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01월 1일
몇해전에 미항공우주국 나사에서는 화성으로부터 날라왔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운석 속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였다고 전세계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1996년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는 패스파인더호를 비롯하여,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려는 여러가지 계획들이 많은 돈과 인력을 소모하면서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외계인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더이상 추운 겨울밤 화로옆에서 군고구마와 동치미와 함께 듣는 공상얘기가 아닙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해서 원초적인 궁금증을 갖고 있습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어느 구석엔가 우리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살아숨쉬고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낭만적이니 말입니다.
외계인이란 무엇인가
그 흔한 단어들 가운데 ‘생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달은 지구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서 여러가지 기체 입자들을 잡아둘만한 중력이 채 못되어 대기가 없고, 그래서 태양으로부터 전해진 열을 가둬둘 수가 없어서 너무도 추운데다가 물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엔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생명체는 우리 사람들처럼 반드시 질소와 산소가 적절히 뒤섞인 공기를 마셔야만 할까요. 지구의 공기 대신 목성이나 토성의 대기에 많은 메탄가스를 신선하다고 마시는 생명체란 있을수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보다 훨씬 추운 곳에서 살면서 지구의 기온을 살기엔 지나치게 뜨겁다고 생각하는 생명체는 혹시 없을까요.
우리는 외계인의 존재를 찾아나서기에 앞서 생명이란 무엇인지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한가지 중요한 원칙을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다소 원론적인 추리를 할 때 그것은 우리가 알고있는과학적인 상식들과 우주의 보편적인 원리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합니다. 무슨 거창한 얘기인가 하시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우주의 보편적 원리>란 모든 만물에는 처음과 끝, 생성과 소멸이 있고 그 모든 과정은 질서있고 조화롭게 수행된다는 점입니다.
근세기에 들어 의학이 발전하면서 생명에 관한 지식이 갑자기 많아졌습니다. 이젠 생명체의 모든 것들을 분자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소 유물론적인 접근 방법은 심지어 생명체의 가장 고차원적인 분야인 의식과 정신의 연구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생명>이란 추상적인 단어 대신에 <생명현상>이란 말을 씁니다. 생명이란 더이상 조물주만의 고유영역이 아니라 과학이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 <생명공학>이란 학문도 생겨났습니다.
생명체란 무엇일까요? 그것이 에얼리언에 나오는 끈적끈적해 보이는 괴물이건 E.T같은 짜리몽땅한 덩어리이건 돌맹이건 간에 우리가 어떤 객체를 보고 저놈은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따져봅시다.
주위와 구별되어져야 한다
생명체라는 한개의 개체가 만들어지려면 우선 주위 환경과의 경계가 되는 일종의 막으로 둘러쌓여 있어야 합니다. 마치 인체가 단백질과 지방으로 만들어진 피부라는 막으로 둘러 쌓여있듯이 말입니다.
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다
그리고 탄생과 죽음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행성과 항성, 은하, 나아가 이모든 것을 포괄하는 우주 자체도 탄생과 죽음이 있다고 생각되어지고 있으며 이는 우주의 보편적인 원리 가운데 하나이니 말입니다.
뭔가를 유지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탄생과 죽음사이의 기간동안 생명체는 자신을 유지해야하며 이때 그 생명체는 살아있다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생명체가 자신을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를 쓰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이 주위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에너지는 창조되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이와같이 주위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다 쓰는 과정을 대사(metabolism)라고 불러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생식
생명체란 말 안에는 그 개체가 생명활동을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즉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죽기 이전에는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여러가지 외부 요인들에 대처하므로서 존재하려하지만 죽고 나면 어찌할 도리가 없으므로 한가지 예비책을 마련해 놓습니다. 바로 생식 기능을 통해서 생전에 자기의 분신을 만들어놓는 일입니다. 이러한 생식과 유전 기능 또한 생명체의 필수 조건에 포함시켜도 좋을 듯 합니다.
