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를 거대한 바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구의 표면은 곧 바닷가에 해당한다. ‘우주라는 바다’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이 바닷가에 서서 스스로 보고 배워서 알아낸 것이다. 직접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것은 겨우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이었다. 아니, 기껏해야 발목을 물에 적셨다고나 할까. 그 물은 시원해서 좋다. 그리고 저 바다는 우리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우리가 바로 이 바다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가슴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알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근원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간절하게 품는 것이다."
Carl Sagan, Cosmos

2009년 09월 10일

외계행성의 역행 공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WASP-17b는 지구로부터 1,000 광년 남짓 떨어진 모성 WASP-17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으로, Keele 대학의 David Anderson 팀에 의해 발견되어 지난 2009년 8월 11일 일반에 소개되었습니다.

이 행성의 직경은 목성의 1.5~2배일 것으로 추정되고, 태양과 지구 간의 불과 1/20 거리를 주기 3.7일에 한번 꼴로 맹렬한 속도로 공전하고 있습니다 - 여기까지는 여느 ‘목성형 외계행성’에 다를 바 없으나 특이한 점은 모성의 자전과 반대 방향으로 공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행 공전을 하는 것으로 증명된 첫 외계행성인 셈입니다.

이 행성이 왜 역행 공전을 하게 되었는지 의견은 분분합니다. 태초에 원시 항성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모성의 자전 방향과 그 행성들의 공전 방향이 일치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만, 일설에 따르면 추후 행성들 간의 강력한 충돌의 여파로 역행 공전을 하게 되었을 것으로 그저 추측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 행성이 역행 공전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다름아닌 Rossiter-McLaughlin 효과 덕분인데 이에 대해 부연하겠습니다.

한 별의 도플러 편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그 별이 자전함에 따라 미세하게나마 동쪽 가장자리와 서쪽 가장자리의 도플러 효과에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Rossiter-McLaughlin_effect.png

위 그림과 같이 별(모성, 노란색)이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고 하면, 서쪽 가장자리는 미세하게나마 지구와 가까와지므로 청색 편이를 나타내는 반면, 동쪽 가장자리는 지구와 멀어지므로 적색 편이를 보이게 됩니다.

모성의 주변을 공전하던 행성(파란색)이 그 앞을 가로지르게 되면서 이와 같은 모성의 도플러 편이에 요동을 초래하게 되는데, 예컨대 서쪽 가장자리 앞을 가로 막으면 상대적으로 모성의 적색 편이가 더 부각되고, 동쪽 가장자리 앞을 가로 막으면 청색 편이가 더욱 강조되면서 전반적인 radial velocity에 변화가 관측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Rossiter-McLaughlin 효과라 하는데, WASP-17 + 17b 시스템에서는 그와 반대의 현상을 보였으므로 이 외계행성이 역행 공전함을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09년 9월 10일 21시 20분 51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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