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01월 1일
원하는 행성을 찾아내는 방법
밤하늘에 흩뿌려진 수많은 별들 가운데에서 행성을 골라 내는 일은 생각처럼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행성은 항성에 비해 반짝거림과 점상의 흔들림이 적고 또렷이 보입니다. 별이 깜박거리는 현상은 전적으로 지구의 불안정한 대기 때문인데, 무한거리에서 오는 미세한 점광원인 항성상은 이에 쉽게 흔들리지만, 일정한 직경을 갖고 있는 행성상은 여러 점광원들이 간섭하여 전체적으로 흐트러짐이 보정됩니다. 게다가 행성은 일반 항성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밝게 빛나며 궤도면들이 대체로 황도에 평행하기 때문에, 결국 천구상에서 봤을 때 황도 주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위치에서 유난히 밝고 또렷이 빛나는 별은 일단 행성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습니다.
지구보다 안쪽 궤도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수성과 금성은 항상 태양과 가깝게 붙어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들은 주로 태양이 뜨기 직전 새벽 동쪽 하늘이나 일몰 직후 초저녁 서쪽 하늘에서 지평선 낮게 떠 있게 됩니다. 특히 금성의 밝기는 -4.5 등급에 이를 정도로 빼어나게 밝기 때문에 가장 구별해내기가 쉬운 행성입니다. 화성은 그 이름에 걸맞게 확실히 붉은 기운을 띠고 있고, 목성과 토성은 노르스름하게 빛나지만 시직경이 크고 지구와도 가까운 목성이 아무래도 훨씬 밝게 보입니다.
망원경의 선택
행성을 제대로 관측하려면 육안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고 망원경이 필요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망원경인 쌍안경으로는 금성의 위상 변화나 목성의 4대 갈릴레오 위성 정도는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세밀한 관측은 어렵기 때문에 천체 망원경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천체 망원경은 그 구조와 매커니즘에 따라 반사식과 굴절식, 이렇게 크게 둘로 나누는 것이 통례로서, 뉴튼식 반사식 망원경은 오목거울로 만들어낸 상을 렌즈로 확대하여 보는 방식으로, 같은 가격이면 굴절식에 비해 월등히 큰 구경의 망원경을 구입할 수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별빛 정보를 받아들이는 반면, 경통의 입구가 뚫려 있어 공기의 대류에 민감하여 충분히 냉각되지 않으면 상이 불안정해지기 쉽고 다루기가 어려운 단점을 보입니다. 한편 굴절식은 경통이 밀패되어있어 상이 안정되고 보는 방향과 경통의 방향이 일치하여 다루기가 수월하며 렌즈가 고급일 경우 날카로운 상을 얻을 수 있지만 대구경의 제품은 매우 고가이며 입수하기 어렵습니다.
경통을 받치는 가대는 견고한 적도의를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일지 모르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매우 편리하고 특히 사진을 촬영하는데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천체 망원경을 제대로 장만하려면 적지 않은 부담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개 관측회나 천문 동호회의 행사에 참여하여 다른 사람의 망원경을 많이 접해보고 신중하게 선택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수성 관측 가이드
수성은 태양에 무척 가깝기 때문에 장시간 관측하기 힘든데다가 (기껏해야 태양과 27도밖에 떨어지지 못합니다), 워낙 작은 행성이라 배율을 200배 이상 높여봐도 조그마한 원반상으로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지동설을 확립한 코페르니쿠스 조차 평생동안 한번도 수성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시기를 잘 포착하고 운만 나쁘지 않으면 서울 하늘 낮게 떠있는 모습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지구의 안쪽 궤도에서 돌고 있는 행성을 보면 달처럼 위상이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수성의 경우 내합 근처에 있을때 200배 정도의 고배율로 보면 어렴풋한 초생달 모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면을 관측하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수성의 일면 통과는 드문 만큼 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대낮에 수성이 태양과 지구 사이를 통과하므로서, 밝은 태양 안에서 조그만 검은 점이 천천히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를 식별해내기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태양의 흑점을 관측할 때처럼 하면서 흑점과는 달리 이동해가는 수상한 점을 확인하는 것인데 그다지 뚜렷하게 드러나보이지는 않습니다.