요컨데 생명체란 주위 환경과 경계지을수 있는 막으로 둘러쌓여있으면서 주위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쓰면서 생식을 할 수 있는 개체입니다. 외계인이란 지구상 이외의 장소에서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개체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생명의 근간을 찾아서
<유기물질>이란 단어 들어보셨지요?
중세 연금술사들은 만물을 이루는 물질들 가운데에서 사람이나 장미꽃과 같이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들은 흙이나 바위같은 무생물을 이루는 물질들과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거기에는 특별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어떠한 <생명의 기운>이 깃들여져 있어서 합금처럼 새로 합성해 내거나 더 작은 알갱이로 분해해 낼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물질들을 <유기물질>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여 만물의 구성 성분에 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자 예전에 유기물질로 알았던 물질들이 무생물에도 들어있거나, 반대로 무기물질도 생명체 속에 적잖게 들어가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예컨데 인체의 반이상은 물로 들어차있었고 뼈의 대부분도 무기물질인 칼슘으로 뭉쳐져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유기물질>과 <무기물질>이라는 양분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용하기는 하되 유기물질이란 <탄소 원자 알갱이들을 주된 골격으로 하는 분자물질>로 정의하므로서 그 의미 자체가 많이 변형, 확대되었습니다. 과학이 더욱 발달한 요즘에는 생명체를 단지 신비로운 것으로 보는 막연한 시선에서 벗어나 그 구조를 여느 물질들처럼 분자 생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므로서 생명체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사실 외계인의 존재에 관한 궁금증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화론은 태초에 원시 지구의 대기에 포함되어있던 몇가지 원소들이 뭉쳐져서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물질을 이루고 이들이 진화하여 오늘날의 고등생명체로 발달하였다는 이론입니다. 금세기 초에 진화론을 신봉하였던 몇몇 생물학자들은 여느 물리법칙들과 마찬가지로 진화론도 지구 뿐만아니라 우주 어느 곳에서나 적용되어질 수 있으리라는 가정하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미루어 짐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찰스 다윈이 19세기 중반에 그의 저서 <종의기원>을 통해서 진화론을 처음 제기할 당시에는 그도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된 조상이 과연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속시원히 설명해내지 못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우유 멸균법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생명체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부터 저절로 생겨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면서 만일 다윈의 진화론이 사실이라면 지구 생명의 근원은 또다른 어느 곳으로부터 날라온 것일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후 다윈은 지구의 원시 대기가 생명체의 모체 구실을 하였을 가능성을 제기하였고 이러한 가설은 한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1920년대에 들어와 영국의 할데인과 구소련의 오파린 같은 생물학자들에 의해 다시 부각됩니다. 할데인과 오파린은 지구의 대기가 현재와 같이 산소가 많은 상태에서는 미세한 유기물질들이 곧장 산화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생성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산소가 비교적 적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원시 대기에서는 몇가지 원소들로부터 유기물질이 합성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태초의 유기물질을 이룩한 재료가 되었을 원소들로 할데인은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수증기와 자외선을 꼽았고 오파린은 메탄개스와 암모니아, 수증기, 수소이온 등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세기 중반 아미노산에 대한 연구가 성과를 거두면서 생명의 근원에 관한 연구의 열쇠로 새롭게 주목을 받기에 이릅니다.
누구나 아미노산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요즘 텔레비젼 광고에도 필수 아미노산이 몇 퍼센트 들어있다느니 하는 문구가 자주 보이더군요.
