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식물의 새로운 품종을 만들 수 있을진대, 자연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생물이 오랜 시간 동안 근본적으로 변해 왔음을 우리는 화석을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유전형질의 변화가 억겁의 세월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주인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것이 극히 최근의 사건이라는 사실과, 인류가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동안 가축이나 채소가 겪은 변화의 정도가 얼마나 컸던가를 함께 고려한다면, 생물의 변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Carl Sagan, Cosmos

2009년 08월 31일

외계행성 WASP-18b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거물의 포장은 결코 크지 않다”는 격언이 있습니다만, Keene 대학의 Coel Hellier 氏가 8월 27일 Nature 지에 발표한 논문이야말로 그에 딱 들어맞는 경우입니다. 불과 750 단어 밖에 되지 않는 이 짧은 기고문외계행성 연구가들에게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목성과도 같은 한 외계행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Hellier 팀은 WASP-18이라 명명된 모성(母星)과 그가 거느린 거대한 행성인 WASP-18b를 연구해 왔습니다. 이 별에 외계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지난 2006년 영국의 WASP(Wide Angle Search for Planets) 프로그램에서 이미 암시된 바 있습니다.

WASP-18b는 뜨거운 모성에 엄청나게 가깝게 붙어 공전하고 있는데 그 거리는 불과 2백2십만 km 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성을 향하고 있는 반구는 무려 화씨 3,800도까지 뜨겁게 달아 올라 있을 것입니다. Hellier 팀이 의문을 가진 것은 WASP-18b가 왜 그렇게 뜨거운 것인가가 아니고, 어떻게 그 자리에 버티고 존재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목성의 10배 질량이라면 모성에 만만치 않은 조석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합니다. 불과 22.5시간에 한번씩 공전하는데 이는 그 어떤 확인된 외계행성이나 모성의 자전 속도 보다도 빠른 것이기 때문에, 그 두 천체들 간의 상호 조석 작용은 WASP-18b의 각운동량을 뒤흔들기에 충분합니다. 결국 그 행성은 모성 쪽으로 빠르게 끌려가게 되고 Roche 한계에 이르면 산산조각나게 될 것입니다.

WASP-18+diagram.jpg

지구와 달 시스템이 조석력의 역할을 판단하는데 좋은 예입니다. 달은 조석력을 행사하면서 지구의 바다를 들어 올려가며 밀물/썰물을 만들고, 이러한 그들 간의 상호 작용은 각운동량을 전환시키게 됩니다. 다만 달은 지구의 자전속도에 비해 훨씬 느리게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로부터 서서히 멀어져가고 있고 (1년에 38mm 씩), 우리 지구의 하루 또한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100년에 0.2초 씩). 하지만 이와 반대로 WASP-18 시스템의 경우 행성이 워낙 빠르게 공전하기 때문에 서로 간의 거리는 가까와지고 모성의 자전 속도 또한 더더욱 빨라지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WASP-18b는 여지껏 건재한 것일까요? Hellier 팀은 태양형 별(스펙트럼 타입 F6)인 WASP-18의 나이가 대략 10억년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WASP-18b가 접근하다가 조석 작용에 의해 산산조각 나는데는 1백만년이면 족할 것입니다. 이론가인 Douglas Hamilton이 언급했 듯 WASP-18b가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을 우리가 우연히 찾아냈을 가능성은 잘 섞인 카드 뭉치에서 두번 연속 레드에이스를 뽑아 내는 것과도 같습니다.

ogle_planet_m.jpg

물론 천문학자들이 WASP-18b를 찾아낸 것이 전적으로 운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외의 다른 ‘뜨거운 목성’형 외계행성들, 예컨대 OGLE-TR-56b와 같은 것들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아직 찾아내지 못한, 또다른 제2의 행성이 중력 작용을 행사하여 WASP-18b가 모성에 너무 근접하지 않도록 붙잡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모성의 내부에서 조석 에너지를 분산하는 미지의 시스템이 있고 우리가 이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WASP-18 내에 조석력의 마찰을 1,000배 가량 분산시킬 수 있는 체계가 존재한다면 WASP-18b는 향후 십억년 간은 계속 그 곳에서 버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운좋게도 천문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비교적 멀지 않은 장래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WASP-18b가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중이라면 10년 쯤 후에 그 공전 주기는 28초 짧아질 것이며 우리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그대로라면 모성 내에 무언가 미지의 체계가 존재한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Why Does Exoplanet WASP-18b Exist? Kelly Beatty, Sky&Telescope, August 26, 2009.

 

2009년 8월 31일 22시 50분 58초, albireo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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