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01월 1일
이 드넓은 우주에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별이 유독 태양 하나라고 믿는 것은 현대판 천동설과도 같이 불합리한 일로 여겨집니다. 온 우주는 태양과 같은 별들로 가득차 있고 그들 대부분은 각기 독자적인 행성계를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상당수에는 태양계의 지구에서처럼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가스 원반이 서서히 수축하여 중심부는 별이 되고 그 나머지는 곳곳에서 응축하여 몇 개의 행성들을 이루게 되는 형상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자연 현상 가운데 하나로 생각되며, 최근의 연구 결과들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단지 인류의 관측 기술이 아직 그런 행성계를 직접 발견해 내기에는 부족할 따름입니다.
여기 재미있는 보기가 있습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에서 태양계를 바라보면 9개의 행성들은 어떻게 보일까요? 크기가 작은 우리 지구는 둘째치고 가장 큰 목성은 어떻게 보일까요?
목성의 지름은 태양의 10분의 1, 밝기는 30억분의 1입니다. 이렇게 항성과 행성의 밝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10억 광년 너머의 별에서 바라본 태양은 2등급 정도로 꽤 밝게 빛나지만 목성의 빛은 이보다 21등급이나 어두운 23등급으로 와닿게 됩니다. 이상적인 환경하에서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한계 등급이 6등급에 불과하고 이로부터 1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기하 급수적으로 2.5배씩 어두워진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23등급이란 밝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세한 것입니다. 게다가 태양과 목성 사이의 간격은 불과 2초각 정도밖에 떨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요컨데 10광년 너머에 지구인 정도의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이 있다면, 이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태양의 행성계를 확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지 밝게 빛나는 하나의 점광원으로서의 태양만이 보일 뿐입니다.
최근 허블 우주 망원경이 목성만한 크기의 행성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촬영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확실히 검증되지는 않았습니다. x즉 태양계 밖의 행성계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에게 아직 직접적인 증거를 들이내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그 존재를 유추해 낼 수는 있습니다.
별의 요동을 찾아서
별은 행성보다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마치 행성이 별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두 천체의 무게 중심을 축으로 하여 별과 행성 모두가 돌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무게 중심이 일방적으로 별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거의 별의 중심에 위치하게 될 뿐입니다. 그러나 정밀하게 측정해 보면 행성과의 상호 중력적 작용에 의한 별의 요동을 감지해 낼 수 있습니다. 만약 행성이 충분히 거대하다면 이러한 별의 요동 또한 더더욱 가시화될 것입니다.
별은 워낙 멀리 있고 하나의 점으로 밖에 안보이기 때문에 그 요동을 직접 알아차릴 수는 없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대신 도플러 효과를 이용합니다. 도플러 효과란 일정한 파동을 내뿜고 있는 어떤 물체가 움직임에 따라, 즉 관측자로부터 멀어지거나 가까와짐에 따라 관측자가 느끼게 되는 파동의 파장이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도 하는 현상입니다. 파동을 내뿜고 있는 물체란 음파(소리)를 발산하는 기차일 수도 있고 빛을 발산하는 별일 수도 있습니다. 요컨데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면 별이 요동을 침에 따라, 우리에게 와닿는 별빛의 파장도 달라지며, 이를 감지해 냄으로써 그 별의 미세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현재까지 행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확인된 별의 수는 10개 정도입니다.
펄서의 행성계
한편 펄서 (Pulsar) 로 분류된 별의 경우에는 그 고유한 특징을 이용한 다른 방법으로 행성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펄서는 거대한 질량을 가진 별이 수명을 다하여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껍대기는 다 날아가 버리고 그 중심부의 고밀도 핵만 남은 중성자 별을 말합니다.
중성자 별은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X선이나 전파를 발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형상은 마치 등대 불빛과도 같아서, 지구에서 보면 매우 정확한 주기로 전파를 발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별을 심장 고동과도 같다고 하여 펄서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만약 어떤 펄서가 주위에 행성계를 거느리고 있다면 그 주기적인 펄스의 간격에 요동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측정하여 지금까지 2개의 펄서에 모두 4개의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성운 속의 원시 행성계
태양계 밖의 행성계를 찾아내는 또다른 방법은 한창 생성되는 과정 중에 있는 원시 행성계를 수색하는 일입니다. 이들 원시 행성계는 아직 충분히 응축되지 않은 가스 원반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크기가 커서 허블 우주 망원경과 같은 고성능의 관측 기기로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994년 허블 우주 망원경은 오리온 대성운 안에서 몇 개의 수백 au 크기의 (1au는 태양과 지구와의 평균거리) 가스 원반을 촬영해 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가스 원반들이 행성 형성의 현장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나, 아직 그 가운데에서 실제 행성의 모습을 분리해 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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