단백질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모든 동물들의 살과 근육과 여러 장기들을 이루는 주된 성분입니다. 벽돌과 같이 단지 생명체의 구조를 이루는 역할 뿐만 아니라 미세하게 혈압을 조절하거나 여성들로하여금 28일에 한번씩 생리를 하게 하는 호르몬들, 한번 홍역에 걸리면 죽을때까지 다시는 안걸리게 하는 면역항체, 뿐만아니라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들과 같이 특정한 기능을 갖고 있는 단백질들도 셀수없이 많습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생명체를 곧 단백질 덩어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단백질들은 다름아닌 <아미노산>들이 모여서 만들어져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아미노산들의 종류는 모두 20여가지이며 이들이 수많은 조합을 이루며 뭉쳐지면서 온갖 모양과 기능의 단백질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1950년대 초에 미국의 밀러는 산소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시 대기의 모델을 만들어놓고 여기에 오파린이 언급한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 수소 이렇게 네가지 원소를 넣은 후 일주일간에 걸쳐 고주파수의 전기 스파크를 가한 결과, 수밀리그램의 글라이신과 알라닌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글라이신과 알라닌은 각기 대표적인 아미노산들 가운데 하나이며 생명체의 근간을 이루는 단백질의 한 성분이었던 것입니다.
밀러의 실험은 지구의 원시 대기에 메탄개스와 암모니아, 물과 수증기가 있었다는 가정하에서 번개와 같은 고주파 전기 스파크의 작용으로 <아미노산>이라는 생명체의 근간을 이루는 유기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증명한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와같이 원시 지구의 대기는 현재와 비교할때 그 구성성분을 비롯한 모든 것이 판이하게 달랐을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발생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원시 대기에 많았던 <수소>가 거의 빠져나가고 대신 <산소>의 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태양계 안의 모든 구성원들은 공통적으로 한개의 거대한 개스구름 덩어리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여기에는 많은 양의 수소가 포함되어있었으리라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초에 모든 갓 태어난 행성들의 대기에는 수소가 많이 들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구와 같이 크기가 작고 태양과도 가까운 행성들은 중력이 작고 표면 온도도 높았기 때문에 대기 중의 수소가 우주 밖으로 빠르게 증발되어 버렸지만, 목성이나 토성처럼 몸집이 크고 먼 행성들의 경우에는 끌어당기는 힘도 크고 표면 온도도 낮았으므로 지구에서처럼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오늘날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은 지구형 행성들의 대기는 목성이나 토성, 천왕성 등의 거대 외행성에서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양의 수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편 현재 지구 대기에 풍부한 산소는 식물을 포함한 여러가지 생명체들의 번성에 이은 이차적인 부산물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가설은 오파린이나 밀러가 제기했던 원시 지구 대기가 어떤 이유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상태로 변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원시 생명체의 탄생과 번성에 있어서 정작 <산소> 자체는 별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반드시 산소가 있어야 비로소 생명의 싹이 생겨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경우 대기 중에 산소가 적고 수소가 많았던 시기에 유기물질이 만들어져 보다 고등의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었지만 세월이 흘러 수소가 빠져나가고 그 공간을 산소가 메우게 되었을 때는 더이상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질이 저절로 생겨나거나 더욱 복잡한 구조로 진화해 나가지 못했습니다. 산소가 이들 미세분자들을 금새 산화시켜버렸기 때문입니다.
왜 외계인하면 하필 화성인인가
누군가 <화성의 지하수는 반드시 끓여드세요>란 충고를 했더랬습니다.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존재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화성에는 과연 화성인이 살고 있을까요? 일전에 한 신문기자가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에게 이와 똑같은 질문을 하면서 200 단어 분량의 원고를 청탁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약속된 기일내에 우송된 원고에는 nobody knows란 두 단어가 정성들인 손글씨로 정확히 100번 꼼꼼하게 들어차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누군가가 시퍼렇게 뜬 두눈으로 화성인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옛부터 각종 공상소설이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외계인들 가운데 대부분이 다름아닌 화성 출신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유독 화성을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있어서 제1순위인 천체로 꼽아왔을까요?
