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 R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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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괄
1890년대 초 William Pickering 은 하바드 대학 천문대의 13 인치 클라크 굴절 망원경을 이용하여 월면의 바다 (mare) 지역에 산재해 있는 35 군데의 협소한 수로 (水路) 와도 같은 지형들을 찾아 냈습니다. Pickering 은 달에도 희박하나마 대기가 있고 서리가 내리며 척박한 곳에서도 살아 남는 강인한 식물들도 자라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따라서 이러한 수로와도 같은 지형들은 말라버린 강바닥 (河床) 일 것이라 상상하였습니다. 비록 Pickering 의 추측들 대부분은 추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월면에서 유체 (流體) 에 의해 생성된 지형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데에는 적잖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 그 유체란 것은 물이 아니라 용암이었지만 말입니다.
당시 Pickering 이 기술했던 월면의 지형들은 오늘날 sinuous rilles, 즉 ‘구불구불한 열구 (列溝)’ 란 뜻의 단어로 통칭되어지며, 협소하고 긴 모양의 골짜기를 일컫는 열구 (rille) 의 한 종류로 분류되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네 가지 타입이 있는데, 아리아데우스 (Ariadaeus) 나 서살리스 (Sirsalis) 열구와도 같은 선상 (線狀) 타입, 휴모럼 (Humorum) 바다의 동편에 위치한 히파루스 (Hippalus) 열구와도 같은 궁상 (窮狀) 타입, 크레이터 밑바닥에 짧게 단절되어 나 있는 알폰수스 (Alphonsus) 나 피타투스 (Pitatus) 열구와 같은 타입, 그리고 아폴로 15호 착륙 지점 인근인 해들리 (Hadly) 열구나 프린즈 (Prinz) 열구와도 같이 큰 각도로 꺾여가며 사행 (蛇行) 해 나가는 타입이 그것입니다. 월면에 존재하는 모든 열구 가운데 사분의 일 이상이 sinuous rilles 란 사실을 미루어, 이와 같은 지형이 비교적 흔한 지질학적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Sinuous rilles 가 대개 월면의 ‘바다’, 즉 화산 폭발로 인한 용암으로 덮힌 평탄한 지역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열구 또한 화산 활동의 결과물일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합니다. 고해상도 이미지들을 들여다 보면 일부 sinuous rilles 는 비교적 드넓고 불규칙적으로 생긴 함몰 지형으로부터 비롯되어 뻗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프린즈 열구과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지형으로부터 경사를 따라 내려가면서 300 km 가량 뻗어 있습니다. 이들 열구이 달의 표층을 가로지르는 모양새 또한 재미있어서 알핀 (Alpine) 계곡의 열구과도 같이 예각으로 급히 꺾이는 부류도 있는가 하면, 마리우스 (Marius) 열구과도 같이 부드럽게 넓은 활모양을 그리며 휘는 부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모양새를 보면 흐르는 물에 의해 생긴 지형이라는 생각이 적합해 보이기도 합니다 - 그래서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Pickering 의 ‘말라버린 수로’ 가설이 폭넓게 지지받기도 하였습니다.
아폴로 (Apollo) 탐사선이 가져온 월석을 분석하기 이전에도 대부분의 행성학자들은 달이 완전히 말라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sinuous rilles 가 물이 아닌 흐르는 용암에 의해 음각된 지형이라는 사실이 그토록 뒤늦게 제기된 이유는 대부분의 달 연구가들이 지질학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에 이르러 아리조나 주립 대학의 Ronald Greeley 와 동료들은 월면의 sinuous rilles 와 지구상의 화산 지대를 비교하는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와이 일대에서 용암에 의해 생성된 동굴과 용암로 (熔岩路) 는 월면의 sinuous rilles 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었습니다.
하와이의 용암은 지표로 막 분출된 마그마가 고여 만들어진 연못 (pond) 과도 같은 지역으로부터 비롯하여 흘러 내리면서 수로 가장자리에 제방과도 같은 둔덕 (levee) 을 만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존 지형을 파해치기만 하는 물에 의한 수로와는 다른 형태였습니다. 흐르던 용암의 표층이 식어서 크러스트 (crust) 를 형성한 이후에도 용암이 그 속을 계속 흐르다가 말라버린 이후에는 땅 속에 텅빈 공간을 둔 용암 동굴이 만들어 집니다. 프린즈 열구와 같은 sinuous rilles 는 이러한 용암 동굴이 함몰되어 생긴 수로 모양의 지형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일부 열구의 기시점에서 보이는 넓은 함몰지구는 하와이의 화산 지대에서 보이는 마그마에 의한 연못 지형과 유사합니다. 아폴로가 전송해 온 고해상도 사진의 분석을 통하여 Greeley 는 sinuous rilles 주변에서 제방 구조를 발견하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루나 오비터 (Lunar Orbiter) 가 찍은 프린즈 열구 사진에서는 군데군데 함몰된 구덩이 지형들이 나타났는데, 이는 하와이에서 흔히 보이는 용암 튜브 창 (laba tube window) 과 흡사하였습니다. 이제 월면의 sinuous rilles 가 흐르는 용암에 의해, 혹은 용암 동굴의 함몰에 의해 생긴 지형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이와 같이 달이나 다른 행성의 지형을 지구의 그것과 비교하므로서 그 정체를 규명하는 일을 비교 행성학 (comparative planetology) 이라 부릅니다. 월면의 sinuous rilles 가 지구 상의 화산 지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거대한 규모로, 달의 것이 10 배 이상 더 넓고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이는 달의 인력이 지구의 육분의 일에 지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지구 상의 용암의 점성이 더 높기 때문에 생긴 결과로 이해되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1. Charles A. Wood, Lava Rivers on the Moon: Sky & Telescope, September, 2004
