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23일

월면에서 관측되는 다양한 지질학적 구조에 따라 복잡다난했던 과거 생성의 과정을 유추해 내는 방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과거에 천문학자들은 달표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종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위해 지나치게 골몰한 나머지, 그들이 뻔히 보고 있는 월면 곳곳에 과거의 역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 미국의 몇몇 지질학자들이 아폴로 탐사계획을 대비하여 월면을 심도깊게 연구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달을 이룩하는데 기여한 여러 힘과 과정이 밝혀졌습니다. 미국 지질협회의 Eugene Shoemaker와 Robert Hackman이 연구를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달표면에 지질학적 연대기를 그대로 대변하는 일련의 과거 사건들이 드러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Shoemaker와 Hackman은 Copernicus 크레이터로부터 비의 바다(Mare Imbrium) 동쪽 연안을 너머 북부 Apennine 산맥에 이르는 직사각형 내 지형들을 분석하였습니다. 이 지역 내 지질 구조들의 연대를 계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지층을 분석하는 것일 겁니다 - 일반적으로 오래된 암석은 아래층에, 생긴지 얼마 안된 암석은 윗층에 위치하겠지요. 하지만 직접 달을 방문하지 않고 망원경으로 관찰되는 지형들의 상대적 연대를 결정할 수 없을까요?
Copernicus가 좋은 예입니다. 만일 크레이터가 단순히 땅 위에 아로새겨진 구멍에 불과했다면 이들 각각의 상대적 나이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망원경으로 Copernicus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단순한 함몰 이상의 특징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충돌 시 구덩이가 파이는 동시에 주변으로 흙먼지들이 분산되어 넓게 뿌려지면서(이를 ejecta라 합니다) 빛다발(이하 ray)과 여러 개의 2차 크레이터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Copernicus로부터 방사상으로 뻗어 나오는 ray들은 인근의 바다와 크레이터들, 고원들을 뒤덮어 넘을 만큼 장대합니다. 몇 줄기의 ray는 이웃한 거대 크레이터인 Eratosthenes 위를 덮고 있습니다. 이 모양새는 바로 Copernicus가 만들어질 당시 Eratosthenes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Eratosthenes는 Apennine 산맥의 서쪽 끄트머리에 즈음해 있습니다. 보름에 가까울 때 관측해 보면 Eratosthenes로부터 뻗어나오는 희미한 ray들과 2차 크레이터가 비의 바다 위를 덮고 있습니다. 분명코, 과거 비의 바다를 덮은 용암이나 Apennine 산맥은 Eratosthenes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존재했을 것입니다.
이제 용암이 비의 바다 원천 구덩이(이하 베이신)를 덮은 시기와 Apennine 산맥이 만들어진 때를 비교해 볼 차례입니다. Apennine 산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중간 중간에 비의 바다로부터 스며든 용암이 흘러 들어와 침범한 모양새들이 들어납니다. 일례로 Copernicus 북쪽의 얕은 Carpathian 산맥을 살펴봅시다 - 이 산맥은 Apennine 산맥의 연장입니다. 확실히 먼저 산맥이 만들어졌고 그 후에 용암이 흘러 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Carpathians 뿐만 아니라 비의 바다를 에워 싸는 일련의 산맥들, 즉 Apennines, Caucasus, 그리고 Alps에도 공히 적용될만한 소견입니다.
비의 바다 한 가운데 나 있는 크레이터들은 물론 베이신 자체보다는 최근에 만들어졌겠지만 Copernicus 보다는 오래된 것이 분명합니다. 예컨대 비의 바다 동쪽에 위치한 Archimedes 주변에는 ray도 2차 크레이터도 없습니다. 따라서 비의 바다를 이루는 베이신이나 주변부의 산맥들 보다는 나중에 생겼지만 크레이터 주변의 ray와 2차 크레이터 등을 모조리 지워버렸던 용암이 넘쳐 흐르던 시절보다는 과거에 생겼을 것입니다 - Shoemaker와 Hackman은 그렇게 결론지었습니다.
유추하건대 비의 바다는 거대 충돌로 구덩이가 파인 후 한참 후에야 용암으로 채워져서 평탄해 졌음이 드러납니다. Archimedes는 용암으로 덮히기 이전 베이신 자체의 바닥에 새겨진 크레이터입니다. 이후 흘러 넘친 용암층은 Archimedes 인근의 작은 크레이터들 - Wallace(26 km)와 Spurr(13 km)를 거의 덮어 버렸습니다. 이들은 아마도 베이신 바닥에 직접 새겨졌던 크레이터들이라기 보다는, 초기 용암이 흘러나오던 시절 만들어졌고, 이후 추가적인 용암 분출 시 덮혔을 것입니다. 이는 비의 바다가 수억년에 걸친 여러 차례의 간헐적인 용암 분출로 만들어 졌음을 시사합니다.
월면을 관측할 때마다 이와 같은 상대적 연대 측정법을 염두에 두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입니다. 비의 바다에 있는 두 개의 크레이터, Helicon과 le Verrier부터 시작해 봅시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오래되었을까요?
Reading the Moon - Lunar history can be understood with a telescope and a little stratigraphy, Charles A. Wood, Nov. 2007, Sky & Telesc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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