외계인을 찾아내려는 의지는 곧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다른 행성을 찾는 노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갈증날때 암모니아수를 마시고 병원 응급실에서 메탄개스로 인공호흡을 하는 목성인>의 생물학적 생리에 관해서 새롭게 연구하는 것 보다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서 생겨나서 지구 생명체와 유사한 생리를 가진 외계 생명체를 찾는것>이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지구 생명체에게 지구가 참 살기좋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적절한 <표면온도> 때문일 것입니다.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 현상들은 <대사>라고 부르는 갖가지 화학적 반응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이러한 화학 반응의 열쇠 역할을 하는 <효소>들에겐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한 적정 온도가 있습니다. 효소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개 섭씨 0도에서 70도 사이의 범위안에 포함되며, 이것을 곧 지구형 생명체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온도조건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행성의 표면 온도는 태양으로부터의 거리 뿐만 아니라 표면을 뒤덮고 열의 흡수와 배출을 조절해주는 대기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됩니다.
사람들은 지구와 가까운 두 행성인 금성과 화성이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도 엇비슷하므로 표면 온도 또한 지구의 그것과 가장 유사할 것이라고 일단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금성은 그 어떠한 표면 구조물도 식별할 수 없을만큼 대기가 두꺼워서 흡수된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 <온실효과>로 인해 표면이 엄청나게 달궈져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반면 화성의 경우 지구의 남극 대륙과도 유사하게 극지방 부근에 허옇게 극관도 보이고 계절에 따라 표면의 색깔이 약간씩 틀려지는 모양도 관측되는 등지구와 대기의 상태 마저도 유사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화성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능력이 못되었습니다. 그러나 상상속에서라면 얼마든지 그려낼 수가 있었습니다.
<화성인은 지능이 매우 발달해서, 키가 1.2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몸의 대부분을 뇌가 차지하고 있고 이를 16개의 더듬이가 떠받치고 있어서 흡사 문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심폐기능은 발달되어 있지만 후각과 같은 감각이나 생식기관, 소화기관들은 모두 퇴화되어있다. 이들은 다른 생명체의 신선한 혈액을 뽑아서 자신들의 몸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영양을 섭취한다>
이 내용은 영국의 공상가 웰즈가 그의 저명한 소설 <우주대전쟁>에서 그렸던 화성인의 모습입니다. 왜 화성인은 지구인보다 지능이 발달되어야 했었을까요. 물론 화성인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까지 날라오려면 마땅히 그랬어야할 소설 스토리상의 요건도 요건이지만, 태양계 안의 모든 행성들이 태초에 불덩어리였다는 가정하에서 화성이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식어서 딱딱히 굳어진 땅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생명체의 탄생도 빨랐을 것이며 그로부터 고등생물로의 진화 과정도 그만큼 앞서 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일 것입니다.
심폐기능의 발달은 지구와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희박한 화성의 대기에 적응해온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고, 후각이나 생식기, 소화기의 퇴화를 언급한 이유는 이들이 하나같이 <감정>과 <기분>에 직접적인 영양을 끼치는 장기들이라는 사실에서- 나쁜 냄세를 맡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뽀뽀는 황홀하며 배가 아프면 신경도 날카로와지는 것처럼 -, 사랑과 이해와 용서로 뭉친 인간과는 달리 아무런 감정도 없고 단지 지능만 발달한 화성인들의 냉혹함을 뒷받침하려던 의도였을 것입니다. 지구인의 피를 빨아먹기 위해서 멀리 화성으로부터 쳐들어온 문어모양 괴물들이 주인공인 웰즈의 <우주대전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피비린내나는 전쟁도 서슴지 않았던 20세기 초의 당시 험악한 시대 분위기와 잘 어울어져서 그랬는지 대중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화성인 붐>이 일어났고 심지어는 화성인의 존재 가능성에 관해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소설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이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미국에서는 <우주대전쟁>이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되어 방송되었는데 이것을 실제 화성인의 침공에 따른 대피 유도 방송으로 착각해서 뉴저지 주의 경우 공황상태에 이르는 엄청난 혼란이 벌어졌다는 뒷얘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웰즈의 소설은 오늘날 화성인이 외계인의 대명사로 불리워지게 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몫을 담당했습니다.
