도가 물의 끓는 점보다 높기도 합니다. 심해저의 화산 분출구 주위에 사는 pyrolobus fumatii 는 섭씨 113도에서 제일 잘 자라며, 90도 이하에서는 번식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온도가 그들에겐 매우 추운 모양입니다. 대조적으로 polaromonas vavuolata 라는 박테리아는 섭씨 4도에서 잘 자라며, 12도 이상에서는 번식하지 않습니다. 한편 methanopyrus 라고 불리우는 심해저의 박테리아는 뜨거운 환경을 좋아하며 스스로 생존에 필요한 메탄을 합성하는 능력도 갖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lithoautotrophic microbes 라는 미생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벌레는 바다 바닥의 화성암 주변에 살면서 심해저 화산 활동으로 생긴 수소와 메탄, 황화수소 등에서 에너지를 빨아먹고 살고 있습니다. 이런 영양분들은 먼저 주위 바닷물에 녹아들어간 이후 이들에게 공급됩니다. Lithoautotroph 는 수백만년 동안이나 지표면과 단절된 이곳 심해저에서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행성에도 지표면이 아닌, 지표면과 크게 단절된 지역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입니다. Lithoautotroph 는 태양에너지를 전혀 필요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은 일종의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이와같은 사실은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같은 곳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합니다. 그곳의 표면은 온통 얼음으로 덮여있지만 그 밑에는 많은 물과 뜨거운 온기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Crytoendolith 는 바위의 표면이나 바위 속에 살고 있는 생물을 일컫습니다. 사암과 같이 구멍이 많이 뚤린 바위에는 이끼나 곰팡이, 녹조류와 같은 다양한 생물들이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이스트나 아메바, 사이노박테리아와 같은 것들은 바위 속 작은 틈새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 모양을 한번 미생물학적인 시야에서 바라봅시다. 바위의 표면으로부터 1센티미터 안쪽에 살고 있는 1 미크론짜리 박테리아는, 자기 몸의 1만배나 해당하는 깊숙한 곳에 파묻여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생장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이 마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태양광선은 투명한 광물의 경우 1센티미터 정도는 쉽게 투과합니다)
극히 최근전까지만해도 우리는 이러한 특이한 생존 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데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우리는 생명이 살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그동안 너무나 편협한 시각을 가져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Extremophile 은 다른 행성에 살고 있을 수 있는 생명체의 윤곽을 제시합니다. 적어도 생명체는 얕은 바다나 호수와 같은 곳에만 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찾아야 합니다.
지구 이외의 오지에서 생명체를 찾아내려는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스펙트럼 망원경으로 성간물질들을 조사하던 중 10가지 이상의 유기물질들이 이미 검출되었고 매년 새로운 종류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Murchison 운석은 몇 퍼센트에 육박하는 다량의 유기물질들을 갖고 있었고 여기에는 많은 아미노산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시지구의 환경을 그대로 본딴 실험실에서는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유기물질들이 어렵지 않게 합성되었습니다. 최근들어 우리는 지구의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들의 습성을 밝혀냄으로서, 지구 밖 생명체를 찾는데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화성의 매력
우리가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들 가운데, 생명의 흔적을 찾기를 가장 원해왔고 지금도 제일 열심히 연구하고 곳이 바로 화성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체와 우주의 풍부한 원소, 그리고 유기화학에 대하여 축적되어온 지식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1960년대 말 과학자들은 화성에 어떤 형태로든 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NASA에서는 1975년 여름 두 대의 쌍동이 바이킹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냈습니다. 각각의 바이킹 탐사선은 궤도선 orbiter 과 착륙선 lander 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궤도선이 화성의 표면 지도를 작성하여 착륙에 적합한 - 너무 험란하지 않으면서도 생명체가 있음직한 - 장소를 물색하였습니다. 곧이어 착륙선이 표면에 안착해 주위의 풍경 사진을 촬영하고 토양과 대기의 화학적, 물리적 특성을 조사하였으며 미생물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알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바이킹1호는 1976년 7월 20일 , 2호는 그로부터 몇주일 후인 9월 3일 각각 화성에 착륙했습니다. 바이킹계획은 그 후 5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가장 성공적인 태양계 탐사 계획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바이킹 2호의 지진계가 제대로 작동 안한 것만 제외하고).
