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9일
지난 주에는 의사들을 위한 포털 사이트인 MediGate 의 기자분께서 오셔서 인터뷰를 하고 가셨습니다. 다음은 그 내용입니다.

망원경을 통해 환자를 본다 - 윤홍선 전임의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광활한 우주를 대할 때 마다 절로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드넓은 우주 속의 한 톨 먼지에 지나지 않는 ‘지구’ 라는 외딴 곳에서, 그것도 영겁의 시간 속에서 동시대에 만나게 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환자분들과의 인연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
긴장의 연속인 병원생활. 그 속에서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별을 보는 의사, 윤홍선 전임의는 천체의 관람이 주는 교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행성을 관찰하며 느꼈던 그의 개인담과 조금만 하게 운영하는 관측소에 대한 후일담을 들어봤다.
질> 행성(별)에 대해 관심이 무척 많다고 여겨지는데,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으며, 또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초등학교 5학년 생일 때 어머니로부터 구경 5cm짜리 소형 굴절망원경을 선물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난감과도 같은 물건이었지만 그래도 그것으로 달 표면의 충돌 분화구나 태양의 흑점도 확인했고 목성의 주위를 공전하는 네 개의 작은 위성을 보면서 밤하늘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텔레비전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란 교양 프로그램을 방송했었는데 어린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아서 책으로 구입해서 수십 번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1986년 핼리혜성이 오던 해를 맞아 좀더 대형인 구경 15cm짜리 반사망원경을 구입했습니다만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담기에는 여러 모로 부족한 장비였죠. 이후 대학 진학 선물로 받은 4인치 굴절 적도의를 이용해서 천체 사진을 찍으며 나름대로의 흥미를 키워 왔습니다.
질>어릴 때부터 천문학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천문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천문대라고 하기는 거창하고 조촐한 개인 관측소를 충남 아산에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인근에 천안시와 온양시가 있어서 하늘이 밝아 별 보기에 그리 좋은 조건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만, 매번 별을 볼 때마다 망원경 등 무거운 장비들을 차에 싣고 이동할 필요가 없는 고정 관측지이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주변에 어느 정도 잡광이 있어도 관측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대상인 달이나 행성의 사진 관측을 주로 이 곳에서 하고 있죠. 이와 별도로 강원도 횡성군 덕초현의 ‘천문인 마을’이란 곳에 뜻을 함께 하는 여덟 명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모여 공동 관측소를 만들었는데 저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외진 곳인 만큼 성운, 성단, 은하와 같은 어두운 천체의 촬영에 적합한 곳입니다만 요즘에는 바빠서 강원도의 관측소에는 거의 못 가고 있습니다만 추후 여유가 생기면 가급적 자주 방문할 예정입니다.
질> 개인천문대를 가질 정도로 상당한 비용투자가 필요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자금조달 및 운영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침 아버님도 천체 관측에 관심이 많으셔서 어렸을 적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왔는데 이 점이 제겐 무척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버님께서 해외 출장을 다녀오실 때마다 매번 천체 관측에 필요한 장비들을 사다 주기도 하셨고, 핼리혜성이 왔을 때는 천체망원경을 차에 싣고 부모님과 함께 관측 조건이 좋은 외진 시골로 떠난 적도 있어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비들의 마련에도 부모님의 지원이 컸습니다. 아산 관측소는 한 선배님 소유의 부지 위에 지은 것으로서 매달 경비업체에 내는 비용과 전기비가 고작이고, 강원도 공동 관측소는 참여자들끼리 매달 소정의 회비를 걷어 유지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생각 외로 천체 관측이라는 것이 다른 취미들과 비교할 때 특별히 많은 비용이 요구되지 않아요.
질> 병원에서 근무하시면 천문대를 찾아다닐 여유가 없을 법도 한데...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면 별을 보러 가시는 지 궁금합니다.
학생 때에는 망원경을 짊어지고 전국을 누비고 다녔지만 수련의 과정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고작이었고 소화기 내과 강사로 일하고 있는 요즘에는 더더욱 힘들어진 것이 현실이죠. 그래서 작년에 서둘러 아산에 고정 관측소를 마련한 것입니다. 서울역에서 고속철도를 타면 39분 만에 천안아산역에 도착하고 이 곳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부지런하고 열정만 있다면 평일 저녁때도 다녀올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1~2주에 한 번씩 주말마다 다녀오고 있습니다.
질> 혹시 환자, 특히 어린이 환자들에게 천문대를 소개하고 방문견학을 시켜주신 일이 있습니까? 그리고 어린이 반응이 궁금합니다.
아직까지 없지만 앞으로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관측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할 예정입니다. 저희 영동세브란스 병원에서는 매년 한 차례씩 이와 같은 행사를 원내에서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질> 개인천문대를 가질 정도로 별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입니다. 이에 가장 애착이 가는 행성과 그에 따른 이유를 밝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주로 달과 행성의 사진 관측에 관심이 많아서 현재에도 이와 같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국제 모임인 ALPO (Association of Lunar and Planetary Observers)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실제로 화성에도 과거 물과 미생물이 존재하였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이 발표된 바 있고, 목성의 위성 가운데 하나인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 지각 아래나,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에도 모종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며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행성들은 무척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화성의 지표면 모양새는 나름대로의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하고, 목성의 대기는 시시각각으로 대단히 역동적으로 바뀌면서 그 주변을 공전하는 위성들과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장관을 연출합니다. 토성은 아름다운 고리 뿐만 아니라 종종 예기치 않게 표면에 나타나는 대기 현상도 목격 됩니다. 달 표면을 덮고 있는 장대한 산맥들과 계곡들, 충돌 분화구 등은 보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질> 별을 보면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과 위험했던 일들을 소개해주세요.
천체 관측이 그다지 위험한 취미는 아니지만, 몹시도 추웠던 어느 날 머리를 완전히 뒤집어쓰는 모자-여기에는 눈구멍과 콧구멍만 뚫려 있어서 쓰면 마치 테러리스트 같게 됩니다- 를 쓰고 강원도에서 별을 관측하다가 경계 근무 중이던 군인 아저씨에게 몸수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웃음) 굵직한 망원경도 무슨 무기처럼 보인 모양입니다. 별을 보여줬더니 무척 신기해하시더군요.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아마도 별을 보고 있을 때죠.
질> 태양계에서 가장 먼 명왕성도 혹시 보셨는지요?
아쉽게도 명왕성은 워낙 어두워서 웬만큼 큰 망원경으로도 보기가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노출을 주어 찍은 사진에야 하나의 점으로 밖에 나타나지 않을 뿐입니다. 저도 아직 명왕성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질> 끝으로 어떤 계획(천문학 쪽이나 개인 일)을 갖고 계신지요.
충청남도 송악이란 곳에 팬션과 더불어 관측소를 지을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 마다 가족들과 함께 내려가 자연을 접하고 지금보다 좀더 심도 있는 행성 관측을 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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