웰즈의 화성인이 파괴적이고 약탈해서 먹고사는 악당들이었던 것에 반해 로웰이 상상한 화성인은 서로 협동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개척할 줄도 알았던 그런 존재였습니다. 구한말에 외교사절로 우리나라에서 근무도 했었다는 로웰은 말년에 커다란 굴절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측하는 일에 열중했습니다. 그가 그려놓은 스케치를 보면 화성의 표면에 서로 불규착적으로 얽혀있는, 하지만 일정한 방향성이 있어보이는 (적도부근에서 양극 지방 쪽으로) 줄무늬가 무척이나 강조되어서 그려져있습니다. 로웰은 이것이 바로 화성인들이 인공적으로 구축한 운하로써 적도부근의 풍부한 수자원을 척박한 극지방으로 끌어올려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같은 이야기는 실제로 관측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매우 놀라운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젠 보름달의 떡방아 찢는 토끼에 비하면 화성인은 너무나 가능성 있는 현실적인 존재로 믿어지게 되었습니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눈부시게 발전된 로켓기술도 있겠다 이제 인류는 더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화성으로 직접 날아가서 외계인과 악수를 나누자는 의욕적인 의견이 독일의 레이에 의해 제기되었고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그 유명한 폰 브라운에 의해 화성탐사 로켓의 기술적인 부분들이 연구되어졌습니다. 1956년에 이 두사람이 함께 펴낸 <화성탐사>란 책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64년에 마리너4호가 화성의 첫 근접사진을 찍어내는 기적과도같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러나 전송되어온 흑백 사진 속에는 화성인들의 환영 리셉션 장면이 아닌 곰보 투성이의 분화구만이 가득했고 꿈과 모험심에 한껏 들떴던 지구인들의 기대는 비오는날 먼지 가라앉듯이 꺾여버렸습니다. 당연히 화성인과 같은 외계 문어 인간을 찾는데 쓸 엄청난 돈으로 바다에서 유전을 찾아 자가용을 굴리자는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화성인이 없다는 사실 또한 확인하지 못한 일부 의심많은 지구인들에의해 화성탐사계획은 겨우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SETI란 뭐하는 곳인가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의 막이 오르자마자 뿔테 안경을 쓰고 지극히 학구적으로 생긴 한 젊은 연구원이 지구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외계인의 우주선으로부터 지적 생명체의 전파 신호를 감지하면서 호들갑 떠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편 영화 <스피시즈>의 끔찍하지만 매혹적인 주인공도 한 연구소에서 전파 망원경으로 수신한 외계 생명체의 유전자 코드를 바탕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여기가 SETI란 곳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59년 9월, 코코니와 모리슨이란 두 사람이 한 과학잡지에 <외계인들간의 통신 전파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글을 실었습니다. 그들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서 태양과 비슷하게 생긴 주위 별들을 골라 이들로부터 나오는 마이크로웨이브 전파의 양상을 연구하다보면 외계인들간의 통신 주파수를 찾아내어 도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이와 비슷한 시기에 <국제 전파천문학 연구소>의 드레이크란 사람은 이와 유사한 취지의 실험을 독자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드레이크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수식으로 나타낸 유명한 <드레이크 방정식>을 고안해낸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수주일동안 태양과 유사한 몇개의 항성들로부터 나오는 전파를 분석한 후 일단은 어떤 외계 생명체의 신호도 감지해 낼 수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즈마계획>이라고도 불리었던 드레이크의 이러한 연구는 차후에 SETI의 모든 연구 방식에 있어서 모태가 되었습니다.
SETI는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즉 <외계 지적 생명체의 탐색>이란 말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입니다. SETI는 1961년 드레이크의 주도로 결성된 이후 그 연구 장비와 방식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진보를 해오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먹고 사는 일상생활과는 거의 상관없고 근근히 공상과학영화의 엑스트라로 등장할 뿐인 불필요한 기관으로 생각하는 많은 유권자들 때문에선지 현재 SETI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대부분 민간 자금에 의존해서 유지되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ETI League라는 일종의 비전문인을 위한 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투자 금액에 비례하여 회원의 등급이 정해지며 연회비 15달러로부터 50달러까지 다양한 등급이 있습니다. 특히 천달러를 기부하는 사람은 평생회원, 만달러를 기부하면 평생 회원 자격과 더불어 SETI의 전파망원경을 자신의 연구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며, 십만달러는 SETI의 자문인으로 추대되고 만약 백만달러를 기부하면 SETI의 몇몇 주력 전파망원경들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이는 영예(?)를 준다고 합니다.