화성의 땅은 지진도 없이 고요했고, 온통 화산재로 뒤덮여 있었으며 계절마다 모양과 크기가 변하는 극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착륙선은 수시로 화성의 날씨 변화 양상을 기록했고, 화성 표면의 모든 물질들이 심하게 산화되어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착륙선의 로보트 팔이 주위에 있는 토양을 30센티미터 깊이로 파서 수거한 샘플로 여러가지 실험이 수행되었습니다.
내장된 세 가지의 첨단 생물학적 관측기기가 토양샘플 안에서 생명체의 여러 증후들 - 대사 metabolism , 성장 growth , 광합성 photosynthesis - 을 집중적으로 탐색하였습니다. 첫번째 열분해 방출 pyrolytic-release 실험에서는 토양 속의 미생물이 방사성 원소가 표지된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와 동화되기를 기대했습니다. 두번째 표식 방출 labeled-release 실험에서는 영양물질이 들어있는 개스를 토양 속에 주입한 후 탄소치를 측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스 교환 gas-exchage 실험에서는 닭고기 수프를 토양에 첨가하여 미생물이 이를 먹고 배출할 대사 개스를 측정했습니다. 이와 같은 총 세가지 실험을 수행하고 난 결과, 일부에서 미묘하나마 양성반응과 유사한 이상 산화반응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바이킹 생물학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 실험 가운데 어떤 것도 화성 생명체의 존재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진 못했다.”
바이킹은 또다른 방법으로 화성의 유기물질을 탐색하였습니다. 운석과 혜성들은 그들이 지구에 그리했던 것 처럼 다량의 유기물질들을 화성에 쏟아부었을 것입니다. 바이킹 탐사선은 화성표면의 유기물질을 검사하여 그것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인지, 아니면 화성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된 것인지를 구별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화성의 표면이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되어 유기물질이 희박하리라 생각하고 가장 예민한 검출기구를 사용했습니다. 그 장비의 민감도는 0.0000001 퍼센트에 달하여, 지구상에서 아무리 사소한 생명체라도 존재하기만 한다면 이 장치는 그것을 능히 검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화성에서 보내진 두 대의 이 검출장치는 모두 성공적으로 작동하였습니다. 그들은 화성 대기의 성분들 -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질소, 질산 - 과 조성을 정밀하게 측정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량이지만 아르곤, 네온, 크립톤, 제논, 그리고 이들의 동위원소들이 혼합되어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후에, 지구상에 떨어진 운석 속의 개스를 분석하여 그것이 화성에서 날라온 것인지를 판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민감한 바이킹의 검출장치는 심지어 조립 중에 그들 스스로를 세척하는데 쓰였던 프레온도 검출해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검출기도 화성 대기에서 어떤 유기화합물도, 메탄도, 탄화수소도, 아미노산도 발견해내지 못했습니다. 바이킹이 착륙한 지점에는 그 어떤 유기물질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것은 바이킹 탐사계획이 가져다 준 가장 대표적인 탐사 결과였습니다 - 비록 그것이 우리가 기대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국 NASA의 생물학팀은 바이킹이 화성의 생명체를 찾는데 실패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이 국립과학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바이킹은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다소 낮추었다.” 머지않아 화성의 토양 샘플을 직접 수거해 와 지구상의 실험실에서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바이킹 이후의 화성
비록 찾아내는데는 실패하였지만, 바이킹의 역사적인 화성 생명체 탐사에 자극받아 생명의 기원을 보다 화학적으로 규명해보려는 연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유기화학이 더욱 확장되어 물이나 개스와같은 무기물질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기물질과 무기물질 - 염, 여러 이온, 금속 그리고 특히 진흙 등 - 과의 반응이 원시지구의 환경에서 유기물질이 보다 고분자화 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분자물질이 탄생한 직 후, 이제 유전 정보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어 자기복제가 가능한 생명체가 나타났을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화성의 물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화성에서 액체 형태의 물을 찾는 것이 생명체를 찾는 중요한 열쇠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미 화성의 양극지방 표면 바로 밑에 상당량의 물의 얼음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것이 겨울철에 대기로 승화되어 흘러나와 땅바닥에 서리를 드리운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와같은 이야기는 화성의 생명체 - 적어도 과거의 화석만이라도 - 가 존재할 가능성을 적잖이 암시해 줍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화성 양극 지방의 얼음층이 지표면으로부터 얼마나 깊숙한 곳에 있는지, 그리고 얼음층 주변 군데군데에 액체 상태의 물의 호수가 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지표면으로부터 파들어가는 일은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양극지방의 녹지 않는 단단한 얼음층은 어떤 구역을 설정하여, 그 안에서 유기분자들이 농축될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만약에 그 주위에 다소나마 액체의 물이 존재한다면, 유기물질이 산화되어 버리는 것을 충분히 막아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화성의 지질구조, 그리고 생명의 기원과 진화 문제에 촛점을 맞춰 화성 탐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1997년 성공적이었던 패스파인더와 소저너 탐사계획도 그 가운데 일부입니다. 