금성 관측 가이드
금성은 그 어떤 별보다도 밝게 빛나므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태양과 가깝기 때문에 (47도이상 벌어지지 못합니다) 관측 시간을 그리 길게 잡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성에 비하면 비교적 여유를 갖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벽에 뜨는 금성을 샛별, 초저녁에 뜨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로 각각 다르게 불러왔습니다.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도 마치 달과 같은 위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성이 태양과 지구와의 사이에 들어오면 우리와 가장 가깝게 되어 시직경은 매우 커지지만 그믐달이 그러하듯이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점점 차고 동그란 모양이 되는데, 태양 반대편에 가면 보름달과 같은 모양이 되겠지만 태양빛에 가려서 다시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는 금성이 낮에 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갈릴레이는 금성의 위상 변화를 보고 지동설에 대한 신념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전해집니다. 금성이 무척 밝은 이유는 그 거죽을 애워싸고 있는 거울과도 같은 이산화탄소 구름때문으로, 아무리 큰 망원경으로도 그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천문학자들은 레이다를 이용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화성 관측 가이드
화성이 궤도를 돌다보면 지구와 가까울 때가 있고 멀 때가 있는데 이와 같은 거리에 따라 그 보이는 정도가 크게 다릅니다. 약 2년에 한번씩 소접근을 하고, 이와는 별도로 15-17년 주기의 대접근을 하는데 바로 이 시기가 화성 표면의 관측에 있어서 절대적인 호기입니다. 오는 1999년 4월 25일 소접근이 예정되어있습니다.
화성이 접근했을때 배율을 100배 이상으로 다소 높게 잡아보면, 극지방에서 뿌연 덩어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극관입니다. 극관은 이산화탄소와 물이 섞인 얼음 덩어리로, 여름이 오면 대기 중으로 승화해버렸다가 겨울에는 다시 얼어붙으므로 그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관측되는 극관의 규모로 미루어 그 반구의 계절을 알 수 있습니다. 화성 표면의 무늬는 작은 망원경으로도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종종 아마튜어 천문가들에 의해 대기의 먼지 폭풍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대한 올림푸스화산이나 마리네리스 계곡과 같은 세밀한 지형물은 보기 어렵습니다.
목성 관측 가이드
지구 반경의 11배가 넘는 거대한 목성은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천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략 1년에 한번씩 지구와 근접할때면 시직경 40-50초에 달하는 푸짐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1998년 9월 16일, 1999년 10월 23일 목성의 충이 예정되어있으며 이때의 시직경은 49.7초에서 49.8초에 달할 것입니다.
목성은 행성 가운데에서 금성 다음으로 밝게 빛나는데 이것은 워낙 시직경이 큰데다가 태양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에너지보다 표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더 많다는 특이한 성질 때문입니다. 어떤이들은 목성이 매년 2.5cm씩 수축하면서 그러한 여분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쌍안경으로 보면 원반상의 목성 주위에 작은 별 서너개가 흩어져 있는데 이것은 위성들로,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갈릴레오 위성이라 부릅니다. 목성, 즉 Jupiter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제왕, 제우스 신을 일컫는데 갈릴레오 4대 위성의 이름은 모두 그와 가까왔던 사람들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예컨데 가니메데는 제우스의 시중을 들던 미소년의 이름이고 나머지 이오, 에로우파, 칼리스토는 모두 제우스의 바람기에 농락당했던 여성들의 이름입니다. 목성에 다가가지 못하고 그 주위만을 겉도는 이들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갈릴레오 위성들은 맨 눈으로 볼 수 있을만큼 밝지만, 목성의 빛에 가려 구분되지 않을 뿐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밝은 것은 가니메데이고 가장 어두운 것은 칼리스토입니다.
배율을 좀더 높여 보면 목성 표면의 줄무늬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기 상태가 안정되고 관측에 익숙해지면 서너개 이상의 많은 줄무늬들과 때로는 남반구에서 대적반이라 불리우는 붉그스름한 반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들 줄무늬들의 가장자리가 고르지 않고 불규칙해지거나 중간이 끊어지는 모양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갈릴레오 위성들이 목성의 표면에 잉크 방울처럼 까만 그림자를 드리우는 영현상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목성 표면을 스케치하려면 우선 종이에 수평축 : 수직축 = 15 : 14 정도의 타원을 그립니다. 목성은 자전 속도가 빨라서 실제로 이 정도 비율로 짜부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스케치는 줄무늬와 같이 큼지막하고 알아보기 쉬운 대상으로부터, 작고 세밀한 대상의 순서로 그려넣는 것이 좋습니다. 목성의 자전 속도는 생각보다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내에, 그러나 차분한 마음으로 그려나가야 합니다. 대적반이나 특이한 줄무늬 구조와 같이 특별히 놓치기 아까운 대상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스케치 전에 30분 정도 안시관측을 하면서 목성의 자전 속도와 표면의 특징 등을 눈에 익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스케치할때는 대상의 위치를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구의 대기 상태는 생각보다 변동이 심하므로, 가끔가다 목성의 표면이 기막히게 잘 보이는 순간이 있는데 이때가 좋은 기회입니다. 관측용지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작성하여 미리 여러장 복사해두는 것이 좋으며, 필기구로 볼펜이나 만년필을 이용하면 추운 겨울밤 잉크가 얼어버리기 일쑤이므로 HB, 2B, 4B와 같은 두세가지의 연필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성 관측 가이드
별을 보는 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상을 물으면 많은 수가 토성을 이야기합니다. 작은 망원경으로라도, 한번쯤 토성을 생으로 보고 나면 평생동안 잊지 못할 충격적인 감동을 받게 됩니다. 직경 20초 정도의 공을 40초 너비의 고리가 휘감고 있는 모습은 매우 육감적입니다.