드레이크 방정식
<우리의 태양계가 속해있는 이 은하계 안에서 우리와 서로 전파를 이용해서 통신으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을만한 문명을 가진 지적 외계인들의 종족 수는 대략 10,000가지 정도되며 그 가운데 하나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이다>
단지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종족 수까지 거론한 이와같은 주장은, 이것이 나름대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추리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라는 사실에서 더더욱 놀라움을 줍니다. 여름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은하수의 별들 가운데에서 10,000여 군데에나 우리 인간들처럼 뭣좀 안다고 뻐기는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10,000이란 구체적인 숫자는 현재 SETI의 고문으로 있는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고안한 <드레이크 방정식>을 통해서 얻어졌습니다.
요컨데 이 방정식의 목적은 <우리와 통신으로 연락이 가능할만한 문명을 가진 지적 외계인의 수>를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이 지구와 유사해야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지구의 대낮을 따뜻하게 비쳐주는 저 태양과 비슷한 크기와 성질의 항성들 숫자를 세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제 이 별들 가운데 지적 외계인이 존재할만한 조건의 별들만을 차근차근 가려내는 과정을 시작해 나갑니다.
먼저 태양과 비슷한 항성들 가운데에서 행성을 품고 있을만한 별들만을 고른다음, 다시 그 가운데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생겨날 수 있는 확률을 생각합니다. 이렇게해서 얻어진 지구형 행성들에서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과 그런 생명체들 가운데에서우리와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을만한 문명이 싹트게 될 확률 등을 곱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제반 조건들을 모두 갖춘 외계인들이라 할지라도 지구인이 생겨나기 훨씬 전에 멸망했거나 아직 원시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우리와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없을 것이므로 이와같은 상호간의 시간적 변수 또한 고려해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쏘아올린 전파가 빛의 속도로 수십만 수백만년을 날라와서 우리 지구의 전파망원경에 닿기 까지의 시간도 염두에 둬야할 것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N = R* fp ne f1 fi fc L
N : 우리와 현재 통신이 가능한 지적 외계인의 수
R* : 은하계 내 태양과 같이 외계인이 생겨나기에 적합한 별들의 수
fp : 이러한 별들이 행성을 갖게 될 확률
ne : 이러한 행성들 가운데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확률
f1 : 이러한 지구형의 행성들에서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
fi : 이러한 생명체들이 지적 능력을 갖게 될 확률
fc : 이러한 지적 능력과 문화가 우리와 통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확률
L : 이러한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외계 종족의 존속 기간
이와같은 <드레이크 방정식>은 그 변수들 자체가 현재 인간의 지식으로는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성격의 것들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생명체가 발생해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확률을 구하기란 너무도 애매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외계인은 지구인과 비슷해야만 한다는 현대판 천동설과도 같은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한 항성계내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은 한 개 밖에 없다는 가정으로 유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태양계 내에 생명체는 오로지 지구에만 존재하고 있다고 단정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도 <드레이크 방정식>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제에 있어서 구체적인 추리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겠습니다.
지금도 SETI의 연구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우주로부터 날라오는 온갖 잡다한 전파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외계 지적 생명체의 메시지를 가슴졸이며 기대하고 있는 배경에는 <드레이크 방정식>이 주는 10,000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적잖은 힘이 되어주고 있을 것입니다.
