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31일
2007년 11월 충청남도 직산에 세워졌던 APO(Albireo’s Planetary Observatory) 내에 비치되어 있던 모든 관측/전산 장비를 철수하여 집으로 옮겼습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현재 건설 중인 사설 천문대(가칭 APO II)가 완공되는 대로 다시 운반, 설치해야 합니다. 만만치 않은 규모의 작업이라 벼루기만 하고 차일 피일 미루던 차에 이번 주말을 활용하여, 후배 이성진 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하였습니다.

짧지만 나름 뜨거웠던 생을 마감하는 듯 일몰을 배경으로 한 직산의 APO.

경통 등 예민한 물건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우선 인근 마트에 들러 담요, 테이프, 노끈 등을 구입하였습니다. 작은 부품 및 책들을 운반하기 위한 종이 상자는 마트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어 잔뜩 가지고 나왔습니다 - 이 역시 성진 군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노숙을 준비하는 노숙자 같다구요.

관측 장비가 철수되어 텅빈 돔의 슬릿 너머로 이쁘장한 상현달이 청승맞게 고개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처음 설치했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 철수할 때도 땀을 나눠준 성진 군. 무거운 것 들다가 바지가 찢어지는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습니다 (밤 늦게 마트에 다시 들러 바지를 사야 했습니다).

돔의 구동 상태는 여전히 완벽하였습니다. 돔과 벽체 모두 홍천의 건물이 완공되면 그 옥상으로 고스란히 옮겨 가게 됩니다.

관측/전산 장비의 철수 후 책상, 책장, 의자 등의 기자재도 깔끔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이들은 추후 소형 트럭을 대절하여 운반할 예정입니다.

늦더라도 (토요일) 당일 귀경할까 하였지만 몸이 노곤하여 여관에서 하룻밤 투숙하고 일요일 오전에 여유있게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인근의 고깃집에 퍼져 앉아 신선한 항정살 구이로 허기를 메우고 여관으로 이동, 밤새 함께 코를 골았습니다.
“성진아, 고맙다. 큰 신세를 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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