그들은 착륙지인 Ares 계곡의 풍경을 아주 자세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그곳은 과거 홍수가 범람했던 지역으로 다양한 색, 모양, 조성의 바위들이 온통 널려져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패스파인더의 카메라는 대기 중에 떠있는 얼음 구름을 관측했고 감지기는 풍속과 기온을 측정했습니다. 한편 1997년말의 글로벌서베이어호는 화성 주위를 돌면서 지질구조를 아주 고해상도로 촬영했습니다. 이에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많은 화성 탐사계획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화성의 극지방에 착륙하여 영구동토층을 뚫고 캐낸 샘플을 갖고 되덜아오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자는 화성 생명체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바쳐왔습니다. 바이킹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로서 당시, 나는 화성 표면에도 지구의 그것과 비슷한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가졌었습니다. 이와같은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화성의 수많은 착륙가능 지점 가운데 지구로 따지면 사막 한가운데와 같은 지역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는 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성 생명체 탐사를 계속할 것이면, 어떻게 찾을 것인지, 그리고 샘플을 가져오는 문제 등 복합적인 방안들을 폭넓게 강구해야 합니다. 바이킹, 패스파인더, 글로벌서베이어호는 화성의 표면만 살펴보았습니다. 지구처럼 화성의 땅속에는 수분과 온기가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첫 라운드에서 우리가 보낸 탐사선들은 이 점을 간과했습니다. 지구처럼 화성의 바위 속에 생명체가 존재했다하더라도 기존의 탐사선들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은 수박 겉핥기,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ALH 84001 운석
화성 생명체를 연구하는데 있어 한가지 흥미로운 방법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화성에서 떨어져 날라와 지구에 운석의 형태로 추락한 바위들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ALH 84001이란 이름의 화성운석입니다. 1984년 남극대륙의 앨런 힐즈 Allan Hills 지방에서 발견된 이 운석은 지금으로부터 1천6백만년전 어느날 화성에 거대 충돌이 일어나면서 그 충격으로 우주공간으로 떨어져 나온 바위가 태양계 행성간 공간을 떠돌아 다니다가 1만3천년전 남극대륙에 추락한 것입니다. 1993년말 시행된 동위원소 실험에서 이 바위는 약 45억년 전 화성에서 형성된 것임이 증명되었습니다.
화학적, 지질학적, 그리고 생물학적인 다채로운 분석이 ALH 84001 운석에 집중되었습니다. ALH 84001의 갈라진 틈새에는 작은 탄산염 광물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1996년 David S.Mckay를 단장으로 하는 과학자 팀은 이 탄산염 광물 속에서 고대 화성의 미생물의 화석으로밖에 볼 수 없는 화학적, 광물학적 특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컨데 이 탄산염 덩어리를 높은 배율로 확대해서 보면 그 안에 둥글 둥글하고 길죽한 모양의 어떤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크기는 100나노미터 (0.1 미크론)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탄산염 속에는 또한 자기장을 띤 작은 결정체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지구상에서 발견된 일부 박테리아들도 이와 유사한 결정체들을 형성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생물학자들은 이것이 생명 활동의 단정적인 흔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놀라운 발표가 나오자마자 즉각 수많은 반박 이론들이 터져나왔습니다. 어떤 미생물학자는 발견된 나노화석들의 크기가 유전물질을 담기에는 너무 작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반박이론의 가장 토픽이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렇게 작은 크기의 박테리아가 지구상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결과가 어찌했던 간에 ALH 84001은 화학과 미생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과제의 장을 열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고안된 여러가지 분석 방법은 나중에 화성 표면의 바위속 생명체를 찾아내거나 지구로 갖고 돌아온 샘플을 분석하는데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입니다.