화성으로부터 날아온 운석
<특이한 주장을 하려면 특이한 증거가 필요하다>란 말이 있습니다.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주장하려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내놓아야할 증거들은 그만큼 특별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요즘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1995년이었나요? 미항공우주국 NASA의 한 연구팀이 수십억년 전에 화성에서 살았던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이러한 실로 엄청난 얘기를 하면서 꺼내놓은 증거물이란 다름아닌 화성에서 날라왔을 것으로 추정하는 감자만한 크기의 바윗돌이었습니다. 이 바윗돌은 지난 1984년 남극 대륙의 Allan Hills라는 지방에서 수집된 1.9 킬로그램짜리 운석으로, 발견된 지명과 년도를 의미하는 ALH84001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ALH84001은 화성 표면의 보잘것없는 바위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가 지금으로부터 천오백만년전쯤에 소행성이나 혜성이 화성과 충돌하면서 화성으로부터 튕켜져 나가서 그후 오랜 세월동안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만삼천년 전쯤에 지구의 남극대륙 얼음 속으로 떨어져 쳐박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썩은 감자모양의 운석 덩어리가 화성에서 왔는지 아니면 여느 운석들처럼 혜성이나 소행성의 찌꺼기인지 어떻게 구별해낼 수 있었을까요? 과학자들은 지난 1970년대 중후반에 바이킹 탐사선이 화성의 표면에 착륙해서 원격조종으로 삽질을 해가면서 힘겹게 얻어낸 화성 표면 암석의 여러가지 물리 화학적 데이터들이 이 운석의 성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석의 미세한 틈속에 수백만년동안 완벽하게 밀봉되어있던 개스의 성분이 화성의 대기 조성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이제 이 운석이 화성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론을 펴는 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도대체 ALH84001 안에 무엇이 들어있었던 것일까요? NASA의 해당 연구팀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이 바윗돌 속의 틈새에는 탄산염이란 물질로 된 덩어리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었는데 이 덩어리들을 고배율의 현미경과 레이저를 이용한 화학적 분석 기법으로 자세하게 조사해 본 결과, (1) 탄산염 덩어리 표면에서 지구상의 세균(흔히들 박테리아라고 하지요)과 단단히 닮은 모양의 아주 미세한 조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2) 그 주위에서 지구의 박테리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과 매우 유사한 자철광 결정체들 및 (3) 생명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몇가지 유기분자들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들 증거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생명체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일는지 모르지만, 이번의 경우 세가지 단서가 한군데에서 한꺼번에 발견되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2년여동안 이들의 주장에 대한 찬반양론이 한치의 양보없이 대립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들 낙관론과 회의론을 둘다 들어보므로서 비록 결론은 도출해내지 못하더라도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연구해 나가는 방식과 외계인의 조건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60년대 마리너호로부터 얼마전의 패스파인더, 글로벌 서베이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지구에서 쏘아올려진 많은 화성 탐사선들이 전송해 온 화성의 표면 모습은 비록 달처럼 매마르고 운석 구덩이로 가득한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좀더 유심히 살펴보면 유수에 의해 깎여진 깊은 계곡이라든가 토양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삼각주와 같이 먼 옛날 한때에는 화성에도 지구처럼 물이 많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36억년전, 태양계가 생긴지 10억년쯤 지난 시기에, 화성 표면의 넘실대는 바닷속 한 바윗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의 화성 대기에는 오래전 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산화탄소로 가득차 있었고 이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도 진하게 녹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사이다와 다를바없는 당시의 화성의 바닷물은 바윗돌들의 균열 틈새로 스며들어가서 탄산염으로 된 결정체를 쌓아놓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 것과 같이 이러한 탄산염 결정체는 세월이 갈수록 점점 커져서 덩어리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근처에 서식하고 있던 화성의 박테리아들을 에워싸고 이를 화석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ALH84001속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모양의 탄산염 덩어리들은 이렇게 형성된 화석이라는 것이 NASA 연구팀이 주장하는 내용의 요점입니다.
