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vastness of space and the immensity of time, It is my joy to share a planet and an epoch with Annie."
Carl Sagan, Cosmos

2009년 08월 30일

목성 충돌흔, 그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30일

지난 7월 19일 Anthony Wesley 氏가 그의 개인 관측소(호주 New South Wales의 Murrumbateman 외곽에 위치)에서 촬영한 목성 이미지에는 소행성/혜성과의 충돌 흔적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Wesley+impact+July-19-09.jpg

2009년 7월 19일, 호주의 행성 관측가, Anthony Wesley 氏에 의해 발견될 당시의 충돌흔. 목성 남극대에 위치한 검은 반점. 남쪽이 사진 상 윗쪽 방향입니다.

14.5인치, f/5 반사망원경으로 촬영된 당시 사진에서 목성의 남극대(SPR, south polar region)에 찍힌 검은 반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갈릴레오 위성 자체나 그들이 목성면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아님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이 검은 반점이 불과 이틀 전에 촬영했던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았음이 확인되자 Wesley 氏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15년 전 Shoemaker-Levy 9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면서 남겼던 흔적과 놀랍게도 유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즉시 이메일을 통해 전세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 Wesley 氏의 온라인 보고서.

BAA(영국 천문학회, British Astronomical Association)의 목성 섹션장인 John Rogers 氏에 따르면 Wesley 氏가 사진을 촬영하기 10시간 전까지만 해도 목성에 어떤 충돌흔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문제의 충돌은 지구를 기준으로 목성의 반대편에서 일어났으며 충돌 시점은 7월 19일 7:40~14:00 UT 사이가 됩니다.

발견 소식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즉각 망원경을 목성으로 향했습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행성학자인 Glenn Orton 氏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마침 그는 운좋게도 하와이 Mauna Kea정상에 위치한 NASA의 적외선 망원경 설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예약된 상태였습니다. 당시 촬영된 IRTF 이미지 상에서 매우 밝게 빛나는 점으로 나타났고 이는 목성 대기 중 매우 높은 고도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었습니다. Orton 氏는 이것이야 말로 충돌의 흔적임을 입증하는 단서라고 주장하였고, 팀 맴버인 Leigh Fletcher 氏가 당시 IRTF 구동 과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외 주요 천문대들의 망원경도 목성을 촬영하였습니다. UC Berkeley의 Paul Kalas 氏와 UCLA의 Michael Fitzgerald 氏는 Mauna Kea의 10m Keck II 망원경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반점을 추적 관찰하던 그들은 곤봉 모양으로 두 덩어리로 되어 있는 중심부와 그 주변을 둘러싸는 어두운 헤일로를 보았습니다.

Jupiter+impact+Keck.jpg

2009년 7월 20일 충돌 하루 후 Keck II 망원경이 적외선으로 관측한 충돌흔. 지구와의 크기 비교.

이와 같은 헤일로 구조는 15년 전 Shoemaker-Levy 9 충돌 시에도 나타났던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관측을 도왔던 Franck Marchis 氏가 당시 흥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Mauna Kea 인근에 위치한 8.1m Gemini North 망원경도 적외선 영역대에서 반점을 추적 관측하였습니다. UC Berkeley의 Imke de Pater 氏가 Gemini 보도자료에 밝힌 바에도 나와 있지만, 적외선 18 미크론 파장대에서 촬영된 이미지 분석 결과, 충돌 지역이 여타 주변부에 비해 실질적으로 좀더 온도가 높음이, 즉 가열되어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NASA의 허블우주망원경 관리자들 역시 예정되어 있던 관측 계획들을 미루고 Heidi Hammel 氏를 단장으로 하는 관측팀을 급히 꾸려 목성으로 향했습니다. 최근 갓 설치된 Wide Field Camera 3를 이용하여 7월 23일, 충돌 반점의 놀라운 근접 사진을 촬영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Hubble-Jupiter-Scar_7-23-20.jpg

2009년 7월 23일 허블우주망원경이 신형 WFC3를 이용해 촬영한 충돌흔의 근접 이미지.

발견 초기 때와 비교했을 때 그새 벌써 목성 대기의 지역풍(風)에 의해 상당히 흐트러져서 동서 방향으로 번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습니다. 충돌 지점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솟아 올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개의 검은 점들이 서로 뭉쳐진 듯한 형상이 드러났습니다. 허블 관측팀은 이후 여러 차례 추가 이미지들을 촬영했으나 현 시점까지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번 충돌흔은 1994년 Shoemaker-Levy 9 충돌 당시와 여러 모로 매우 닮아 있습니다. IRTF 천문학자인 Kelly Fast 氏가 만든 YouTube 동영상이 그 사실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4년 당시까지만 해도 지구 크기만한 충돌 흔적이 다른 행성 표면(정확히는 ‘대기’입니다만)에 아로새겨지는 일이 전무했기 때문에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천문학자들에게 있어서도 놀라운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6일 간에 걸쳐 총 20여개로 나누어진 Shoemaker-Levy 9 혜성의 조각들이 하나 하나씩 순서대로 초속 60km의 맹렬한 속도로 목성에 충돌했었습니다. 그 모든 조각들이 원래 직경 1.6km 남짓한 혜성 하나에 속해 있었으나 목성의 강력한 조석력에 의해 충돌 2년 전 분쇄되었던 것들입니다.

당시의 관측 경험 덕택에 이번에는 최소한 우리가 무얼 보고 있는 것인지 만큼은 분명했습니다. 직경 수백 미터 남짓한 천체가 목성의 최상위 대기층 바로 밑에서 폭발하여 넓고 희미하게 퍼진, 비대칭 모양의 헤일로를 남겼습니다.

그 충돌체가 혜성인지, 작은 소행성이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너무 작아서 충돌 사실을 미리 알았다손 치더라도 망원경으로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de Pater 氏에 따르면, 충돌체의 정체를 파악해 내는 유일한 방법은 충돌의 여파로 목성의 깊은 대기층(암모니아)으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개스 성분을 분석하는 것 뿐입니다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혜성에 포함된 물이 목성의 대기층에 일시 존재하는 스펙트럼을 찾아내는 시도 또한 가능할 것입니다.

0719AW-Animation20090818.gif

4주 간에 걸친 충돌흔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남극(원의 중심) 인근 2시 방향에서 점차 흩어지는 충돌 반점의 모양 변화가 나타납니다. ALPO 목성 관측가들이 게재한 이미지들을 취합하여 polar projection으로 변형하여 애니메이션화한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목성의 충돌흔은 이미 많이 흐트러져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BAA의 Rogers 氏에 따르면 8월 1일까지만 해도 거의 검정색에 가까왔던 충돌 중심은 이후 동서로 길게 늘어지면서 식별이 불가능해 졌습니다. 유명한 행성 촬영가인 Christopher Go 氏도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아무리 관측 조건이 좋아도 8월 17일 이후엔 흔적을 거의 감지해 내기 어려웠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적의 일말이나마 추적해 내고자 하는 노력들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겨우 15년 간격을 두고 두 번의 엄청난 충돌이 기록된 사실은 놀라운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목성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요? 지난 수십년 간 충돌흔인지 미처 모르고 묻혀버린 관측 기록은 없었을까요?

Jupiter’s Impact: Gone in 30 Days. Kelly Beaty, Sky&Telescope, August 27, 2009.

 

2009년 8월 30일 22시 15분 05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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