다른 행성들
최근 들어와 밝혀진 가장 획기적인 사실 중에 하나는 단순히 메탄, 암모니아, 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와 같은 원초적인 물질들을 섞고 여기에 약간의 에너지를 가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히 복잡한 유기화합물이 합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에너지로는 천둥과 같은 전기 스파크나 태양빛과 같은 자외선, 뿐만 아니라 화산 활동과 같은 고온과 고압의 환경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합성된 유기화합물들은 수백가지로, 모두 생명체의 기본 재료를 구성하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유기 화합물이 쉽게 만들어진다면,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위성에서도 조건만 맞으면 그리 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설령 행성 자체에서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많은 양이 혜성이나 소행성으로부터 직접 배달되었을 것입니다. 혜성은 수소, 산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과 같은 개스가 한데 응축된 얼음덩어리이지만 거기에는 유기 화합물인 HCN 과 같은 성분도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조사된 바에 따르면 거기에는 보다 복잡한 유기물들도 많습니다. 일례로 지난 1986년 핼리혜성의 핵을 근접 관측한 지오토 탐사선은 10여가지의 유기화합물들을 발견하였습니다.
혜성은 태고적 태양계의 환경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천체이므로, 지구를 포함한 여러 행성들이 처음 융합되었을 당시 어떤 상태였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혜성은 지구에 충돌하면서 유기물의 바다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처럼 생명의 열쇠를 품은 혜성이기에, 생물학자들은 혜성의 샘플을 갖고 연구소에서 분석할 날을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뭔가 중요한 해결책을 손에 쥐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혜성이 이룬 유기물의 바다가 얼마나 풍부했던 간에, 생명체를 구성하려면 일련의 고도히 조직화된 화학 반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유기화합물만 있다고 그것이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향곡과 같은 잘 조화된 질서가 부여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이웃세계들은 생명체에겐 너무나 부적합하게만 보입니다. 우리는 달에 가 보았고 거기엔 생명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성엔 대기가 없었고 그래서 햇볕이 닿는 부분은 엄청나게 뜨겁게 달궈져 있는 반면 그 반대쪽엔 극심한 추위를 보였습니다. 혹자는 낮과 밤이 교차되는 지점이 흥미롭지 않겠느냐하고 제안했지만, 수성에 생명체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금성은 지구의 90배나 되는 엄청난 밀도의 대기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이산화탄소와 황산입자가 뒤범벅이 된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열이 쉽게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표면 평균 온도는 700 캘빈에 이르며 강한 산성 환경 때문에 표면에서 유기물질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새 분해되어 버립니다. 파이오니어 금성호나 베네라 탐사선도 금성 표면에서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금성의 대기엔 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행성엔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한...)
지구와는 현격히 다른 행성인 거대 외행성들 -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 은 대부분 개스와 얼음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행성들은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태고적부터 수집해 온 수소와 헬륨들이 중력에 의해 모두 그대로 붙들려 있어, 마치 태양과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 외행성들은 생명체가 존재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해 보입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이 행성들의 대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화학적 반응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명체의 존재와 관련하여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거대행성이 아니라 그 위성들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도 목성의 위성 유로파가 최근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천체는 온통 물의 얼음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보이저와 최근 갈릴레오 탐사선이 이 얼어붙은 세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표면의 얼음층은 군데군데 균열이 나있었고 이것은 얼음이 녹았다가는 다시 얼어붙고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유로파 내부에서 화산 활동이 있거나 목성의 중력에 의해 열이 발생하면 이렇게 표면 얼음층이 녹아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같은 사실은 표면 얼음층 아래에 액체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과 아울러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해줍니다.