이들이 화석이 아니라 단순한 광물 결정체들에 불과하다는 반박에 대해 NASA에서는 이 <화석>들의 근처에서 다량 검출된 자철광과 황화철의 결정체들을 증거로 내놓았습니다. 지구상에서 발견된 바 있는 태고적 박테리아 화석의 주변에서도 이와 같은 물질들이 검출되어왔기 때문입니다. 더우기 이들 자철광 결정체들의 모양이 <눈물방울 모양>의 비대칭형이라는 점은 이들의 주장을 보다 설득력있게 합니다. 생명현상과는 무관하게 자연적으로 생긴 결정체들은 눈송이에서 보듯이 으례 대칭형을 하고 있습니다.
ALH84001에서는 자철광 뿐만 아니라 PAH라는, 생명현상의 결과로 축적되었을법한 유기물질이 다량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PAH가 운석이 지구로 떨어지고난 이후에 지구의 유기적 환경에서 묻어난 것일 수 있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NASA의 연구진들은 PAH가 ALH84001 운석 덩어리의 표면에 비해서 오히려 그 내부에서 훨씬더 많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이를 반박했습니다. 지구에서 오염된 결과라면 운석의 속보단 겉에 더 많이 묻어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닷물과 뜨거운 유황이 섞여서 지글지글 끓어넘치는 곳이나 호수 밑바닥 공기가 전혀 없는 진흙탕 속에서처럼 지구상의 생명체가 도저히 숨쉬며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척박한 곳에서도 수많은 미생물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생존 매커니즘을 이용해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음이 알려져 왔습니다. ALH84001의 <박테리아 화석>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소가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와 물이 많았던 예전의 화성에서도 충분히 생명체들이 잉태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운석속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화석>은 태고적 지구상에서 화석으로 굳어버린 일반적인 박테리아들에 비해 수천분의 일 정도나 작은 크기라는데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일부 비관론자들이 그렇게 작은 박테리아 속에 과연 효소나 유전물질과 같이 생명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합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런 비관론을 일축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의 미생물학자인 Todd Stevens는 워싱턴의 컬럼비아 강 바닥의 암석 균열에서 화성 <미세화석>의 두배 정도 크기에 해당하는 극히 작은 박테리아를 발견해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박테리아는 무얼 먹고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이 강바닥은 상당히 깊어서 태양광선도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광합성을 할 수도 없을 터였습니다.
Todd는 이 박테리아들이 암석과 강물과의 화학 반응으로 생겨나는 수소 개스를 에너지원으로 삼아서 살아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수소를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메탄개스로 바꾸는 과정에서 얻어진 극소량의 에너지를 빨아먹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ALH84001속에 굳어져있는 그 박테리아들도 이런 방식으로 식사문제를 해결했었을는지 모르는 일입니다.
Todd 뿐만 아니라 택사스 대학의 지질학자인 Robert Folk도 이와 같은 맥락의 발견을 하였습니다. 그는 지난 몇년간 이탈리아의 온천에서 연구하다가 온천수 밑바닥의 바위 표본에서 탄산염으로 만들어진 20억년된 박테리아 화석을 발견해냈다고 발표했습니다. 화석을 이룬 물질의 성분도 같았을 뿐만 아니라 그 크기도 ALH84001안에 들어있던 <미세화석>과 거의 같거나 조금 큰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와같이 지독한 환경에서도 불과 몇백 나노미터의 미세한 몸집을 한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소위 <나노박테리아>의 존재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누구도 이들을 직접 배양해보지도 못했거니와 그들의 유전물질이나 대사과정에 관해서 객관적으로 분석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박테리아를 닮은 화석의 겉모습만을 관찰하고 이에 의존한 추측밖에 할 수 없었읍니다.
앞서 거론한 눈물방울 모양의 자철광 결정체에 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지구상의 박테리아의 경우, 이런 철을 함유한 결정체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이를 마치 <축소판 나침반>처럼 이용해서 방향 감각을 얻기 위한 것인데, 화성은 지구 자기장의 0.2 퍼센트에 불과한 매우 약한 자기장을 띠고 있으므로 정작 화성의 박테리아들에겐 별 쓸모가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1997년 Hack the Planet 웹사이트에 연재하였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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