토성의 고리는 25-30배 정도의 저배율로도 그 존재를 느낄 수 있고, 80mm 급의 굴절 망원경으로 50배 정도해서 보면 더욱 뚜렷하게 본체와 구별해낼 수 있습니다. 다른 행성과는 달리 토성은 고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행성으로 가장 3차원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본체가 테에 드리우는 그림자나 반대로 고리가 본체의 가장 자리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보면 더더욱 입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본체의 그림자에 가려진 고리는 마치 끊어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반면, 고리가 본체에 드리우는 그림자는 보다 엷고 애매합니다.
대기가 안정되고 투명한 밤에는 고리를 다시 여러개의 작은 고리들로 세분하여 볼 수 있는데, 작은 망원경으로는 대개 2개(바깥쪽의 A고리와 안쪽의 B고리)정도가 구분됩니다. A고리는 B고리보다 약간 두터우며 둘 사이에는 카시니 간극이라는 뚜렷한 경계가 있습니다. 혹자는 이 간극이 얼마나 뚜렷이 보이는가에 따라 망원경의 성능이나 대기의 상태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A고리는 B고리보다 조금더 어두워보이지만, 서로 만나는 카시니간극 양 주변 부위에서는 두 고리 모두 약간씩 밝아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4인치 이상급의 굴절망원경이나 6인치 이상급의 반사망원경을 이용하면 고리의 보다 세밀한 모습까지 볼 수 있습니다. B고리보다 더욱 안쪽, 본체와 가장 가까운 부분에는 흐릿한 반투명 고리 (C고리)가 있습니다. 크레페 고리라고도 불리우는 C고리는 의외로 쉽게 확인됩니다. A고리의 가장 바깥쪽에는 흐릿하게 나타나는 또하나의 틈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엔케간극입니다. 이것은 A고리 전체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실제로 확인하기는 약간 까다롭습니다.
토성의 표면 줄무늬는 목성의 그것만큼 또렷하지는 않지만 작은 망원경으로 볼때 최소한 표면이 균일하게 고르지만은 않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종종 하얀 반점이 나타나서 목성의 대적반과 비교되곤 하는데, 지난 1990년 가을 거대한 대백반이 나타나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토성의 대백반은 목성의 대적반과는 달리 꾸준하지 않고, 다만 30년마다 (토성이 태양을 한바퀴 도는 기간) 한번씩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토성은 가장 많은 위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가운데 최대 위성인 타이탄은 8.3등급으로 작은 망원경으로도 쉽게 볼 수 있을만큼 밝습니다. 타이탄 다음으로 밝은 위성은 레아로, 10등급 정도로 꽤 어둡기 때문에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토성의 고리는 궤도면에서 27도 가량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면 대략 30년의 주기로 그 기울기가 변화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주 없어져 보이기도 하는데 지난 1994년이 바로 그 해였습니다. 토성은 오는 1998년 9월 16일, 1999년 10월 23일 충을 맞이하며 이 무렵이 관측의 호기입니다.
천왕성 관측 가이드
천왕성은 눈이 좋은 사람이 이상적인 환경에서 겨우 볼 수 있을만한 밝기 (5.6등급) 이므로 왠만해서는, 특히 서울하늘 아래에서는 육안으로 찾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천문 연감이나 잡지의 정보를 참고하여 미리 정확한 위치를 알아둔 다음 쌍안경으로 찾아야 합니다. 망원경을 이용하면 아주 조그마한 파란색 원반상으로 보이는 것에 만족해야 합니다. 주기적으로 주변을 촬영해두면 별자리를 배경으로 서서히 이동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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