유로파의 얼음층 밑에 대양이 존재할 가능성은 갈릴레오 탐사계획으로 더욱 높아졌습니다. 만약 대양이 존재한다면 원시지구의 환경과 유사해 지기 때문에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관하여 대단히 흥미로운 장소가 됩니다.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지구상의 extremophile 이나 추위를 좋아하는 psychrophile과 같은 미생물들이 유로파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위성의 내부에 보다 따뜻한 곳이 존재한다면 여기에는 지구의 심해저에서와 같이 좀더 고등화된 생물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세기 초에 유로파의 표면과 그 내면을 탐사할 작은 탐사선들이 예정되어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기대하는 것은 하나의 이론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보다 관심은 덜하지만 토성 최대의 위성인 타이탄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어오고 있습니다. 타이탄은 질소, 메탄, 에탄, 아세틸렌, 에틸렌, 시아니드 등으로 구성된 두텁고 투명한 대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타이탄의 표면에는 액체 탄화수소로 된 바다가 존재하고 대기에는 유기중합체로 이루어진 안개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타이탄의 차갑고 어두운 풍경이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는 화학적 반응을 과연 시작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이 최대의 실마리입니다. 어쨋던 간에 오는 2004년 카시니 탐사선이 토성에 도착하면, 호이겐스 착륙선을 타이탄의 대기로 투하하여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태양계 밖으로...
태양계 내의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태양계 밖 우주로에까지 펼쳐졌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천문생물학 astrobiology 이라는 새로운 학문도 태어났습니다. 여기에서는 우주 전반적인 차원에서의 생명체의 기원과 분포, 진화 과정, 행성의 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사람이나 여러 로봇들을 이용한 탐사계획 등을 연구합니다. 이 학문은 최근 급속히 발달해 이미 태양계 밖에 또다른 여러 행성계가 존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우리가 이들 외계 행성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그 질량과 궤도 뿐으로, 아직까진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와같은 발견은 외계지적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충분했습니다.
우리의 태양이 아주 보편적인 항성에 불과하지 않고 태양계와 같은 행성 시스템이 우주안에 수없이 존재한다면, 그 가운데에서 적지 않은 수의 생명이 잉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서는 인류와 같이 기술적으로 지적인 문명이 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고주파 라디오를 이용해 서로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현재 그런 신호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SETI Searching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공동체 하에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파 엿듣기는 다소 성공 가능성이 불분명해 보이지만, SETI는 꾸준히 유지되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그 존재를 직접 우리에게 알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탐색하기 위하여 조금 다른 시각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우리 태양계의 초기 생성 과정에 대한 연구 결과를 외계에도 적용하여, 다른 외계 행성계 가운데 생명체가 잉태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지역을 찾는 방법입니다.
일례로 지구의 달은 지구의 자전축을 안정화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화성에는 이러한 위성의 도움이 없었습니다. 결국 화성은 오랫동안 심한 진동에 시달려야 했고 이와 같은 험란한 역사는 지질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상학적으로도 불안정하여 생명체를 잉태하고 유지하는데 큰 장애를 초래하였을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행성에서 바다와 육지의 비율도 생명체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목성과 같은 거대 행성의 존재도 지구상의 생명체가 진화하여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즉 목성은 그 엄청난 질량으로 원시 태양계에서 많은 양의 소행성들을 흡수하였습니다. 이러한 청소부 역할 덕분에 우리는 거대 충돌로 인한 전멸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목성과 다른 행성들이 종종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를 뒤흔들어 지구로 향하게끔 하곤 합니다. 따라서 한 행성계에 있어 거대 행성의 존재나 결핍 상태는 동일 행성계의 다른 지구형 행성에서 생명체가 유지, 진화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추리를 근간으로, 천문생물학자들은 스펙트럼 측정기와 같은 진보된 장비를 이용하여 앞으로 외계행성에 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외계지적생명체가 발견된다고 해도 이들과 직접 왕래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워낙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우리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의 시야로 볼때 우리는 비로소 이제 막 자신의 정체와 기원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생명의 이야기... 그것은 생명체가 생겨나게 된 과정 만큼이나 복잡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엄청나게 장대한 시나리오이며, 앞으로 수많은 노력과 연구가 진행되어야만 비로서 우리는 이곳과 다른곳의 생명에 관한 확실한 이해를 얻게 될 것입니다.
2000년 1월 1일 22시 04분 02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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