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3일

지난 주말 개기 월식이 있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의 개기 월식... 직장인들에게 참으로 호의적인 관측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결정적으로 날씨가 만만치 않던 날이었습니다. 전날까지도 눈이 오다가 당일이 되자 막상 개었으나 식이 시작되는 저녁 무렵부터 다시금 구름이 몰려올 것으로 예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 날은 25년 전 제게 별을 가르쳐 주시던 한국아마튜어천문협회(KAAA)의 선배님 세 분께서 방문하실 예정으로 되어 있어 여러 모로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월면을 넉넉히 한 화각에 담기 위해 오랜 망원경 하나를 꺼내 들었습니다. 4인치 F8 아포크로매트 굴절망원경으로 EM-10 적도의에 얹어 FC-100H란 모델명으로 판매되었던 Takahashi 사의 제품인데 벌써 25년이나 묵었습니다. 5D Mark II 바디를 연결하여 촛점을 맞춰 보니 백포커스의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쳤습니다. 직촛점으로 찍었는데 돌이켜 보니 1.5~2배 정도의 익스텐더를 달았으면 어땠을까도 싶습니다.

초저녁 동쪽 지평선으로 떠오르는 이 날의 주인공, 달이 LCD에 잡혔습니다.

반영식 시작 후 본영에 접어들기 직전부터 5분 간격으로 월면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몰려와서 하늘을 완전히 덮어버린 시간은 대략 월면 전체가 본영에 가려질 무렵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도 전반전 정도는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Log 섹션에서 이 날 촬영한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순차적인 열거 방식과 타임랩스 슬라이드쇼 형식으로 나누어 게재하였습니다.


한편 장승혁 선배님께서는 평소 애용하는 포터블 셋업인 Borg 4인치 굴절과 EM-10 적도의를 이용하셨습니다. 이와 별도로 안시 관망용으로 William Optics 72mm 굴절 망원경을 삼발이에 얹어 제공해 주셨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들이대고도 꽤 그럴 듯한 사진이 찍히기도 했습니다.

장승혁 선배님께서 촬영하신 월식의 진행 과정. 본영의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멋진 사진입니다. 더군다나 언제 개일 지 기약 없던 구름이 새벽녘 드디어 걷히고 월면이 다시 드러날 때까지 끝내 기다리시는 끈기와 열정을 솔선수범하셨습니다. 이미 자정 경 잠자리에 뻗어버린 제 스스로가 부끄럽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교훈을 주시는, 언제나 닮고 싶은 선배님들입니다.

왼쪽부터 유준규 선배님, 장승혁 선배님, 그리고 이 날 저희 천문대 방문을 주선해 주신 최문항 선배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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