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1일
이젤 자리(Pictoris) 베타별이 주변에 먼지구름 원반을 두르고 있어 원시 행성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일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25년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근래 들어 원시 행성계의 먼지 원반 자체는 더이상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만 적외선 파장으로 바라본 모습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줍니다.
응용물리연구소(Applied Physics Laboratory)의 Carey Lisse 氏는 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으로 공작 자리(Pavo) 남쪽에 위치한 별 HD172555를 주시해 왔습니다. 이 별은 우리로부터 불과 95광년 떨어져 있고, 태어난지 겨우 1백2십만년 밖에 되지 않은 젊고 뜨거운 별입니다. 수년 전부터 이 별 인근에서 강력한 적외선 방출이 일어나고 있음이 감지되었습니다.
Lisse 팀은 별 주변을 감싸고 도는 먼지 구름을 분석했는데, 뜻밖에도 행성을 잉태하기 위한 재료인 바위 조각들이 아니라, 적어도 1백억조 톤 이상의 미세 먼지들의 덩어리였습니다. 이들을 한데 모은다면 대략 직경 320km 정도의 소행성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양입니다. 9.3 미크론 파장대에서 강한 방출 피크를 보인다는 점, 그리고 여타 스펙트럼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 물질들이 주로 비결정질의 산화규소(Silica, SiO)로 이루어져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여 미세한 유리가루입니다. 모래 크기의 파편들도 뒤엉켜 있지만 산화규소의 양은 다른 성분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100배는 더 많았습니다.
연구팀이 8월 20일자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는 모성을 공전하던 두 개의 외계행성이 서로 충돌한 결과일 수 밖에 없다는 것 - 그것도 최근 1천년 안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행성 충돌의 위치는 모성인 HD172555로부터 ‘태양과 목성 간의 거리’만큼 떨어진 곳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산화규소가 다량 함유된 먼지구름은 행성 충돌설 이외에도 개스가 많은 원시행성계 원반 디스크 근처에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했거나 엄청난 stellar flare가 있었을 때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스피쳐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 그와 같은 증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Lisse 팀은 적어도 달과 수성만한 두 개의 암석질의 행성이 초속 10km 이상의 속도로 충돌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충돌 속도라면 그 충격으로 인해 암석이 증발하여 뜨거운 산화규소의 증기로 바뀌어 오늘날처럼 압축된 구름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4년 전 NASA의 Deep Impact 계획도 370kg 가량의 구리 덩어리를 9P/Tempel 혜성에 충돌시켜 비슷한 효과를 재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성들간의 충돌’ 가설은 지구의 달이 만들어진 배경 또한 시사해 줍니다. 지구가 갓 태어났을 무렵 화성 크기만한 물체가 지구와 충돌하였고 그 잔재가 다시금 뭉쳐져 오늘날의 달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Lisse 氏는 NASA 보도자료를 통해, 불과 1천년 전 일어났던 HD 172555 행성계에서의 충돌 여파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했습니다.
NASA에서 충돌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동영상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 25 MB.
Exoplanets’ “Demolition Derby”. Kelly Beatty, Sky&Telescope, August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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